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즐거운 치과생활

혼란의 시대에 잘 살기, 잘 살아남기

URL복사

문지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온 세상이 멈춘 것 같은 때에도, 그 덕분에 가능한 일들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는가? 예를 들면 자가 격리를 경험한 사람들이 너도 나도 뱉어내는 “아픈 것보다 혼자 있는 게 더 힘들었다”는 고백을 들으면서, ‘아,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구나’ 같은 깨달음을 갖게 된다든가. 원망하고 탓하는 거센 파도 가운데도 서로를 위하고 격려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잔잔한 감동처럼 말이다.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공개되던 공연이나 강의가 대중에게 미디어를 통해 공개되는 것도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필자 역시 이 기회에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심리학 강의를 청강할 수 있었다. 이름하여 ‘웰빙의 과학(The Science of wellbeing)’이다. 산토스 교수가 2018년에 시작한 이 강의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예일대 학생들 4명 가운데 1명이 들을 정도의 유명세를 누렸다. 강의에는 행복에 대해 우리가 잘못 갖고 있는 생각들, 행복할 거라고 기대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얼마나 엉터리 같은지, 어떤 것들이 우리들을 실제로 행복하게 만드는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좋은 집에 살거나 원하던 대학에 합격하면 행복할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 집에 살아보거나 그 대학에 합격해서 다니다 보면 우리는 금방 그에 적응하기 때문에 처음 기대한 것처럼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적응하게 될 거라는 걸 우리들은 새카맣게 모르고 있기 때문에 복권에 당첨되는 일 이후 아주 오랫동안 행복할 거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막상 복권에 당첨된 뒤에는 그 상태에 적응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몇 달만 지나도 행복감이 평균 수준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행복하고 싶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돈을 쓰는 것을 권한다. 왜냐하면 눈에 보이는 것에는 그만큼 적응이 더 빨리 되기 때문이다.

 

500만원짜리 시계를 살 것인가, 500만원짜리 여행을 갈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을 생각해 보자. ‘시계는 오래 가니까’라고 생각해서 시계를 택한다면,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행복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여행은 그 시간이 지나면 끝나버리기 때문에 적응될 틈이 없어서 기억 속에서 행복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


비교가 사람들을 얼마나 어리석게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하버드대 학생들과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한 유명한 연구가 소개된다. 5만 달러의 연봉과 10만 달러의 연봉 가운데 자기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당연히 많은 쪽을 택해야 하는데도, 그 똑똑하다는 하버드대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5만 달러 연봉을 선택한다. 왜일까? 내 연봉이 5만 달러일 때 다른 사람들은 연봉이 2만5천 달러이고, 내 연봉이 10만 달러일 때 다른 사람들 연봉이 20만 달러라는 조건을 두었기 때문이다. 두 배나 많은 수입을 포기할 만큼 사람들은 비교에 형편없이 약하다.


이 강의가 인기를 끈 이유 중에는 행복에 대해 연구 대상으로만 접근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행복해지는 연습을 하도록 숙제를 내준다는 것에 있다. 돈을 주고도 못 산다는 게 행복인데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연습까지 시켜준다니 혹하지 않은가? 그런데 매주 주어지는 행복의 연습들이 그렇게 대단한 것들이 아니다. ‘예일대학교’라는 태그가 붙으니 무언가 있어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옛날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들에 틀린 것이 없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교회 모임 등에 참석해 본 사람이라면 이미 수없이 들어봤을 법한 과제들이 주어진다.

 

첫 번째로 소개된 행복해지는 연습은 매일 감사 일기 쓰기다. 방법도 어렵지 않다. 매일 저녁 5~10분 정도의 시간을 내서 감사하는 것 다섯 가지를 적어보는 것이다. 엄청난 일도 좋고, 자잘한 일도 좋다. 그렇지만 실제로 ‘글로 적어야’ 한다. 주의를 기울여서 감사의 감정을 경험해야 한다. 스스로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면 고마운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 사람 이름을 적어보는 식이다.

