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치과의사회(회장 강현구·이하 서울지부)는 ‘불법의료광고 및 저수가덤핑치과대책 특별위원회(위원장 신동열·이하 특위)’를 구성, 갈수록 만연하고 있는 불법의료광 및 과도한 덤핑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방지하고자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특위는 지난해 11월 27일 1차 좌담회를 통해 개원가 현실 문제를 짚어보고 향후 특위 활동 방향을 검토하는 시간을 가진 바 있다. 1차 좌담회에서는 특위 장영운 위원(서울지부 대외협력이사)의 사회로 서두교(서울지부 법제이사), 진승욱(前치협 정책이사) 위원이 패널로 나섰고, 치과의료정책연구원 박영채 원장이 특참해 현 상황에 대한 원인과 해결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특위는 지난 4월 26일 메가젠임플란트 스튜디오에서 2차 좌담회를 열었다. 이번 좌담회는 ‘임플란트 초저가 불법광고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를 주제로 장영운 위원의 사회로 특위 윤왕로(서울지부 법제이사), 박상은(서울지부 자재이사) 위원이 패널로 참석해, 실질적인 사례 위주로 불법의료광고의 심각성을 짚어보고, 현실적인 대응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좌담회는 메가젠임플란트의 후원으로 동영상을 제작, 서울시치과의사회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편집자 주] |
장영운(사회) : 임플란트를 위시한 초저가 덤핑 불법 의료광고로 치과계가 공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다. 개원의로서 가장 왕성하게 진료하는 연령대인 두 패널의 입장이 궁금하다.
윤왕로 : 우선 광고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판매를 목적으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널리 알리는 의도적인 활동을 말한다. ‘의료광고’는 의료분야의 특성상 지나치게 상업화할 경우 국민건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의료법에 따라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광고자율심의기구를 통해 사전심의를 받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 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거대자본이 관여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임플란트 초저수가 불법광고를 앞세운 초대형 치과들이 과도한 환자유인 행위와 비급여 할인을 자행하고 있다. 이는 과잉 진료와 불법의료행위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고, 환자, 즉 국민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된다고 생각한다.
박상은 : 초저가 덤핑 불법의료광고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에 대한 답은 ‘소멸할 때까지’라고 말하고 싶다. 진료비 덤핑과 불법의료광고는 별개가 아닌 하나의 묶음이다. 덤핑의 수단은 시대별로 차이가 있다. 흔히 말하는 공장형 치과, 치과의사가 진단하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시스템, 환자와 치과 간 라포가 아닌 가격과 제품 교환적 측면만이 강조된 상황, 이런 것들이 덤핑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것들이다.
초저가 덤핑을 선전하는 수단, 즉 의료광고의 형태가 전단지나 사무장 등을 통한 모객행위 등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오면서 SNS를 통해 DB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혹자는 환자의 DB를 비용을 지불해 구매하는 방식은 신규개원 후 3개월이면 세팅이 완료된다고 한다. 제도적인 보완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장영운 : 최근 일선 개원의들이 SNS 메신저에 오픈채팅방을 열고 불법의료광고퇴치운동을 매우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일반 치과의사들이 이렇게까지 나서고 있다는 것은 임플란트 덤핑 불법의료광고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방증하는 것 같다.
박상은 : 나도 그 단체 채팅방에 들어가 있는데, 매우 열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실제로 민원과 신고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치과의사 회원들이 현재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다만 실제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미지수다. 앞서 밝혔듯이 현재까지 DB광고에 대한 제재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를 제한하기 위해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한데, 광고 총량을 제한하는 등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치과진료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야 하는데, ‘싼 게 비지떡이다’ 수준의 문제가 아닌 올바른, 좋은 치료란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절실하다. 두 가지 모두 실현하기란 매우 어렵지만, 그래도 실질적으로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DB광고에 대한 규제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의료광고는 각 사전심의제도에 의해 어느 정도 규제되고 있지만, 현재 성행하고 있는 DB광고는 광고를 하는 주체, 즉 의료기관이 숨어있다. 지역과 연령 등에 따른 환자의 DB를 구축해 이를 구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전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광고의 내용, 과연 무엇을 광고하고 싶은 것인지가 1차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윤왕로 : 지난해 12월 개설된 ‘치과 불법 의료광고 대응 단체 카톡방’은 불법 의료광고에 지친 개원의들의 자발적 참여로 시작됐고, 개설한 지 1개월여만에 참여자 수가 1,000여명을 넘어섰을 만큼 그 호응이 대단했다. 이런한 현상은 정말 많은 수의 개원의들이 치과 불법 의료광고에 얼마나 지쳐있는지, 얼마나 절박한 심정인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불법의료광고 근절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와 실천으로 치과계에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장영운 : 그렇다면 현재 각종 인터넷, 특히 SNS를 통한 불법의료광고의 문제점을 어떻게 분석하는가?
