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희망을 제공하고, 꿈을 담아주고, 사랑을 돌려주자는 치과가 있다. 치과와 치과의사는 주변의 도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받은 것을 나눠주기에 바쁜 치과의사. 휴가나 휴무는 지역에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떠난다는 권지용 원장은 지역사회 소외계층, 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부터 환경연합활동, 지역 저소득층 아이들을 돌보는 일까지 쉴 틈 없이 봉사를 다니고 있다. 오늘도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잰걸음을 옮기는 권지용 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권지용 원장은 치과의사는 사회로 받은 것이 많고 받은 것은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개원과 동시에 어려운 곳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처음에 찾은 곳은 장안종합사회복지관이다.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무료검진과 진료를 진행했다. 한동안 봉사를 진행하던 권 원장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은 이곳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에 다양한 방법을 찾았다. 이후 복지관은 물론 지역 내 절, 성당, 교회에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추천하는 이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전했다.
“도움을 받는 어려운 이들은 다른 환자들과 자신들이 다르다는 생각에 치과를 방문해서 진료받는 것을 꺼려하는 것이 눈에 보였어요. 그들이 부담 없이 와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됐죠”
권지용 원장은 고민 끝에 함께 병원을 운영하던 조정환 원장과 함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한 치과를 별도로 만들게 됐다. 어려운 이들이 사회와 융합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눔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치과는 의료급여 1종 대상자와 시설 아이들만을 환자로 받고 최소한의 재료비만 받았다. 재료비를 받은 것은 그들의 자활의지를 높이고 오랜 봉사를 위해서는 필요한 선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려운 이들을 위한 대안치과는 문을 연 지 8개월여 만에 문을 닫게 되었다. 주변에서 수가를 파괴하는 치과, 별도로 운영되는 불법적인 치과로 의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권지용 원장은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나쁜 말을 들을 때면 서운한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보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요. 생각이 짧아서 생긴 문제겠지만 그런 시도를 그만두게 된 것은 지금도 아쉬워요”라고 말했다.
자연을 지키는 치과의사
권지용 원장은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은 계속하면서 또 다른 봉사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치과는 진료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폐수가 발생하고 정화를 거치지만 치과는 환경을 보호하는 곳이기보다 환경을 해치는 곳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 원장은 “자연은 우리 후손들의 것이고 우리가 먼저 빌려 쓰고 있는 것인데 깨끗하게 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것도 함께 살아가는 데 중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권지용 원장은 치과에서 발생하는 폐금을 환자의 동의를 받아 환경운동연합에 기부하고 사비와 병원수익에 일부를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고 있다. 또 환경연합에서 진행하고 있는 백사실 계곡 보호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 4대문 지역안 유일한 도룡뇽 서식지인 백사실 계곡은 2009년 생태경관지역으로 지정됐지만 늘어나는 방문객과 무분별한 이용으로 위협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권 원장은 물질적인 지원은 물론 보호캠페인에 참가하고, 백사실 계곡을 홍보하기 위한 부체와 수첩을 직접 제작, 보급해 시민들의 자연보호 활동을 자연스럽게 독려하고 있다. 지속적인 안내책자 등 홍보물 제작으로 시민들에게 백사실 계곡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선덕원의 젊은 아빠
권지용 원장은 치과 내에 사회공헌전담직원을 두고 나눔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갔다. 다양한 공헌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이들을 위한 활동이 부족 하는 생각이 들어 지역에 위치한 고아원 선덕원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청소년부터 영유아까지 함께 있는 선덕원을 위해 매달 방문하는 권 원장은 문을 들어설 때마다 분유와 기저귀를 한손 가득 들고 선덕원의 아빠를 자처했다. 선덕원을 방문해서 검진하고 진료하는 것뿐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찾아가 아이들과 놀아주고 함께 외출을 나서기도 하고 못질이나 페인트칠 같은 시설 정비, 손에 닫지 않는 곳곳까지 청소를 하는 등 선덕원의 일이라면 두 팔을 걷어붙였다.
또 아이들이 버려졌다는 상처에 소극적으로 살지 않도록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며 아이들이 공부하다가 어려워하는 것이 있으면 과외선생님을 자처하고 있다. 권지용 원장은 “아이들이 곧 우리의 미래이기에 순간의 힘듦에 아이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어요”라고 전했다.
이처럼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권 원장은 “나눔을 시작하려는 마음은 모두 가지고 있지만 처음 벽을 넘는 것이 힘들어 보일 뿐인 것 같아요. 저는 그 벽을 이제 막 넘었을 뿐이에요”라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을 지금도 찾고 있다.
“봉사는 각자의 삶을 공유하고 접점을 찾아 같이 살아가는 것”이라고 권지용 원장의 아름다운 동행은 계속되고 있다.
김희수 기자/G@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