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제1조는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영세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를 낮춘다며 2차원적으로만 가격공개를 하여, 다양한 개원환경과 질적 차이에 따라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지 못하는 의료기관들의 도태를 태생적으로 가속화하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
또한 국민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의료인이 직업인으로서의 양심의 자유에 반하여 비급여 진료내역을 개별 병의원의 지역적, 환경적, 질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원가개념만을 반영하여 정부에 보고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영세한 의료기관들의 도태를 가속화하고, 자본력이 있는 소수의 의료인이 의료시장을 독과점하거나, 보다 저렴한 비급여 진료의 수행을 위해 ‘의료의 하향 평준화’를 가속시키는 등 과도한 영리추구를 촉발하는 부작용을 불러 일으켜 의료법 제1조의 입법취지인 ‘모든 국민에 대한 수준 높은 의료 혜택 제공’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2020년 11월말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의 비급여관리강화 종합대책 수립 연구용역 결과에 대한 공청회’를 주관해 비급여 관리대책이 환자들을 보호하고 의료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의료계의 행정예고 반발 및 서명운동에도 불구하고 12월 31일 ‘비급여관리 혁신, 국민중심 의료보장 실현’ 「건강보험 비급여관리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2021년 1월 1일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의2(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고지)와 제42조의3(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 조사 등)이 시행됨에 따라 의료계가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에 반발할 것을 우려했는지 우선 2021년 1월 1일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고지 지침」을 시행하였고, 이에 대해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는 헌법소원(2021헌마93)을 제기한다.
통상 헌법소원은 법령 시행 이후 9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요건을 충족하게 되는데, 치과계를 비롯한 의원급 개원가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비급여 공개에 관한 고시인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은 헌법소원 제기 기한 하루 전이자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의3이 시행된 1월 1일부터 89일째인 2021년 3월 29일에 시행되고, 3월 30일 서울시치과의사회 소송단은 미리 준비한 헌법소원(2021헌마374)에 이 내용을 담아 헌법재판소에 밤을 새워 제출했다. 5월 18일에는 ‘의료법 제 45조의2 제1항, 제2항, 제3항, 제2항 제2호 및 제3호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한다.
이후 서울시치과의사회 소송단은 6월 24일 치협, 의협, 서울시의사회 등 3개 단체에 ‘의료법 제45조의2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신청 참여 요청의 건’ 제하의 협조공문을 발송하며 동참을 촉구했고, 서울시의사회는 별개로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 등 위헌확인’ 헌법소원(2021헌마743)을 청구하여 오는 3월 24일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에 서울시의사회, 서울시치과의사회가 나란히 참가하게 되었다.
그 사이 비급여 공개에 관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수차례 개원가에 과태료 부과를 운운하며, 반강제적으로 가격을 제출하도록 하였고 가격정보가 공개되었으나 ‘학술·연구 등 비영리적 목적 이외 영리적 목적에 활용될 시 의료법 등에 저촉될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문구 외에 이 데이터의 상업적 이용에 대해 처벌하거나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는 마련하지 않아 데이터 공개에 따라 앞서 언급한 부작용이 발생토록 방치하였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비급여 진료내역 보고에 관해 합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1월말 ‘비급여관리실’을 신설하였다며 의료계에 포문을 연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의 비급여 관리대책 추진과 동시에 실손보험사의 비급여 실손보험 적자에 관한 뉴스가 연달아 나오며, 과다이용 보험가입자나 비급여 진료비를 높게 받고 과잉진료를 하는 병의원에 관한 뉴스가 계속 보도되고 있다.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이 왜 90일 하루 전에야 발표되었는지 의구심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