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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인 원장의 사람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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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애니 - 2

유리가 죽은 지 사흘째, 잘 놀던 애니는 항상 잠만 자고 유리와 놀던 침대 위에서 초점 잃은 눈망울로 문을 주시하며 온종일 그렇게 누워 있었다. 외로움으로 인해 무슨 병에 걸릴까봐 전전긍긍하던 차에 소식이 들려왔다. 오늘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내일 안락사 시키기로 돼 있는 강아지가 있다는 것. 한걸음에 보호소를 달려가서 죽기 일보직전의 강아지를 데려왔다.

 

유기견이었는데 피부병으로 몸이 말라 갈비뼈가 드러나 보일정도였다. 흰색 털의 3살짜리 몰티즈 수컷이었다. 집으로 데려오자 애니의 눈이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그러나 좀 더 치료가 필요했다. 2~3일 입원시켜 피부병이며 정신적인 안정을 취했다. 그러나 인간에게 버림받은 상처는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우리는 이 강아지를 죽은 유리가 그리워서 유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유리의 몸은 조금씩 나아졌다. 애니도 친구가 생겨 한결 좋아지기 시작했다. 유기견 유리는 옛 주인이 중성화수술을 해 둘이 놀기에는 아무거리낌이 없었다. 출근할 때는 애니와 같이 왕십리역까지 차로 이동하며 바깥구경을 시켰다. 두발로 서서 바깥을 응시하는 모습이 옛 주인을 찾는 것 같았다. 자기를 버린 주인인줄도 모르고.

 

피부병 탓에 짧게 깍은 털은 다시 자라기 시작했고, 짓물러 끊어진 꼬리도 다시금 아물기 시작했다. 해가 바뀌고 2011년 봄. 유리와 애니는 자전거로 퇴근할 때는 응봉동 한강변 자전거도로까지 필자를 마중 나오곤 했다. 잘 먹지 않았던 유리도 조금씩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한 알씩 먹이통 밖으로 내어놓고 오도독 오도독 씹는 것이 무척이나 귀여웠다. 병원생활에 스트레스 받고 지친 내 몸과 마음의 허탈함은 두 녀석을 보는 순간 날아가 버리곤 했다.

 

그러나 주인에게서 받은 상처는 유리에게서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사람을 기피하고 항상 자기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가끔 애니가 주변을 돌며 놀자고 할 때도 묵묵부답이었다. 그래도 애니는 유리가 있는 것이 좋은지 활발하게 뛰어 놀았다.

 

날이 건조하면 가습기를 틀어주고, 추우면 포근한 이불을 덮어줬다. 유리의 눈망울이 조금씩 살아나고 유리라고 부를 때 쳐다보지도 않던 생소한 모습은 어디 간데없고, 유리가 자신의 이름인줄 알고 쳐다보기 시작했다.또 한해가 지나갔다. 2012년 때만 되면 목욕하고 병원에서 검진도 받고, 좋은 영양제도 먹였다. 털은 윤기가 나고 많이 자랐다. 몰티즈의 상징인 큰 귀에도 털이 자라 아주 예쁘장한 모습으로 변모했다. 10살이 된 애니는 유리가 좋은지 유리 곁을 돌면서 같이 놀아주곤 했다.

 

그리고 또 한해가 지났다. 2013년 이제는 내가 차로 출근할 때면 으레 같이 가는 줄 알고 문간에 나와 있기까지 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올 때는 문간에서 나를 반겼다. 그런데 가을이 되면서 유리의 몸이 서서히 마르기 시작했다. 좋아하던 사료도 먹는 양이 줄었다. 11월 어느 날 유리의 사료 통은 그냥 그대로 있었다. 다시 유리는 병원을 찾았다.  영양제를 맞고 돌아오는 날이 잦아졌다. 집에 오면 토하고 또 병원을 가길 여러 번. 어느 날 유리는 누워 꼼짝도 하지 못했다. 다시 아침에 병원에 가서 영양제를 맞았다.

 

그리고 저녁, 유리가 돌아오지 않자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의사의 말이 무겁게 들렸다. 간염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병원으로 달려갔다. 유리는 필자가 오기만을 기다렸는지, 병원에 도착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아내의 품속에서 숨을 거뒀다. 또 하나의 생명이 하늘나라로 갔다. 수의사는 유리가 복 많이 받고 갔다고 했다. 유리에게 준 우리의 정성이 유리를 행복하게 했었던 것 같다. 예쁜 관 속에 누워있는 하얀 천사 유리! 분홍색 옷 하나 걸치고 그렇게 하늘나라로 갔다.