윤왕로 : SNS의 특성상 노출 대상이 광범위하고, 그 파급력과 속도가 상당하다. 이를 고려해 SNS 광고는 선명하고 명확한 기준으로 의료광고를 심의하고 있다. 불법적인 SNS 광고로 인해 잘못된 정보나 과장·허위 광고에 노출된 환자들에게 정확한 진단과 합리적인 치료계획 및 적정 진료비를 제시하면, 오히려 따지듯 항의하는 일을 많이 겪어봤을 것이다.
환자들은 싸고 좋은 것을 찾기 마련이지만, 의료는 쇼핑이 아니라는 점, 최저가 진료가 아닌, 최적화 진료를 찾아야 한다는 인식을 SNS의 무분별한 초저가 불법의료광고들이 퇴색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상은 : 환자 DB를 수집해서 사고파는 방식은 아쉽지만 이제 규제의 영역을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DB 거래만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법 안에서 제재를 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마추어처럼 가격을 적은 전단지를 돌리는 덤핑치과는 더 이상 없다. 지역과 범위를 설정하면 내가 원하는, 개인정보공유 동의가 완료된 DB를 넘겨준다. 현재 관련법상 DB를 거래 하거나, 그 번호로 전화를 걸어 유인하는 것도 그 과정중에 치과의사가 저질렀다고 할 수 있는 불법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
해결책은 해당 광고의 블락 권한인데, 이 같은 광고는 대다수 외국계 SNS 업체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규제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장영운 : 초저가 불법광고로 치과계가 공멸로 치닫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박상은 : 치과는 이미 과포화 상태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의료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도 졸업을 하고 진료 일선에 나온 지 10년이 넘었다.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치과의사 후배들 입장에서는 나조차 기득권이 돼버렸다.
지금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치과의사가 아니라 현재 수련을 받고, 공부하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치대정원의 조율은 필요하다. 한해 배출되는 내과의사보다 치과의사의 숫자가 많을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
또한 이제는 자율징계권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단체와 같은 어느 정도의 규제 권한은 치과의사 이익단체가 가지는 것이 합당하다. 덤핑을 한다는 것은 비정상적으로 치과를 운영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지만 우리가 조사하고자 해도, 제재하고자 해도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 징계권한 혹은 조사권한만 있다면, 지금보다는 적극적으로 다수의 선량한 치과의사들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왕로 :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치과계의 공멸은 자명하다. 협회와 각 지부의 노력, 개원의들의 자발적인 참여, 그와 함께 제도적 보완이 뒷받침 돼야 한다. 의료윤리교육 강화와 함께 윤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의료법상 비도덕적 진료행위나 거짓 또는 과대광고 등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의료인에게는 윤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자격정지 처분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정확한 진단과 합리적인 치료 및 적절한 치료수가 등에 대한 대국민 홍보캠페인과 초저가 불법광고로 인한 피해사례 및 불법 의료광고, 저수가 과잉진료로 적발돼 행정처분 등 법적 제재 등을 당한 내용들을 구체적이고 지속적으로 알려야 할 것이다.
의료는 쇼핑이 아니다. 비급여 진료비용 표시광고 자체를 금지하는 법안 등으로 제도적 보완이 이뤄진다면 잘못된 정보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를 줄이고 건전한 의료경쟁 질서확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건강한 의료생태계의 회복을 기대해 본다
장영운 : 이 같은 불법의료광고가 의료시장 내에서 콘트롤이 되지 않는다면 국가가 나서 해결해야할 문제가 아닌지, 그 악영향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 이상 관가해서는 안될 것으로 보이는데...
윤왕로 : 임플란트 초저수가 덤핑 불법의료광고의 심각성을 정부가 인지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이는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쉽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임상 치과의사의 과잉 배출은 또 다른 경쟁구도를 만들고 있다. 이제는 치과대학 및 치의학전문대학원의 정원 감축을 검토해야 할 시기다. 또한 요양급여비용 개선 등을 통한 적정 의료수가 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이 정부가 나서서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박상은 : 치과의사들에게는 이 문제가 매우 심각하고, 중요한 일이지만, 의료시장 전체를 놓고 보자면 치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기 때문에 관련 행정당국이나 사법당국의 관심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관련한 사안, 불법행위에 대해 인지를 못해 처벌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정기관 입장에서 실적으로 잡기에 크지 않기 때문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게 더욱 큰 문제라고 본다. 치과의사단체가 할 일은 이 같은 인식을 개선하는 데 노력하고, 불법의료광고 등 관련 위법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영운 : 두분 패널게 매우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소감이나 치과의사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윤왕로 : 공멸의 길로 가지 말고, 상생의 길로 함께 나아가자고 말씀 드리고 싶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치과의사다. 우리의 존엄하고 가치 있는 삶을 위해 노력하자.
박상은 : 대다수의 치과의사는 선량하다고 확신한다. 절대 다수의 치과의사들은 환자의 편안함과 미소를 바라고 진료하고 있다. 물론 치과를 운영하기 위해 수익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환자들의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와 가끔 들고 오는 빵 한 조각에 더 감동을 느낄 때가 많다. 내가 보고 있는 환자는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항상 기억한다. 환자는 덴티폼이 아니다.
사진/정리 : 신종학 기자 sjh@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