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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치과의사와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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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희 논설위원ㅇ

예전에 읽은 책 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책이 있다. 그 책은 네델란드의 유명한 화가인 요하네스 페르메이르가 그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작품을 모티브로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쓴 글이다. 이 작품은 어딘가를 몽환적으로 응시하는 소녀의 눈빛과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지어진 미소로 신비로움을 더하여 북유럽의 모나리자라고 불리고 있다. 소녀가 한 터번의 청색과 갈색 톤의 옷이 어두운 배경에 대비되어 뚜렷해 보이기는 하지만 귀에 한 큰 진주 귀걸이가 아니라면 조금은 단조로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주 귀걸이로 인해 그림은 시선을 소녀의 눈빛과 진주 귀걸이로 끌며 소녀와 진주 귀걸이와의 관계에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나이와 복장에 맞지 않는 진주 귀걸이 그리고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무언가를 말하는 것 같은 눈빛이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이렇듯 근사한 책을 쓰게 되었으리라.

치과의사는 좁은 입 안에서 1㎜를 다투는 진료를 하고 있다. 임플란트가 일반화되어 예전보다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근본적으로 작은 치아에 작은 보철물을 하며 그 결과를 나의 눈으로 확인을 하다보니 점점 더 소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도 같은 직종에 국한되기 쉽다보니 대화의 화제와 관심이 넓게 펼쳐지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치료하는 것은 구강 내 병소이지만 그 병소를 가진 건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결국은 구강 내 병소를 가진 사람을 치료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요즈음처럼 급변하는 진료 환경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좋은 진료를 하고도 나쁜 결과를 가져오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그림 속 진주 귀걸이만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치듯이, 입 안의 작은 병소로 그 환자를 이해할 수 있는 상상력을 가져야 한다. 때로는 우리가 치료하는 것은 구강 내 병소가 아니라 그 병소로 표현되어지는 환자의 마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치과대학의 교육은 구강 내 병을 진단하고 잘 치료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가족의 해체와 직업의 세분화에 의해 예전보다 소외감과 단절감을 더욱 강하게 느끼며, 발달된 여러 매체로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짐에 따라 정서적 불안을 경험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치과대학은 질병을 가진 인간을 보려는 노력이 미흡하다. 마음을 고쳐야 진정한 명의라는 말이 있듯 이제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과목을 기초 과목과 함께 배워야 한다. 심리학은 필수이고 간단한 철학과 인문학 강좌를 정규 과정으로 더하여 우리가 치료할 환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임상 위주의 교육만 보수교육으로 인정하는 현실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과와 직접적 관련이 없을지라도 환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그리고 치과의사들이 필요로 하는 주제라면 어떤 주제라도 보수교육 주제로 인정하여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처음 대학을 들어가는 순간부터 평생의 직업이 결정되기에 안정적일 수 있지만 이 때문에 사고의 편협함을 피할 수가 없다. 대학 시절 인문학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보고 한 문과대 학생이 한 말이 기억난다. 치과대학생이 무엇 때문에 이런 책을 읽고 있냐고. 그 때 나는 무어라 했던가? 아마 “문제는, 그 입을 가진 건 사람이기 때문이다”고 답한 것 같다. 우리 스스로 그리고 많은 다른 이들도 문과대 학생과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슈발리에처럼 우리도 입 안의 병소를 보며 환자의 건강과 마음을 함께 볼 수 있는 상상력을 키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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