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님이 교정과로 접수된 환자 불만을 응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오전에 진료받은 환자 어머니가 전화해 추가 비용에 대해 들어본 적 없는데 갑자기 덤터기를 썼다는 내용이었다. 개원의 시절에 종종 겪던 일이었지만 수가표에 따라 수납하는 대학병원에서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개원의 때는 환자에게 비용을 설명하고 모두 서명을 받았지만, 대학병원에 근무하고부터는 설명하면서 차트에 적어놓고 따로 서명을 받지 않았다. 내원 당시 환자에게 설명했었다는 차트를 보내주니 “차트는 병원에서 기록한 것이니 믿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장시간 대화 끝에 환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것을 여러 번 사과하고 마무리했다는 실장님은 지친 모습으로, 앞으로는 서명을 받는 방법을 강구해야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들으면서 또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2008년 리먼사태가 터지고 이와 유사한 환자 불만이 증가했던 경험이 있다. 사회 전반의 경제 사정이 매우 어려워지면서 비용으로 인한 불만이 증가하면서 비용설명서를 만들고 서명을 받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차팅은 네가 한 것’이란 말은 본인도 알고는 있지만, 객관성을 무시하고 자신의 주장을 고수해야 할 만
서울 그 아래 2022 / Seoul Nikon Z9 | 24㎜ | F4 | 4sec | ISO-64 / http://instagram.com/hansol_foto 용산구 보광동의 저녁. 작은 집 사이 골목은 주황빛 조명으로 빛이 났고 그 색은 점점 짙어져 갔다. 마을 뒤편의 남산타워만이 이곳이 서울임을 알려 주는 듯했다. 오한솔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졸업 더블루체어치과 원장 [주요활동] 니콘이미징코리아 공식 지원작가 CLUB:N 앰배서더 제24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금상 National Geographic Traveler 한국판 촬영 2018 개인전 ‘COSMOPOLITAN’ Gallery NAMIB 2020 개인전 ‘COMPLEX-ITY’ 갤러리탐 탐앤탐스블랙 청담
치과의사로서 개원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 보통 선배들에 이끌려 회무를 하게 된다. 아마 대부분 회무하는 분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동문 선후배, 지역 선후배 등으로 엮인 인간관계에서 어찌하다보니 임원도 하게 되고, 회장도 하게 되고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회무를 막상 시작하다보면, 선배들은 변화를 주저하기 마련이고, 후배들은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이런 새로운 시도들은 우리의 정관, 규정, 제반 법규에 맞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고, 실제로 이러한 행동 및 요구가 규정을 위반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변화와 치협이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분들이 다년간 회무를 통해 사고와 행동이 담금질 된다. 약간은 변화되고 어느 정도 세련돼지면서, 후에는 훌륭한 치과계의 리더로 성장한다. 만약 우리가 어떤 회의를 하는데, 누군가가 비공식적으로 녹음을 하고 있고, 그 내용을 나중에 문제 삼는다면? 또는 토론 중간에 나오는 덜 세련된 의견을 밖으로 유출해 문제 삼는다면 어느 누가 생산적 회무를 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이 그저 기우일까?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협회 내부자료가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 내부자료를 우리끼리 서로 확인차 같
지난 3일 식약처는 2021년 의료기기 무역수지가 전년대비 약 44% 상승해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의료기기 생산실적 상위 10개 업체 중 3개, 수출 상위 10개 업체 중 4개가 치과계 기업이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치과계 기업들의 실적에 힘을 입어서인지,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서울시치과의사회(이하 서울지부) 창립 제97주년 기념 국제종합학술대회 및 제19회 국제치과기자재전시회(이하 SIDEX 2022)에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비정부·비영리 단체로 전 세계 100만명이 넘는 치과의사를 대표하는 세계치과의사연맹(FDI World Dental Federation·이하 FDI) 반야햐(Ihsane Ben Yahya) 회장이 방한하기로 해 화제다. 서울지역 치과 개원의 4,500여 명으로 구성된 서울지부는 20여년 전부터 주요 사업으로 치과 전시산업을 시작했다. SIDEX를 국내 치과관련 전시회 중 가장 크고 발전적이며, 세계 8대 치과전시회 중 하나로 발전시켰고, 올해에는 코엑스 행사 규모 중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인 200여개 업체, 1,015 부스 규모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의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세종의 하태헌, 이정은 변호사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실손의료보험 등에 가입한 환자의 부탁으로 진료기록을 수정해주거나, 사실과 다른, 즉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주게 되면 어떠한 문제가 생기는지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치과 분야에서 빈번히 문제가 되었던 것은 임플란트 수술입니다. 통상 인접한 부위에 여러 개의 임플란트 식립을 하는 경우, 환자 편의를 위해 하루에 임플란트 및 치조골이식 수술을 동시에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일부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보험 규정상 수술보험금은 1일 1회에 대해서만 지급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1회의 수술로 여러 인접치아에 대해 수술을 하게 되어도 1회 분의 보험금만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하루에 수술을 했음에도 이를 여러 날에 걸쳐 수술을 한 것으로 진료기록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하는 환자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담당 치과의사로서는 단순히 날짜만 바꾸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여 이러한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사실관계 치과의사인 피고인은 환자 A의 #44, #46 치아의 임플란트 수술 및 치조골 이식을 동시에 진행하였음에도 이를 이틀에 걸쳐 하루는 #4
