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0일 국회둔치주차장에서부터 국회의원회관까지 가는 길, 일기예보는 장맛비를 예고했지만, 아스팔트 열기가 대단했다. 의원회관 내부에 들어가서는 국회 출입 명찰을 받는 줄이 제법 길었다. 그리고 의원회관 내 많은 행사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매우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외부의 열기만큼이나 느낄 수 있었다.
‘국립치의학연구원 천안 설립 촉구 정책토론회’가 열리는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도 참석자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제1세미나실 앞자리의 푹신한 소파에 자리가 5개 비었다고 말하면서 함께 움직이는 모습에서, 천안시 지역구의 시민들도 많이 참석한 것으로 보였다.
천안시 지역구 국회의원 세 분과 충청남도 부지사, 천안시 부시장 등이 참석하기 때문에 지역 현안을 응원하는 천안시민들의 관심이 뜨거운 만큼 이번 국회 행사를 통한 국립치의학연구원의 대국민 홍보 효과는 분명히 높다고 평가하고 싶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일반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는 것은 수백억원의 국비를 사용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천안 설립 촉구’라는 행사 명칭과 같이 천안에 설립해야 하는 당위성은 대통령 지역공약이라는 점과 편리한 수도권 접근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지난 6월 22일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 유치를 위한 심포지엄’에서는 ‘수도권 집중과 지역 발전의 과제’라는 내용을 주제발표로 진행하면서 지방 유치를 강조했던 경우와는 다른 명분이었다.
그리고 대구에서는 지정보다는 공모가 공정하고 투명한 방법이라고 주장한 반면, 천안은 공모를 통한 유치경쟁으로 불필요한 행정력이 낭비되지 않도록 보건복지부 사전타당성 용역에 천안이 명시될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의 필요성, 시급성, 발전 방향에 대한 발제 연자인 이재일, 권긍록 교수도 천안 설립 촉구에 대해서는 다소 조심스러워하면서 국립치의학연구원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최근 지역치과의사회 간 유치 열기 때문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조금 우려스러웠던 것은 보건복지부 구강정책과장의 토론 발언에서였는데, 그동안 조심스러운 내용이었던 관련 근거법의 ‘설립할 수 있다’라는 문구를 직접 언급한 것이다.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의 법적 근거인 ‘보건의료기술진흥법’ 개정안에 명시된 내용이 ‘설립한다’가 아닌 ‘설립할 수 있다’라는 자구가 아마도 천안 설립 촉구를 원하는 분들은 물론, 대구, 부산, 광주, 전주 유치를 소망하는 분들마저 불안하게 했을 것이라는 걱정이다.
그러나 이어진 대한예방치과구강보건학회 정세환 회장의 발언으로 다소 안심이 되었다. 우리 신체 중에서 매우 미미한 부분이 구강이지만, 구강으로부터 시작되는 각종 기능이 신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연구 결과가 그동안 많이 발표되었고, 구강 건강이 삶의 질 향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중요하다는 내용으로 발표가 시작되었다.
현재 활동 치과의사가 3만명에 가깝고, 연간 치과 진료비가 선진국 수준으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충치, 잇몸병, 다수 치아 상실로 고통받는 국민들이 많다는 점, 치의학 분야 정부 R&D 예산이 보건의료분야의 2%임에도 불구하고 치의학 산업이 매우 성장했다는 점 등의 현재 상황을 설명하면서, 국립치의학연구원이 연구기획의 컨트롤타워로서 자리 잡는다면,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인의 구강건강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또한 최근 지역 간 유치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산·학·연 협력과 융합에 적합한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으로, 기존 유치경쟁 중인 지역 이외에 서울과 강원도도 들었는데, 이는 과열 경쟁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였다.
결론적으로 국립치의학연구원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 구강건강 향상’임을 항상 염두에 두고, 법적 근거가 확보되기 이전에 힘을 모았던 치과계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당일 행사장에 직접 참석했던 필자는 이해하고 싶었다.
아울러 방법론적으로는 연구원 설립 소재지 지역을 다소 슬림화하고,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을 모두 아우르는 지역 네트워크 협력의 산학연협력과 융합을 구상하면서,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준비 과정에 중장기적인 분원 또는 센터까지 염두에 두자는 제안을 하였던 점이 특별하게 기억으로 남았다.
지역의 정치인들과 연계하면서 자기 지역으로 유치하고자 하는 선의의 경쟁을 통하여 일반 국민들에게 국립치의학연구원의 필요성이 전파되는 긍정적 효과를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설립할 수 있다’라는 다소 불안정한 명시를 고려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즉 우리 치과계의 궁극적 목표는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으로 ‘국민의 구강건강 향상’을 이루는 것이다. 어느 지역에 설립되는가의 부분은 전술적 차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전략이 투철하다면, 전술은 유연해진다’라는 문구를 기억하자고 제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