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간 치과계는 큰 혼란에 휩싸였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치과위생사협회, 대한치과기공사협회 등 주요 단체의 수장들의 자리가 사퇴 혹은 법원의 선거 관련 소송 인용으로 공석이 됐다. 심지어 수일 전 치위협의 경우 법원이 정한 변호사인 직무대행과 이사들까지 임기만료로 연장 없이 퇴임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7월 치른 치협 회장 보궐선거의 배경과 원인은 치과의사 인터넷 커뮤니티 덴○○○에 낱낱이 공개되었고, 협회의 개혁을 통한 발전을 기대했던 회원들이 이를 보고 갖게 된 복잡한 심경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다. 치협 회장 보궐선거 결과 당선된 박태근 협회장의 주요 공약은 ‘회장 사퇴의 직접 원인’인 갈등 야기 임원탄핵, 노사단체협약 파기, 정부 비급여 관리대책 원천 무효화 등이다.
10일 현재 우선 회원들은 17일로 예정된 비급여 진료비 자료제출 기한을 앞두고 협회장의 해결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여러 시도지부 및 분회 집행부 또한 치협의 명확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당선 다음날 열렸던 치협 7월 정기이사회에서는 주요 안건에 대해 논의가 되지 못한 상태다. 사안이 시급한 만큼 협회장이 보건복지부, 국민권익위원회, 국회 등을 방문하여 정부의 비급여 관리대책에 대한 치과계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는 입법이 되고 제도가 시행되기 이전인 지난해에 진행됐어야 더욱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비급여 진료비 공개 및 보고 의무와 관련한 법의 실행을 막을 수 있는 길은 헌법재판소 혹은 법원의 판단에 따른 관련법 개정, 폐기 또는 보완입법 뿐이다. 의과계의 대한개원의협의회와 서울지부 대다수 임원 및 회원들로 구성된 소송단의 헌법소원 및 가처분이 인용될 수 있도록 협회가 전방위로 지원하고 앞장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일단 연말로 미뤄진 환자들의 비급여 진료내역 일체(비급여 보고)를 정부에 제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치과계의 중지를 모으고, 각종 환자 단체들에게 이 제도가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여 국민의 소중한 개인정보인 비급여 진료 정보가 오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과거 1인1개소법 사수를 통해 의료영리화를 막았던 치협의 올바른 가치를 이어감이 타당하다.
협회 내부 재정비도 신속히 이뤄져야 할 사안이다. 집행부 개편은 신속히 진행돼야 조직 내 불신, 불협화음과 와해를 막을 수 있다. 직선제 선거를 치르는 수년 사이 치과계 내부 세력들의 대립과 다툼이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와중에 우리 회원들 입에 올리기 힘들 정도로 불편한 일들도 있었고, 감정의 골은 더욱 깊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과 감정의 골은 협회장과 임원 보직이 곧 ‘권력’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어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집행부 임원들이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진료하며 생업을 유지해야 할 시간을 희생해 회원들을 위해 회무라는 ‘봉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많은 부분에서 의혹의 눈초리보다는 이해의 눈빛으로 바라보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박태근 회장도 ‘탄핵’이라는 불편하고 불명예스러운 단어보다 ‘이해를 통한 사임’을 유도하고 상대방의 명예를 최대한 존중하여 화합과 상생의 포용력을 회원들에게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밖에 치협 노조와 관련하여 많은 자료가 회원들 사이에 공개되었고, 노사협약 체결 당시의 절차적 하자에 대해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작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누구보다 치과의사들의 생각을 잘 아는 직원들이 왜 무리를 했을까?’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많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논리도 회원들에게 공유하고 사안에 따른 회원들의 공감을 얻어내 노사협약에 있어 원만한 결과를 얻어내는 것 또한 앞으로 구성될 집행부가 해야 할 일이다.
회장 보궐선거를 치르면서 치과계는 이제 치협이라는 배가 난파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긴장된 시간을 보낸 바 있다. 그 긴장감을 잃지 말고 다들 심기일전하여 대승적 화합을 이뤄내자. 치과계가 바로 설 수 있도록 모두가 하나의 힘으로 결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