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8 (토)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1.9℃
  • 흐림서울 16.8℃
  • 흐림대전 17.3℃
  • 흐림대구 16.8℃
  • 구름많음울산 18.8℃
  • 흐림광주 18.8℃
  • 흐림부산 19.5℃
  • 흐림고창 19.3℃
  • 제주 19.1℃
  • 흐림강화 14.6℃
  • 흐림보은 16.2℃
  • 흐림금산 16.8℃
  • 흐림강진군 18.4℃
  • 흐림경주시 16.8℃
  • 흐림거제 19.1℃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치과신문 논단] 개원의 시작과 은퇴는 언제?

URL복사

박용호 논설위원

지난해 겨울, 난생처음 소장(訴狀)을 받았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법원에서 발송된 두툼한 등기서류에 인쇄된 ‘피고인 박용호’가 생경하게 보였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그동안 내 자리 하나 못해놓고 뭘 했나 자괴감도 든다. 10년 전부터 재건축 정보가 돌더니만 조합에서 영업배상 감정평가를 거친 후 퇴거 시한을 지정해 압박한다. 그 기한 내에 나가면 명도소송을 취하한다지만 불쾌함은 어쩔 수 없다. 변호사 사무장이 자기네 맡겨주면 배상액도 늘리고, 퇴거기한도 연장 가능하다고 권유해서 솔깃하기도 했다. 착수금 400만원에 기본 6개월 연장 시 성공보수 400만원이란다. 주변에 이미 철거 후 건축이 시작된 곳도 있고 군데군데 공가처리 된 상가와 출입금지 표지로 썰렁하다. 단골 환자들도 치과가 어디로 가느냐, 언제까지 하느냐며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차제에 쿨하게 은퇴하고 봉사할까? 5년 전 출판기념회를 하며 70세까지만 하자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절묘하게 그 시점이 재건축 돌입과 딱 맞은 것이다. 막상 내 문제로 닥치니 생각이 많아졌다. 선배들께 자문을 구하니 여행과 취미로 노는 것도 힘들고, 아직은 아까우니 좀 더 해보란다. 한 동기는 본인이라면 그만둔다고 하고, 다른 동기는 조금이라도 미련이 남으면 더 하란다. 신세대 취향에 맞게 인테리어를 꾸며 좀 하다가 후배에게 넘기라고 조언하는 동기도 있었다. 사회 지인들과 고교 동기들은 자기 입장에 따라 갈린다. 고마운 충고들을 듣고, 장고에 들어갔다. 이전 개원은 엄두가 안 난다. 근처는 재건축으로 황폐화되니 망설여지고, 제3지역은 신참도 아닌데 격에 안 맞고, 공직은 뜻이 있건만 자리 자체가 희귀하다. 조석으로 생각이 바뀐다.

 

참, 인생이 금방이구나. 40년 전 신경외과 군의관 선배가 “박대위, 여기 소아과 건물에 치과 개업 자리 나왔는데, 한 번 가보라”고 의사신문 토막광고란을 찢어줬다. 그 인연으로 자리 잡아 일하며 토요일 오후 루틴으로 근처 개화산 산책을 즐겼다. 집에 가지고 갈 가운과 세탁물이 새삼 연민이 되어 눈에 들어온다. 이게 그간 행복이었구나. 내일 오후엔 집사람의 다림질 정성이 더해질 것인데. 그 루틴을 단절할 때가 왔다고 생각하니 울적해졌다. 어젯밤, 학생 때 유도선수였던 동창의 부고 소식을 접한 탓인가. 제일 두려운 것은 은퇴하면 닥칠 무력감이었다. 진료능력이 치과의사에겐 권력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를 포기하기가 두려웠다.

 

20여 년 전 사석에서 농담과 우스갯소리를 잘하는 선배가 계셨다. 개원 정년이 언제냐는 이야기에 그 선배는 대뜸 “그만두긴 뭘 그만둬? 이 빼다 죽으면 순직이고 영광이지.” 그때는 그 말이 거칠고 우악스럽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아니다. 암만해도 중간 단계가 필요한 듯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도 가고 싶다. 그런데 통찰해보니 계속 일하면 죽을 때 ‘뭘 그리 열심히 일했나’ 후회할 듯하고 그렇다고 일을 안 하면 놀기 힘들어 접은 것을 후회할 듯하다. 어차피 행동하는 것이 인간이고, 살아있는 것인데 그래도 무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올해 치협 총회에 몇몇 지부에서 회비면제자 연령을 현행 70세에서 75세로 변경하는 안건이 올라왔다고 한다.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정작 필자가 그 연배에 이르니 추세가 당연하다는 느낌이다. 그럼 은퇴 적정연령도 75세가 아닐까. 그 이상은 후배들에게 재정의 누를 끼치니 불편할 듯하다. 그전에는 이 제안이 각박하고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고령화, 수명연장에 따른 당연한 조치다. 강서구치과의사회에서도 몇 년 전 이 문제로 회장단이 원로들을 초대해 간담회를 열었다. 재정압박이 되고, 이익충돌이 된다는데 무슨 말을 하겠는가. 별 이견이 없었다. 상갓집에 가서 다들 자기는 죽지 않을 듯이 죽음을 남 얘기하듯 한다. 다들 자기는 은퇴 안 할 것처럼 일하지만 은퇴를 공부해야 현재가 진지해지지 않을까. 고민이 길어진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재테크

더보기

밸류에이션 지표로 본 S&P500, 역사적 고평가 구간에 들어서다

최근 미국 증시는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보이고 있다. AI 관련 빅테크 기업들이 주요 지수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으며, 각종 지표들이 과거 어느 시기보다 과열된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금리 인하 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르고 연준의 통화정책이 완화 국면에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러한 고평가 국면이 지속된다면 자산배분 투자자의 리밸런싱 전략 수립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S&P500의 밸류에이션을 판단할 때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네 가지 주요 지표는 PSR(주가매출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PER(주가수익비율), 그리고 연간 배당수익률이다. 각 지표는 시장의 기대 수준, 기업의 실적, 그리고 주식의 내재가치를 서로 다른 시각에서 보여준다. 이 네 가지 지표를 종합해보면, 현재 미국 증시는 2000년 IT 버블이나 2021년 팬데믹 당시의 고점보다도 더 과열된 상태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PS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매출액으로 나눈 값으로, 주식이 실제 매출 규모에 비해 얼마나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PSR은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IT 버블 당시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