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인사노무 문제들을 상담하다 보면, 원장이나 직원이 공통으로 질문하는 내용이 있다. 바로 근로시간에 대한 부분이다.
△환복을 위해 일찍 출근한 시간 △근무시간 외 정리정돈으로 늦어진 퇴근 시간 △환자의 진료가 늦어지며 부득이 퇴근이 늦어진 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을까?
아마 이 칼럼을 보는 독자들도 이러한 내용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봤으리라 생각된다. 각자의 지위와 위치에 따라 위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생각할 수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하여 근로기준법과 행정해석에서 말하는 근무시간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근로기준법에서 정의하는 ‘근로시간’은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근로하기로 정한 시간이다.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에서 제외되며,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대기하고 있는 ‘대기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 8. “소정근로시간”이란 제50조 제69조 본문 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39조제1항에 따른 근로시간의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말한다.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①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②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경우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 |
병의원에서는 근로계약서에 시업시간과 종업시간을 기재한 후 이에 따라 근로를 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근로시간보다 초과하여 근로하는 시간이 있다면 이는 연장근로시간이 되며, 쉬기로 정한 날(휴일)에 나와 근무하는 것을 휴일근로시간이라 보면 된다. 5일 이상 근로자를 채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연장근로시간과 휴일근로시간에 대해 50% 가산한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2. 근로시간 판단기준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근로시간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헷갈리는 케이스가 많다. 사례로 제시한 준비시간과 정리시간이 대표 케이스 중 하나고, 이외에도 △워크숍 △세미나 참석 △회식 △출장지 이동시간 등 다양한 사례에 대한 문의가 있다. 근로시간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해당 시간에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지’다. 이러한 판단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대법 2006.11.23. 선고 2006다41990, 대법 2017.12.5. 선고 2014다74254 외 다수).
즉, 근로시간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례별로 구체적인 판단이 필요하지만, 사용자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에 따라 근로를 한 것이라면 당연히 근로시간에 포함돼야 한다. 사용자의 지휘·감독에 따라 근로계약상 업무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닌 단순 체류하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
3. 근로시간 관련 구체적 케이스
논란이 많은 근로시간에 대하여 정리한 바 있어, 행정해석, 판례 등으로 어느 정도 구체화된 케이스를 간략히 정리해보려 한다. 다만, 이 역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사업주의 지휘·감독이 있었다면 해당 시간은 근로시간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하길 바란다.
①근로시간으로 인정되는 사례
-대기시간: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대기하는 시간
-교육시간: 근로자에게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각종 교육시간
-워크숍·세미나: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업무목적인 시간(※단, 친목도모 목적은 제외)
-접대: 사용자의 지시 및 승인하에 업무수행과 관련 있는 제3자를 접대하는 시간
②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 시간
-휴게시간: 사용자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쉬는 시간
-회식: 노무제공과 관련 없이 구성원 사기 진작 및 친목 도모 목적인 시간
-체류시간: 사용자 지휘·감독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사업장 체류만 하는 시간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필자의 생각에 따라 사안을 정리하자면, 병의원이라는 사업장 특수성에 따라 환복은 필요한 절차로 보인다. 이를 위해 자유롭게 일찍 출근하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 시간 준수에 사업주의 직접적인 지시가 없었다면 근로시간으로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마무리 정리정돈 역시 같은 기준으로 보면 될 듯하다.
다만 마지막 환자의 진료가 늦어짐에 따라 퇴근이 늦어졌다면, 이러한 시간은 근로계약상 근로를 제공한 것뿐 아니라 업무 자체가 사업주의 지휘·감독에 따른 것으로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해당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보고, 연장근로를 한 시간으로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