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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앤피플] 은퇴 후 '인생 2막', 새로운 삶 찾아 나선 김재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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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고 싶지만 ‘막막함’ 앞서는 동료들에게

[치과신문_이가영 기자 young@sda.or.kr] 이제는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 말은 60~70대에 은퇴한다 해도 30~40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은퇴 이후의 삶을 어떻게 설계하고, 또 어떻게 잘 살아가야 할 것인지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이러한 가운데 은퇴 이후의 삶을 오롯이 즐기며 동료 치과의사들에게 ‘은퇴 롤모델’ 혹은 ‘은퇴 전도사’로 불리고 있는 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 “즐거운 일이 너무도 많습니다. 여러분도 되도록 빨리 은퇴하세요.” 구 치과의사회 정기총회에서 은퇴회원을 위한 공로패를 전달받은 김재영 원장은 이와 같은 소감을 밝혔다.

 

40년이 넘는 개원 생활을 정리한 후 1년여 시간이 흐른 지금, “진작 은퇴할 걸 그랬다”며 웃어 보이는 김재영 원장을 만나 ‘슬기로운 은퇴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개원의 생활 43년, 가장 익숙한 치과와 ‘헤어질 결심’

김재영 원장은 1980년 치과 군의관을 마치고, 관악구에 치과를 개원해 4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일흔을 조금 넘긴 나이에 43년을 치과 개원의로 살았으니 치과의사로서의 삶이 김재영 원장 인생의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나이가 들며 차츰 진료시간을 줄이고 휴무일도 만들어 봤지만, 치과에 가지 않으면 ‘무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어색함을 견디지 못해 휴무일에도 출근하는 일이 다반사였고, 환자와 만나지 않더라도 원장실에 앉아있는 것이 쉬는 것보다 마음이 훨씬 편했다.”

 

여느 때와 같이 환자들을 만나며 진료를 이어가던 어느 날, 김재영 원장은 문득 ‘치과의사로만 살아가기엔 인생이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세간에서는 치과의사가 정년이 없다고 말한다. 흔히 ‘손 떨릴 때까지 개원하겠다’고들 하지만, 물러나야 할 때까지 일을 붙들고 있고 싶지 않았다. 욕심을 내려놓고 나만의 삶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제적 은퇴’ 준비부터 치과 양도까지

김재영 원장의 대학교수 동기들이 하나, 둘 정년퇴직을 하게 되면서 본인 역시 은퇴에 대한 생각을 자주 했다는 김재영 원장. 하지만 막상 은퇴를 준비하려 하니 은퇴 후에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자’는 결심이 더 컸다고.

 

“무엇보다 경제적인 부분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장 수입이 없어지면 나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개원하는 동안 모아왔던 자산을 차츰 정리하며 재정적 기반을 마련하고, 나와 아내, 가족 구성원 모두가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웠다.”

 

경제적 은퇴의 준비를 마치고 ‘이 정도면 부딪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무렵, 완전한 은퇴를 위해 치과 양도를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김재영 원장은 후배 치과의사인 김용우 원장과 공동개원으로 치과를 운영하고 있었다. 20여 년 전 맺어진 두 원장의 인연은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김용우 원장은 예비 개원의 시절, 김재영 원장의 치과에서 함께 진료하며 수년의 인수 기간을 거쳐 점진적으로 치과의 지분을 양도받았다.

 

페이닥터로 시작했던 김용우 원장은 치과의 재무관리는 물론 치과 경영 전반을 도맡는 실질적인 원장이 됐고, 김재영 원장의 은퇴에 따라 단독 개원으로 치과를 꾸려가게 됐다. 한평생 일궈온 치과지만,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신뢰를 쌓아온 후배가 있어 양도절차를 어렵지 않게 마무리할 수 있었고, 덕분에 자연스러운 은퇴가 가능했다고 김재영 원장은 밝혔다.

 

그는 “치과 양도절차를 의논하고, 곧바로 보건소와 세무서에서 폐업신고와 후배의 단독개설 신고를 마쳤다. 기존 담당하던 교정환자가 남아있어, 현재는 한 달에 두 번 출근해 환자 치료를 마무리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아쉬움은 없다. 지나고 나니 감사한 일뿐

김재영 원장은 서울치대총동창회장, 관악구치과의사회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 등 치과계 주요 요직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만큼 치과계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국내 11개 치과대학 동문이 한자리에 모여 친목을 도모하는 ‘전국치과대학동문 친선골프대회’의 기틀을 마련, 대학 간 교류의 장을 활성화했고, 치협 부회장 시절에는 협회 정보화 사업에 발 벗고 나서는 등 협회 발전은 물론 회원을 위한 회무 추진에 힘을 쏟았다. 개원의로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서울치대 발전과 후배 양성·교육을 위해 발전기금을 전달하는 등 모교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치과의사가 될 수 있게 만들어준 모교, 개원의로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되어준 관악구, 치과의사라는 직업으로 잘 먹고, 잘 살게 해준 치과계. 지나고 나니 감사한 일뿐이다. 늘 현재의 나를 만들어준 곳들에 부족하게나마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충분하진 못했겠지만, 그간 몸담았던 치과계에 그나마 조금의 빚을 갚았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스럽다”는 소회를 전했다.

 

 

인생 2막의 시작, 은퇴와 마주서기

은퇴 후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김재영 원장은 누구보다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시간의 제약이 줄어든 덕분에 그간 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도전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됐다고. 오랜 취미 중 하나인 골프를 주 2~3회 꾸준히 이어가고 있고, 종종 탁구를 치며 체력 단련을 한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회장으로 있는 당구모임에 나가 당구 실력을 겨룬다.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좋아하는 탓에 그간 정적인 취미활동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최근 색소폰 연주나 그림도 배워보고 있다. 주 1~2회 정도는 마음 맞는 친구와 만나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는 “내게 은퇴란 오랫동안 해온 일을 잘 접어두고, 그 다음으로 넘어가는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후회 없이 살아왔기에 슬픈 마음도 없고, 그저 앞으로 남은 세월, 부담없이 즐겁게 살아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개원 생활은 내게 가장 큰 행복을 준 시간이었다. 그 시절을 지나 막상 은퇴를 해보니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왜 진즉 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 은퇴를 고민하고 있는 동료들이 있다면, 부담감은 내려놓고 본인을 돌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다양한 경험들이 나를 자극하고 더욱 발전시키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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