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불법개설기관(일명 사무장병원·약국) 폐해 사례집’을 발간한 바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17년 209개의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환수결정을 정점으로 다음 해인 ’18년 119곳, ’19년 119곳, ’20년 79곳, ’21년 43곳, ’22년 9곳으로 환수결정 대상기관의 숫자가 감소하고 있다.
불법개설기관은 계속 증가하여 피해 규모만 약 3조 4,000억원(’22. 3월)에 이르고 있으나, 사무장의 재산은닉 등으로 징수율은 6.02%에 그치고 있어,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하는데 환수 결정 대상기관의 숫자가 줄어드는 원인은 무엇일까?
소위 ‘검수완박’이라고 하는 형사소송법(이하 형소법) 개정안은 검사의 주요 범죄 수사권을 삭제했기 때문에 동시에 경찰관이나 특별사법경찰관(이하 특사경)에 대한 수사지휘권 또한 삭제되었다고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특사경의 직무 등을 정한 형소법 245조의10은 그대로 유지해 ‘특사경은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규정을 남겼다. 형소법에서 검사의 수사권을 삭제하고는 같은 법에서 특사경은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는다고 규정해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입법 당시 법무부 검찰국은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인정하는 타 법률과의 충돌로 법체계의 정합성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사의 노동관계 법령 수사권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등을 예로 들었다. 검찰청법과 형소법에선 검찰의 수사권이 삭제됐지만, 다른 법률들에서는 수사권이 살아있어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특사경의 지명 등은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하도록 하고 있어 형사사법체계의 운영 혼란이 가중되는 것이다.
의료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무장병원, 보험사기 등 보건의료 범죄는 경찰서로 고소, 고발도 가능하지만, 특사경 업무를 맡는 보건소 등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코로나19로 보건소의 업무가 과부하 상태였음을 고려하면 최근 대부분의 고발은 경찰서를 통해 이루어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혼란 속에 급박함을 다투는 타 분야 수사와 비교하면 보건의료 범죄 수사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 전체적인 경찰의 수사지연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져왔다. 수사가 지연되는 사이 해당 병원들은 폐업 등으로 증거 수집과 같은 수사를 원천적으로 방어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러한 혼란을 틈타 대형 사무장 치과 등이 여러 지역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 수가를 덤핑하여 환자들을 유혹하고, 허위청구로 의료질서를 무너뜨리는 등 국민건강권을 침해하는 상황이다.
그간 검찰의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이 어떻게 남용되었는지는 뉴스로 전해 들었으나 실제 경험해본 바는 없다. 하지만, 그 이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입법 등 혼란스러운 와중에서 내 주변의 보건의료질서가 무너지는 양상은 의료인인 이상 직접 보고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다.
국회는 정치적 논쟁을 떠나 검찰이 범죄자에 대해 수사권을 국회의 표현을 빌어 남용하는 것을 막고, 경찰과 특사경들에 대해 수사를 지휘하는 것을 막은 이후 보건의료 분야뿐 아닌 민생 분야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업계는 ‘보험사기’에 대한 직접 고발접수라는 칼을 빼들었다. 이를 빙자하여 보험업법 등을 통해 보험금 지급을 막기 위한 꼼수 입법이 추진될까 우려된다. 막상 9월 보험업계가 발표한 지난 3년간의 보험사기 혐의 신고 3,732건 중 수사의뢰는 20건에 불과하다. 데이터로만 봐도 실효성 있는 범죄수사 전문가의 수사지휘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피해자의 입장에서 수사가 잘못된 부분에 대해 재검증받고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검찰이라는 존재가 없어진 빈자리는 너무 커보인다. 법무부는 이미 특사경에 대한 수사지휘에 관해서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던 만큼 보건복지부 등의 특사경이 보건의료질서를 제대로 확립할 수 있도록 검찰이 수사지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해주길 바란다.
헌법재판소까지 찾은 이 논쟁이 명분이 아닌 국민의 피해를 막는다는 관점에서 빨리 정리되어 우리 사회가 진일보 발전해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