 

 

그 외 행복해지기 위한 훈련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친절: 일상적으로 하던 것 외에 매일 하나씩 친절한 행동을 하기, 다른 사람을 실제로 돕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 사회적 연결: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내가 마음 쓰고 있는 사람들과 시간을 들여서 진정성 있게 연결하기. 연구 결과에 의하면 심지어 길에서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도 충분히 기분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와는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약간 불편하게 들리긴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길을 가는데 말을 시키면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약간 변형해서,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 평상시보다 더 친절하게 인사 한마디를 덧붙이는 정도도 좋을 것이다.


■ 마인드 컨트롤: 명상-우리 마음을 빼앗아가는 온갖 생각들로부터 주의를 돌려서 특별한 한 점(single point)에 집중하는 연습이다. 이 한 점에는 자신의 호흡, 신체 감각, 특별한 생각(감사합니다 또는 사랑합니다 같은) 등이 들어간다. 이 역시 하루에 10분만 시간을 투자해도 충분하다고 한다.

 

어떤가? 필자는 마치 수능 만점의 비결을 물었더니 학교 수업 열심히 받고, 예습과 복습을 충실히 했다는 모범 답안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강의의 처음과 마지막에는 현재 경험하고 있는 행복도를 점검해 볼 수 있는 간단한 자가테스트가 있다. 진료실에서 간단한 테스트를 할 때에는 그에 대한 신뢰를 엄청나게 보이는 필자도, 막상 나의 행복도를 점검하면서는 ‘과연 이렇게 임의로 체크하는 게 신뢰성이 얼마나 있을까?’, ‘처음 대답할 때나 나중에 대답할 때나 거기서 거기, 비슷하게 대답한 것 같은데?’ 같은 삐딱한 생각을 하게 됐다. 테스트 결과, 약간이긴 하지만 강의를 듣기 시작하던 초반에 비해 많은 영역에서 행복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왔다. 이것이 정말로 필자가 강의를 통해 더 행복해져서인지, 아니면 행복이라는 감각에 대해 조금 더 예민해졌기 때문에 나온 결과인지는 잘 모르겠다. 한편으로 행복에 대한 강의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것이 행복에 목마름을 느끼는 사회현상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과, 그럼에도 팍팍한 이 시대에 단순히 살아남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잘 살아남고 잘 살기까지 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잘 사는 것, 이것이 바로 웰빙이니까.

 

문지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맞는 말이라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재테크

더보기

미국증시 조정과 연준의 첫 번째 금리인하

조정받기 시작한 미국증시 3월말에 고점을 만든 미국증시는 4월 1일부터 3주 연속 하락했다. 지난주에는 50일 이평선을 하회하며 하루도 반등 못하고 매일 하락해서 미국주식 투자자들의 근심이 높아졌다. 다행히 이번 주는 20주 이평선 부근에서 반등에 성공해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지난 3월 14일에 기고한 칼럼에서 첫 번째 금리인하 시점이 6월이라 가정했을 때 4월 전후 주식시장 조정 가능성에 대해 미리 다뤄봤다. 기준금리 사이클 상으로 첫 번째 금리인하 전후에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 및 횡보구간이 나오게 되는데, 마침 3월 FOMC를 앞두고 그동안 강세장을 이끌어왔던 AI 대표 주식 엔비디아가 주당 $1,000을 앞둔 상황에서 큰 변동성을 보였다. 당시 S&P500 공포탐욕 지수도 극도의 탐욕에서 벗어나서 추세를 벗어나 점차적으로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의 단기 고점 가능성에 대해서 2주 전에 유튜브 영상을 통해 추가로 분석한 적이 있다. 필자는 대중의 심리 지표를 활용해 시장의 변곡점의 경로를 예상하는데, 공포탐욕 지수의 추세와 put-call 옵션 비율, 기관투자자들의 매수-매도, 거래량, 차트 분석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해 금리 사이클과 비교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