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에 ‘구성의 오류’가 있다. 다른 표현으로는 ‘합성의 오류’라고도 한다.
‘구성의 오류’는 어떤 원리가 부분적으로 옳은 것들이 모여도 전체적으로는 옳지 않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옳다고 추론함에 따라 발생하는 오류를 의미한다. 즉 개별적인 것을 합한 것이 전체의 모습과 다를 수 있는 것으로, 예를 들어 홀수인 3과 홀수인 5를 더하면 홀수가 아닌 짝수 8이 되는 것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예다. 경제학적으로는 옳다고 시행한 정책이 의도와 다른 결과를 초래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예를 들어 지역에 KTX역이 들어오면 지역 경제가 발전할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실제로는 서울사람들이 지역에서 소비하는 경우보다 지역사람들이 서울에서 소비가 더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경주 호텔사업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경주에 머물기보다는 당일치기로 일을 보고 되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정부가 좋은 의도로 전세금이 부족한 주민들을 위해 저금리로 전세대출을 해주었다. 그런데 집주인들은 전세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용해 전세금을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사기꾼들은 돈 없이도 갭투자가 가능해졌으며, 전세 사기 피해자가 속출했다. 이 또한 구성의 오류에 속한다.
최근 정부가 의대 학생 2,000명 증원 정책을 발표하고 의협과 충돌하며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까지 확전되는 양상이다. 서로가 한 치의 양보도 타협도 없이 각자 주장만 하고 있다. 이 두 집단의 주장과 행동에서 ‘구성의 오류’가 보인다.
정부는 몇 가지 근거로 의대생 2,000명의 증원이 반드시 필요한 조건으로 명시했다. 그런데 과연 정부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20년 뒤에 이뤄질 것인가라는 의심이 든다. 혹시 의협이 주장하는 대로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의협이 주장하는 대로 증원을 하지 않았을 때 정부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는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결국 이 두 집단의 주장은 모두 ‘구성의 오류’를 지니고 있다.
어떤 집단의 주장이든 차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모두 국민의 피해로 돌아온다. 따라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두 집단이 협상을 통해 적절한 중도적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미래의 오류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이 두 집단은 공통된 특성이 있다. 최고로 똑똑한 집단이다. 최고로 똑똑한 사람들이 모이는 경우에도 ‘구성의 오류’가 적용된다. 개개인은 영리하고 똑똑한데 이들이 모두 모여 군중이 되면 어리석은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집단이 국회의원들이다. 이들은 모아만 놓으면 한심해진다. 이와 유사한 집단으로 정부 정책을 주도하는 이들은 문과에서 행정고시를 패스한 최고의 엘리트들이다. 의협과 전공의들은 의과에서 의사고시를 패스한 최고의 엘리트들이다. 이 최고의 엘리트 두 집단이 각자가 ‘구성의 오류’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구성의 오류’를 범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구성의 오류’의 반대개념으로 ‘분할의 오류’가 있다. ‘분할의 오류’는 전체가 지닌 속성이 있을 때, 전체의 한 부분들도 같은 속성을 지닌다고 추론하며 생기는 오류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구성의 오류’는 과정이 옳으면 결과도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분할의 오류’는 결과가 옳으면 과정도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이 두 가지 다 오류의 시작은 과정과 결과를 동일시하는 데 있다.
과정과 결과를 각각 분리해 따로 평가하면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즉 과정이 옳아도 결과는 옳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고, 결과가 옳아도 과정이 옳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을 확장하면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 오류 발생의 가능성을 모두 예측하는 방법이다. 정부가 정책수립에 있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문제 발생의 가능성을 줄였다면, 의사들이 환자진료를 거부하는 극단의 방법을 피했다면, 현재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민의료를 위해 두 집단이 현명한 합의점을 찾아 ‘구성의 오류’에서 빠져나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