 

우리가 반려견을 사랑하는 것은 그들의 무한하고 변함없는 애정과 반가움, 그리고 충성심이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에겐 욕심이란 없다. 그저 갖고 있는 털가죽이 재산의 전부고, 하루 먹이가 그들의 행복이다. 변함없이 주인을 맞이하는 마음은 우리가 그들에게서 배워야 한다. 말 못하는 짐승과의 교감에서 말은 필요 없다. 그저 오가는 눈길과 손길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줄 뿐이다. 아무도 없는 집에 왔을 때 반기며 달려드는 모습에서 나의 외로움은 없어지고 순수한 사랑만이 가득 했다.

 

유리가 죽자 애니는 다시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이미 11살이 된 애니는 우리 집의 전설이 됐다. 항상 건강하고 먹성이 좋아 11살에도 불구하고 튼튼했다. 순해서 어떤 강아지와도 잘 어울렸고, 양보심도 커서 다른 강아지와 싸우는 일이 없었다.

 

우리 집 터줏대감 애니는 외롭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제는 애니 하나만 키우면서 살겠노라 마음을 먹고 애니에게 모든 정성을 쏟아 부었다. 옷도 새로 사고 아파트 계단 오르기 훈련도 시키며 튼튼하게 키웠다. 강아지 나이 11살이면 사람나이로 66세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움직임이 점잖고, 느릿느릿 걷다가도, 주인이 오면 달린다. 달릴 때는 갈기가 휘날리며 마치 12년 전 어미의 모습을 빼 닮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로부터 이웃에 시집가게 된 한 아가씨가 돌보던 1살짜리 강아지의 새주인을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는 망설였다. 또 하늘나라로 보내는 괴로움을 당하기가 싫었다.

 

그러나 나이 많은 애니를 위해 우리는 큰 결심을 했다. 어떤 녀석일까? 그 강아지는 마치 시집가는 신부처럼 그동안 자기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가지고 우리 집으로 왔다. 1살 된 요크셔테리어 암컷이었다. 이름은 진주였다. 놀란 것은 주인아가씨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건강진단표, 치료기록까지 있었다.

하늘나라로 간 유리와는 완전히 다른 생활을 했던 것 같다. 나는 진주에게 마음에 상처를 주는 언행은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영리하고 애교가 많으며 순종하고 영리하기까지 했다. 애니도 진주가 좋은지 킁킁 냄새를 맡으며 주위를 맴돈다.

 

진주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건강진단을 받았다. 모든 면에서 건강상태가 월등히 좋다는 진단을 받았다. 통통 튀어 오르는 모습이 마치 공이 튀어 오르는 것과 같이 생기가 넘친다. 강아지 나이 1살이면 사람나이 13~14세의 청소년나이에 해당한다. 심심하면 노리개를 물고와 내손에 얹어주고 던지고 놀자고 한다.

 

애니와 진주 두 녀석과 지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매일이 즐거운 나날이다. 잠을 잘 때면 진주는 예외 없이 자기 집에서 잠을 잔다. 자기 전까지는 침대에서 나와 놀아주고 애니가 내 머리맡에서 잠을 청하면 곧바로 자기 집으로 향한다. 교육이 잘된 강아지인 것이 분명하다. 앉으라면 앉고, 안된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것 같이 꼼짝 않다가 꼬리치며 달려든다. 애니는 덩달아 좋아서 뛴다.

 

어느 날 애니와 잠을 자는데 꿈속의 안개 덮인 하늘나라에서 무언가가 나를 향해 오는 것이 있었다. 세 마리의 강아지. 엄마애니, 유리, 몰티즈 유리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엄마애니가 나에게 절을 하며 엎드린다. 그리고 말을 한다.

 

“아빠! 고마워요, 유리와 같이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엄마애니와 유리, 그리고 몰티즈 유리는 하염없이 뒤돌아보며 보며 멀어져가고 있었다. 애니는 내 품속으로 파고들며 새근새근 잠속에 빠진다. “애니야! 아빠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자!” 애니의 작은 심장의 고동이 나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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