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들어 경영세미나가 호황이다. 매체마다 경영관련 세미나광고가 넘쳐난다는 것은 다시 말해 치과계가 불황이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또 여기저기에서 대형치과의 파산소식도 들려온다. 환자 수가 급격히 줄고 수입도 급락했다는 주변 치과원장님들의 고심도 더는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다.
2009년 이후 지난달까지 서울중앙지법에 일반회생을 신청한 742명의 직업을 분류한 결과 47%인 348명이 의사, 변호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등 이른바 전문직이었다.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은 한 목소리로 “경기가 나쁘다 보니 환자들이 미용이나 건강 유지와 같은 당장 필요하지 않은 진료는 미룬다”고 전했다. 업계는 또 빚을 내 개인 병원을 개업한 의사의 10% 이상이 신용불량자인 것으로 보고 있다(매일신문).
2001년 새로 진입한 영세사업체 73만5000개 중 45.4%가 1년 이내에 문을 닫았다. 3년 간 생존한 사업체는 30.9%, 5년 이상 생존한 사업체는 20.2%였으며, 5년 후에는 20% 정도만 살아남았다. 자영업자 5명 중 4명은 창업 5년 내에 문을 닫는 셈이다. 치과의원이 4.9년(3년 생존율 71.3%), 한의원이 4.5년(64.3%), 일반의원이 4.5년(63.1%), 세탁소가 4.5년(62.5%), 노래연습장이 4.4년(65.1%)로 비교적 긴 평균 생존기간을 보였다(뉴시스아이즈).
한 자리에서 평생 치과를 하시던 필자의 아버지 시대와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저 문을 열면 환자가 들어오던 시대가 지나버린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어려워진 시기에 환자들이 우리 병원으로 찾아오게 만드는 비법을 알려준다는 경영세미나는 솔깃하기 그지없다. 특히 개원을 앞두고 있거나 개원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규개원의의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누군가의 이야기에라도 귀를 기울이고 싶어진다.
중국 고사 속 장터에서 엿장수에게 엿을 산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한 사람은 ‘이가 없어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하는 마을 노인들께 이 엿을 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며 다른 한 사람은 ‘끈적끈적한 엿을 남의 집 문틈에다 밀어 넣으면 문 밖에서 문고리를 손쉽게 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엿이지만 쓰는 이의 의도와 용도에 따라 상극으로 갈린다. 우리는 이미 장사꾼들에 의해 가공된 허수아비 같은 스타 의사가 의료계를 어지럽히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봐오지 않았는가? 그런 사람들이 나서서 매출을 세 배로 만들어주겠다는 경영세미나에서 과연 어떠한 이야기들이 오갈 것일지 쉽사리 짐작이 간다.
완전히 다른 것 같지만 사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지금도 환자들이 선호하는 좋은 의사는 설명을 잘해주는 의사다. 구체적으로는 자신보다 환자가 이롭도록 하는 의사, 환자를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의사, 환자가 원하는 바가 무엇이지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의사, 환자를 공평하게 대해주는 의사, 환자에게 실수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의사,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을 잘 해주는 의사라고 한다. 대부분의 병원 진료기록부에는 암호 같은 기록들이 있다. 무언가를 쓰기도 하며 스티커를 붙여놓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까다롭고 이상한 환자들을 분류하기 위한 표시이다. 그렇다면 치과에 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 중 정상으로 분류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다들 불편하고 아프고 또 비용에 민감하니 치과의사들이 보기엔 예민하고 까다로운 사람들 투성이일 수 있다.
그러나 오늘 내가 본 환자들 중 눈을 맞추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환자의 입장에서 정말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은 경우는 또 어떠한가? 경영의 기본이자 핵심은 상대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직원의 마음을 얻고 환자의 마음을 얻게 된다면 더 이상 불황이 두렵지 않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