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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오랜 세월이 지났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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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21)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며칠 전 광주 건물 붕괴사고를 보며 크게 놀람과 동시에 참담함이 밀려왔다. 우선 지면을 통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2021년에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아직도 발생하는 것을 보며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점들이 집약된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에서 공사비가 평당 28만원에서 하도급으로 하청을 주며 최종 4만원으로 하락했다고 한다. 이는 1970년에 발생한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를 생각나게 했다. 철근 70개가 필요한 데에도 5개만 사용하여 6개월 만에 완공하고 5개월 만에 붕괴된 졸속 행정과 부정부패의 종합판이었던 대형 사고였다. 이 사고로 인해 그 후 아파트 건설에 대한 감시와 감독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후 20초 만에 5층 건물이 완전히 붕괴된 95년 삼풍백화점 사고가 발생했다. 뇌물에 의해 설계·시공·유지관리 등에 총체적 부실이 나타난 사건이었다.

 

최근 군대 급식부실을 보며 우리 사회 전반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나라든지 사회기강과 정의가 무너지면 군대급식으로 나타나고, 그것은 결국 사회를 지탱해주는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과거 사건들을 돌아보면 알 수 있다. 한국전쟁이 발발할 당시 군대 비리가 극에 달했었다. 보급품을 빼돌려서 부실급식을 넘어 하루 세끼를 주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고 심지어 제대 날짜도 맞추지 못해 과잉 복무를 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런 군대 상황이 군사 쿠데타가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조선시대에는 군인들에게 급여로 주는 쌀에 모래를 섞어서 준 일로 임오군란이 발발했다. 폐쇄된 사회인 군대에서 가장 기본적인 급식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그 사회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인디케이터다.

 

군대 부실 급식문제의 내면도 돈이고, 광주 건물 붕괴사고의 내면도 돈이다.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이 두 사건은 결국 돈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란 면에서 와우아파트 사건과 삼풍백화점 붕괴와 다르지 않다. 현재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돈이 원인인 부실한 사건들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95년 삼풍백화점 붕괴가 있기 9개월 전에 성수대교가 무너졌다. 건물이나 다리의 부실 공사 또한 군대급식처럼 시대상을 반영한다. 그 시대에 팽배해 있는 부정부패 관행이 곪고 곪아서 터지면 나타나기 때문이다. 요즘은 김영란법으로 부정청탁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자신의 일이 아니면 참견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고, LH사건처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본인이 취득한 정보를 최대한 사용하는 것을 수치로 생각하지 않는 시대다. 수치를 모르는 사회가 되었다.

 

수치는 법과 다르다. 수치는 양심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와우아파트가 붕괴된 지 50년이 지난 지금 광주 건물 붕괴로 희생자가 발생했다. 한국전쟁 발발 당시에서 70년이 지난 지금 군대급식 부실이 나타났다. 분명 과거와 이유도 다르고 경과도 다를 것이지만, 붕괴와 부실이라는 결과는 같다. 군대는 한 나라의 근간이고 건축물은 그 사회를 대변하는 총체다. 이 두 개의 상징에 크든 작든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금 총체적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우리 사회는 미얀마와 같은 군사 쿠데타가 발생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 과거처럼 돈이면 얼마든지 매수가 가능하던 행정시스템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진국형 붕괴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생각과 사고가 선진국형으로 바뀌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정의나 공공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이 우선되는 자유방임적인 생각이 수치를 모르는 결과로 나타났다.

 

음식점이나 지하철에서 뛰는 아이를 엄마가 타인을 위해 통제하지 않는다. 주차장에서 대놓고 두 칸을 사용하면서 참견하지 말라는 쪽지를 붙인다. 택배기사들의 아파트 출입이나 승강기 사용을 금한다. 장애인학교가 집값을 떨어트린다고 반대한다. 개인적 이기주의가 사회 전반에 미쳤고 그것이 황금만능주위와 결탁되며 나타난 현상이 요즘 시대상이다.

 

역사적으로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잘못된 길은 멀리 갈수록 되돌아오는 길이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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