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요즘 핫하다는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했다. 치열했던 영화 속의 총성이 다시 기억에 떠오른 것은 지난 2일 토요일 대전 유성호텔에서 열린 치협 임시대의원총회(이하 임총)였다. 지금 시점에서 현직 감사 불신임을 목적으로 임총이 개최되는 것은 너무나 마음 아픈 일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처럼 되돌릴 수 없었기에 ‘현직 감사 불신임’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보려는 총회 과정에서 영화 속의 총성이 중첩되었다.
‘서울의 봄’에서 그들의 무모한 시도를 막을 수 있는 많은 시스템이 존재했건만,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점이 관객들의 분노를 자아낸 것이라고 영화 평론가들은 이야기한다. 임총 장소에서도 “어떻게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나?”라고 탄식하는 어느 원로 대의원 선배님의 말씀도 들었다.
어느 대의원이 “치협 집행부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나?”라며 필자에게 한 질문이 마음에 와닿았고, 대의원들의 투표 결과 부결이 확정되고 임총이 폐회된 후 누군가 “앞으로 다른 협회장이 10원 한 장 잘못 쓰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는 감정 섞인 목소리도 들렸다.
불필요한 임총으로 인한 상처가 오래갈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감정의 앙금이 오래 남게 되면 앞으로의 상황 속에서 합리적인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혼란이 점점 더 커질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임총 개최의 반대를 주장했고, 치협 이만규 감사 불신임 상정안의 반대(부결)토론에 나섰던 대의원으로서 이만규 감사에게 진심으로 권고하고 싶다. 소위 치과계의 오피니언 그룹인 대의원들의 표결 결과가 왜 그렇게 나타났는지에 대해 타인이나 외부요인에서 찾기보다 자기 자신에게 먼저 자문해보라고 말이다.
몇 해 전 경기도치과의사회(이하 경기지부)는 내부의 횡령 사건으로 큰 혼란에 빠졌던 적이 있다. 횡령의 진실을 매개체로 직선제였던 당시 경기지부장 선거가 과열됐고, 전·현직 감사들이 개입했고, 여러 사람이 깊은 상처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결국, 경기지부의 횡령 사건은 수사기관의 결과물과 판결문을 구성원들이 수용해 횡령 금액의 반환과 횡령범의 실형, 그리고 마지막 협의로 최종 종결됐다.
이번 임총에 참석하면서 많은 대의원과 이야기를 나눴다. 임총 개최의 절차와 그 안건인 ‘감사 불신임안’은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이만규 감사의 그동안 몇몇 행적은 부정적이라고 말한 대의원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번 치협 임총이 단순한 ‘이만규 감사 구하기’가 아닌, 현 상황에서 감사 불신임이라는 어이없는 행위를 막아내는 것이야말로 치협을 진정 사랑하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물론 선출직 감사 역할의 준엄함을 훼손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선출직 감사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면서도 이번 임총 개최와 표결 결과에 대해 숙고하고, 진심으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정관과 원칙, 감사의 준엄한 역할이 중요한 만큼 대의원과 회원들의 정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임총에서 감사 불신임안 반대(부결) 토론자로 나서 서두에 언급했던 내용으로, 2023년 12월 2일 임총에 참석했던 대의원과 회원 여러분에게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하고 싶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대의원 여러분의 마음은 모두 동일하다는 생각입니다. 박태근 회장님과 이만규 감사님을 포함한 모든 분이 치협을 사랑하는 마음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