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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칼럼

[치과신문 편집인 칼럼] 치과계만의 문화유산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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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호 편집인

지난 5월 촉촉하게 비가 내리던 날에 서울시치과의사회(이하 서울지부)는 원로회원 초청간담회를 ‘5년 만의 재회’라는 주제로 개최하였다.

 

서울지부 역사의 산증인이자 치과계의 역사 그 자체인 여러 선배님을 모시고 고견을 청취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여파로 2019년 이후 잠정 중단하였다가 5년 만에 다시 만나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봄비와 함께 고즈넉한 고궁을 치과계 선후배가 함께 걷는다는 것은 역사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서울은 ‘고궁의 도시’답게 모두 복원이 잘 되었지만, 이 중에서도 창덕궁은 유일하게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500여년 조선 역사에서 실제로 임금이 거처한 기간이 가장 길고 임진왜란 때 소실된 궁을 선조 38년에 재건을 시작하여 1609년 주요 전각을 복구하며 정무를 다시 볼 수 있었다. 원래의 설계도가 소실되지 않고 온전히 보존된 상태에서 설계도대로 복원이 잘 되었다고 하니 역사 속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을 더욱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유구한 역사 속에서 기록과 보존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

 

통상적으로 궁궐의 주요 건물은 유교 예법에 맞는 중심축과 도형적으로 질서정연하게 배치되어야 하지만 창덕궁은 정궁인 경복궁과 근본적으로 다른 모습이다. 자연 지형을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이용하여 자리를 잡아 자연의 곡선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창덕궁만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에 원로 선배님들을 5년 만에 다시 모시면서 가장 크게 다가왔던 것은 ‘항상 이 자리에 계셨던 선배님이 이번에는 안 오셨구나’라는 사실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부득이하게 단절됐던 세월은 치과계 역사의 단절된 시간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치과계 역사를 다시 연결하여야 한다. 5년 동안 바뀐 선배님의 동정을 구회를 중심으로 정리하고 단절된 시간을 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치과계를 만들어 오신 선배님 각자가 우리의 역사이고 기록이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선배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또 한 번 놀란 점은 치과를 정리하고 진료를 안 하고 계시는 지금까지도 치과계 현안에 관심이 많고 너무 잘 알고 계신다는 사실이다. 치과계 전문지 각각의 기사뿐만 아니라 칼럼까지도 속속들이 읽고 파악하고 계시면서 날카롭게 질의하시는 모습에서 치과계를 향한 선배님들의 애정이 더욱 느껴졌다.

 

내년이면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서울지부 100년의 역사 기록을 위한 발걸음도 시작되었다. 박용호 편찬위원장을 비롯한 16명의 편찬위원은 1925년 한성치과의사회를 발족시켰던 우리의 역사를 기록하고 후대에 이 역사의 기록을 넘길 것이다. 서울지부 역사는 1995년 70년사를 시작으로 10년 단위로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회원 대부분이 우리에게 회사(會史)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관심도 부족하다.

 

한 개인의 가정, 직업, 사회생활 전부가 나름의 역사가 있듯이 치과의사인 우리도 각자 개인의 역사가 있을 것이다. 100년사편찬위원회와 100년사 발간을 위한 서울 각구 임원 초청 역사포럼에서 박용호 편찬위원장은 “치과의사인 나는 누구인가?”, “치과의사로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바 있다. 바쁜 일상생활에서는 잊고 있지만 우리가 열심히 살아가는 매일이 개인 역사의 기록일 것이다.

 

개개인의 역사가 모여 치과계 전체의 역사를 이루는 것이다. 그래서 선배님 한분 한분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기록이 모여 치과계 역사가 되는 것이다. 이번 원로회원 초청간담회는 선배님 한분 한분이 우리의 역사이고 기록이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한 자리였다. 모든 선배님이 건강하게 오래도록 만남을 계속해 서로의 유대감을 깊게 하고 회무와 치과계에 직접 참여하실 수 있길 바란다. 앞으로도 치과계 전체와 후배들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시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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