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 로비에 마음 깊은 곳까지 포근하게 감싸주는 클라리넷 연주가 울려 퍼졌다. 여러 명이 연주하는 클라리넷이 하나의 화음을 만들고, 따뜻한 힐링 음악이 돼 장애인치과병원의 환자들과 의료진을 다독여주었다. 장애인치과병원은 물론 요양원, 나눔 콘서트 등 음악으로 행복을 전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클라리넷 하우스 앙상블’. 단장을 맡고 있는 정해산 원장을 만났다.
취미로 시작한 음악이 나눔의 매개로
“학창시절에 따로 악기를 배운 적도, 배우려는 생각도 없었던 것 같아요. 치과대학을 다니며 힘들고 지칠 때 클래식을 즐기는 정도였죠. 졸업 후 평범한 개원생활을 이어가다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대학원에 입학해 공부를 다시 시작했는데요. 치과 운영과 학업을 병행하는 게 생각보다 큰 부담이더라고요. 이때 다시 클래식을 즐겨 듣기 시작했어요. 클래식은 저에게 정말인지 큰 힘이 됐습니다.”
박사과정을 마친 정해산 원장은 곧바로 클라리넷을 배우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두 차례 받던 레슨에 아쉬움을 느낀 정해산 원장은 비슷한 사람끼리 함께 연습하고 공연할 수 있는 연습실을 찾게 됐다.
“연습하던 동료들과 정기적인 연주회를 갖곤 했습니다. 연주회가 거듭될수록 단순히 우리 실력을 뽐내는 행사처럼 느껴졌어요.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는 이야기처럼 우리가 음악과 연주를 통해 얻는 행복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습실 동료들도 공감하더군요. 연주봉사단체 ‘클라리넷 하우스 앙상블’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클라리넷의 고운 음색으로 ‘힐링’이 되길
2011년부터 정해산 원장이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클라리넷 하우스 앙상블’은 20여명의 단원으로 구성돼 있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클라리넷 앙상블을 알리겠다는 뜻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연주로 ‘힐링’을 해주겠다는 목표가 최우선이다.
크고 거창한 연주회보다 찾아가는 작은 음악회,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전달할 수 있는 무대라면 어디든지 나섰다. 복지시설이나 요양기관을 방문하는 것은 물론, 재능기부 콘서트 등에도 적극 참여했다.
“언젠가 병원 로비에서 연주회를 하고 있을 때였어요. 환자들과 직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더군요. 연주가 시작됐을 때 무표정 했던 사람들의 표정이 떠날 때는 환해지더라고요. 우리의 연주가 미소를 되찾아준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해졌습니다. 클라리넷의 맑고 고운 음색이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정해산 원장은 누구나 힘이 들 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한 번 쉬어갈 수 있는 휴식과 회복의 시간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가 단순한 취미로 시작했던 클라리넷 연주가 어느덧 많은 이에게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꿈꾸게 하는 ‘힐링’의 의미로 다가서고 있는 셈이다.
정해산 원장은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주회를 하고 싶다고. ‘클라리넷 하우스 앙상블’이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에서 정기연주회를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다.
“물론 병원 로비는 공간이 비좁아 연주에 적합한 장소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만큼 환자들과 가까이 설 수 있고, 함께 호흡할 수 있기 때문에 만족합니다. 관객 수가 적다구요? 아닙니다. 아직 우리의 연주를 더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정해산 원장의 ‘클라리넷 하우스 앙상블’ 연주가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의 선율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희수 기자/G@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