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2 (금)

  • 흐림동두천 2.9℃
  • 흐림강릉 2.9℃
  • 흐림서울 5.1℃
  • 구름조금대전 5.7℃
  • 구름많음대구 4.9℃
  • 울산 4.2℃
  • 맑음광주 7.8℃
  • 구름조금부산 6.2℃
  • 맑음고창 3.8℃
  • 구름많음제주 12.3℃
  • 흐림강화 2.5℃
  • 구름조금보은 2.9℃
  • 맑음금산 2.2℃
  • 맑음강진군 6.5℃
  • 흐림경주시 3.0℃
  • 구름조금거제 6.9℃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충성심의 딜레마와 역설

URL복사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323)

우연인지 필연인지 대통령이 퇴출되며 세월호가 인양되었다. 이화여대 사태로 시작하여 청문회를 거치며 대통령 파면에 이르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한 단어가 생각난다. ‘사람’이다. 그 모든 곳에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 각자의 마음이 모여서 나타난 것이 이번 사태이다. 사람은 다양하다. 다양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칼포머는 그런 이유로 다양성이 인정받는 사회가 건강함을 주장하였다. 각자의 다양성이 획일화되면 사회가 경직되고 위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사람을 뽑을 때 기준이 충성이었다는 말이 들렸다. 유독 법조인과 군인이 많이 기용되었고 주변에 충성심이 높은 비선이 포진된 이유라고 들렸다. 결국 대통령의 실패는 한 마디로 ‘사람’과 ‘충성’이었다.


충성의 위험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왔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베스트셀러인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지막 부분의 토론 주제가 ‘충성심의 딜레마’이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사과와 일본이 사과하지 않는 이유를 비교하고 애국심이 지닌 두 가지 모습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최종적으로 그는 개인적 도덕성인 충성심과 전체 이익이 상반되는 경우를 ‘충성심의 딜레마’로 표현하였다. 또 다른 시각으로는 충성심의 역설이 있다. 충성심이 높을수록 잘못된 판단과 결정이 걸러지거나 바로잡히지 않고 그대로 정책실패 혹은 대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것은 역사 속에서 이미 수없이 경험하면서 탄생된 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워털루전투에서 나폴레옹의 패배이다. 그는 워털루전투 하루 전날에 연합군의 세력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자신의 군대를 반으로 나눠서 고지식하지만 충성심이 강한 그뤼쉬 장군에게 지휘권을 주고는 프로이센 패잔병을 소탕하여 연합군과 합류하지 못하게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워털루전투는 답보상태였고 나폴레옹은 그뤼쉬 장군 지원군이 간절했다. 이 때 대포소리를 들은 그뤼쉬의 휘하 장교들은 나폴레옹을 위한 지원 출병을 강하게 건의하였으나 그뤼쉬는 나폴레옹의 명령에 충실하기 위하여 지원을 포기하였다. 세계사는 이 순간을 고지식한 충성심이 주군과 국가를 망하게 하고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최고의 순간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새로운 명령이 없었다는 이유로 과거 명령에 고지식하게 충성하였다. 만약 그가 현장에 충실하였다면 유럽의 역사와 지금의 현대사도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다.


세월호 사건의 잃어버린 7시간의 비밀도 현대판 그뤼쉬들이 만들어낸 작품일 수도 있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그뤼쉬로 몰락한 점이다. 하지만 그뤼쉬를 선택한 이유는 전혀 다르다. 나폴레옹은 수많은 전투에서 유능한 지휘관을 모두 잃어버렸다. 그래서 무능하여 가늘고 길게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그에게 마지못해 지휘권을 주는 것이 불안하였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반면 전 대통령은 본인 스스로 그뤼쉬들만을 찾아서 선택한 것이 다르다. 그래서 전자는 파멸의 이유를 잘 알았지만 후자는 아직도 모를 수 있다. 일련의 사건을 보며 아이러니한 것은 ‘청문회 충성’이란 단어를 생각하면 이번 청문회에서 사람이 생각나지 않고 예전의 장세동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는 이번 청문회에 나온 사람들과 확연히 달랐다. 아니 지금 사람들이 그와 달랐다. 충성이란 말이 그에게는 어울리지만 이번 청문회 출연진들은 ‘고지식’이나 ‘교활’이란 단어를 생각나게 하였다. 역사 속에서 교활이 충성으로 포장한 경우는 무수히 많다. 역사는 충성, 고지식, 교활의 위험성을 누누이 경고하였다.


역사는 상식에 따라 흘러가길 요구한다. 하지만 역사는 상식보다는 우연이나 한두 사람의 개인적 소견으로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이 만들어낸 것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이다. 앞의 사건이 없었다면 뒤의 사건도 없었다. 세월호의 침몰이 없었다면, 이대 부정입학사건이 없었다면, 그뤼쉬적 충성이 없었다면, 교활보다 상식이 있었다면 역사는 바뀌었을 것이다. 비상식이 상식을 넘으려할 때 상식은 강한 저항을 한다. 그것이 역사의 자정작용이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재테크

더보기

2025년 국내증시 코스피 분석 | 금리사이클 후반부에서의 전략적 자산배분

2025년 12월 10일, 국내 증시는 다시 한 번 중대한 분기점 앞에 서 있다. 코스피는 11월 24일 저점 이후 단기간에 가파른 반등을 보이며 시장 참여자의 관심을 끌었지만, 이러한 상승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자산배분 관점에서는 현재 우리가 금리사이클의 어느 국면에 위치해 있는지, 그리고 그 사이클 속에서 향후 코스피 지수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를 거시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기적 자산배분 전략은 단기적인 매매 타이밍보다 금리의 위치와 방향을 중심으로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은 금리 사이클의 각 국면에서 어떤 자산이 유리해지고 불리해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2025년 말 현재 시장은 금리 인하 사이클의 B~C 구간 극후반부에 진입해 있으며, 이 시기는 위험자산이 마지막 랠리를 펼치는 시점으로 해석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산시장이 활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곧 이어지는 경제위기 C 국면은 경기 침체와 시장 조정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단계다. 따라서 지금의 상승 흐름은 ‘새로운 랠리의 시작’이라기보다 ‘사이클 후반부의 마지막 불꽃’이라는 인식이 더욱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