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치협과 경기도치과의사회의 휴진 동참에 관한 문자를 받아보았다. 5월에 휴일이 많은 관계로 휴진의 동참이 어려워서 평소보다 일찍 마치고 여의도 궐기대회 현장으로 향했다.
단체장들의 발언과 함께 진행된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지망생인 대학생의 발언이 마음에 와닿았다. 소수 직역의 업무를 찬탈하는 간호법이 통과되면 학생들의 일자리를 누가 지켜줄 수 있느냐는 생존권 차원의 내용이었다. 젊은 세대들의 취업문제라는 면에서 공감이 되었다.
1시간여 진행된 행사를 지켜보면서, 그동안 치과의사들 사이의 기류가 다소 미묘했던 상황이 떠올랐다. 13개 보건의료 단체의 주장은 ‘간호법과 면허취소법 철폐’이고, 치협의 문자 내용은 ‘면허취소법 및 간호법 철폐’로 그 순서가 다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소속 지부인 경기지부의 문자만 해도, 5월 9일에는 ‘의료인 면허취소법 및 간호법 관련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궐기대회’로 안내하였고, 11일 당일에는 ‘의료인 면허취소법 반대 규탄대회 동참 요청’의 제목으로 문자가 발송되었다. 한편 서울지부가 5월 정기이사회에서 채택한 성명서를 보면, 간호법을 제외하고 면허박탈법에 관한 내용만을 언급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필자의 짧은 관점으로나마 돌아보면, 치과계 언론지와 의과계 언론지 기사의 단어사용이나 논조도 약간의 차이가 있었고, 일반 대중언론지의 칼럼이나 기사들은 정치적 이해관계로만 해석되는 경향이 많았던 것으로 보였다. 또한 내용적인 측면으로는 ‘지역사회’라는 단어의 사용이 함축하는 문제와 소위 소수직역의 업무범위 침범에 관한 부분이 쟁점으로 보인다.
치협 정관에는 제2조 치협의 목적으로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본 협회는 국민보건향상을 위하여 치의학, 치과의료 및 공중구강보건의 연구와 의도의 앙양 및 의권의 옹호, 회원간의 친목과 복지를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즉 ‘국민보건향상’이 가장 먼저 언급되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치과의사로서의 사명감이나 책임감을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명제이다.
한편 2021년 3월 25일 발의된 간호법안에 대하여 당시 발표된 간호조무사협회의 입장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었다.
한편, 간호협회는 세계 90여개 국가가 독자적 간호법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간호인력에 관한 법률을 두는 해외 국가들은 보건의료체계 전반을 규율하는 상위법 아래 의료계 내 타 직역인 의사, 치과의사 등에 대해서도 개별법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 중략 ---
따라서 간호에 관련한 사항을 별도의 법률로 제정하는 방식이 법률적으로 더 발전된 형태라 판단할 근거를 찾기 어려우며, 간호서비스 질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더구나 현재 발의된 간호법안은 현행 「의료법」과 비교하여 법체계뿐만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발전된 형태라 보기 어렵다.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각 직역은 물론 각 개인도 이해관계의 측면이 다원화되고 있다. 어떠한 선택이 절대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판단하기도 힘든 지경이다.
그러나 우리 치과의사들의 내면에 잠재된 생각들은 이미 어느 정도가량 표출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치협의 정책적 노선은 치과의사 개인들의 의견이 모여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한 과정일 것이다.
16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재의요구권(거부권)이 의결되었다. 이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윤 대통령은 “국민 건강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며 “정치 외교도, 경제 산업 정책도 모두 국민 건강 앞에는 후순위”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관에 명시된 치협의 목적인 ‘국민보건향상’과 동일한 내용이다. 이와 같은 대의명분 자체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간호법’에 관한 갈등이 쉽게 봉합되리라고 예상되지는 않아서 걱정인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치협의 ‘간호법’에 관한 동참은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다수 치과의사들이 마음속으로 불안했던 사안인 ‘면허취소법의 보완‘으로 방향을 선회하여 치협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치협의 전략적인 선택이 요구되는 시점이고, 다수 회원들이 여론을 주체적으로 조성해준다면, 대내외적으로 부드러운 선회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