최저가 미끼상품의 진실 아파트 인테리어를 예로 들어보자. 공사 시작 전 여러 미팅도 하고 견적을 뽑은 후에 나름대로 신중하게 업체를 선정하고 공사에 들어가지만, 실제 뜯어내 보면 바닥 배관이 어떻고, 사시나 천정상태가 어떻고 해서, 처음에 예상했던 금액을 훨씬 초과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하지만 이미 시작한 공사고, 인테리어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업체의 의도대로 이끌리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는 꼭 인테리어 업체의 잘못은 아니다.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에게 평생에 걸쳐 무조건적인 후원을 했던 구엘 백작과 같은 그런 낭만의 시대가 가고, 이제 우리는 타일 한 장 유리 한 칸에도 가격표를 붙이고 검토한다. 문제는 눈에 보이는 항목에는 그토록 철저하건만, ‘신뢰와 전문성’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는 오히려 둔감해 진다는 것이다. ‘김박사, 내 몸은 자네에게 전부 맡기겠네’ 이런 낭만의 시대가 지나고, 진료항목별로 최저가를 표방하며 환자를 모으는 병원의 현실은 어떨까? 1. 양으로 해결 병원 입장에서는 진료비가 낮으니, 그 양을 늘려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위내시경을 예로 들어보면, 단위 시간당 검사하는 환자
“저 사람은 사이코패스 기질이 다분해” “아니야, 내가 보기엔 사이코패스보다는 소시오패스 같아” 정신과 진단에 사용되는 전문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흔하다. 기분이 오르내리는 상태를 말하는 ‘조울증’이라든지, 기억이 깜빡거리는 걸 표현하는 ‘치매’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처럼 갑자기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상당히 ‘적확하게’ 쓰이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무슨 얘기냐면, 남들(또는 본인)이 조울증 같다 해서 조울증인 사람은 흔치 않은 반면,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실제 진단기준에 상당히 부합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정신과 질환을 진단하는 기준인 DSM-5(진단 및 통계 편람5)에는 사이코패스라는 진단은 없다. 그와 제일 가까운 진단명으로는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꼽을 수 있다. 그럼,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진단 기준을 살펴보자. 진단기준이 꽤 길어서 읽어 내려가는 동안 복잡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어둠의 세계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금방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반사회성 인격장애는 조직폭력 중에서도 비교적 아래 계단에 있는 분들을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욱해서 치고받고 싸운 뒤 경찰서에
남성갱년기의 정의 남성에서는 여성의 폐경기처럼 생리가 중단되고 갑자기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과 같은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30세 이후부터 연령증가에 따라 혈청 남성호르몬 수치가 지속적으로 서서히 감소하며, 젊었을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성호르몬 결핍상태에 놓이게 된다. 남성다움을 잃게 되고 남성호르몬의 표적장기인 뼈, 근육, 중추신경계, 생식계에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부분적으로 남성호르몬 감소와 관계가 있다. 50대 남성에서 신경과민, 우울증, 기억력감퇴, 집중력감퇴, 쉽게 피로해짐, 불면증, 현기증, 안면홍조, 발한, 성욕감퇴 증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여 이러한 현상을 ‘남성갱년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증상은 일부 남성에서만 일어나므로 적절한 용어로 볼 수 없다. 또한 여성의 폐경기에 대칭적 용어로 ‘남성폐경’이란 용어도 남성갱년기를 적절히 대변할 수 없다. 몇몇 학회에서 제시한 partial androꠓgen deficiency in aging male(PADAM), androgen decline in aging male(ADAM), late-onset hypogonadism(LOH) 등의 용어도 남성갱년기를
토요일 오후의 동대문 인근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분주히 흐르는 시간을 뒤로하고 한적한 느낌의 골목 안 건물 5층으로 들어섰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무료치과진료봉사로 외국인 근로자들을 맞이하는 이곳은 ‘함께 아시아’ 사무국이다. 함께아시아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근로자와 난민들에게 무료치과진료를 실천하는 비영리민간단체로, 2017년 3월 현재의 위치에 진료소를 개원했다. 이때 함께 한 단체는 가연, 따비에(미얀마 난민 지원NGO), 동북회(장애인의료 지원활동), 의연OB(경희대의료연구회봉사팀)이고, 치과의원 15곳, 기공소 3곳, 치과기 기업체 1곳의 참여로 이뤄졌다. 또한 2018년도에 비영리민간단체로 정식 등록했다. 모든 진료는 무료 지원이며, 사전예약을 해야만 진료가 가능하다. 치과진료 상담, 치과질환 치료는 기본이지만 특히 보철치료(크라운, 브릿지, 틀니)에 중점을 두고 있다. 치과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외국인근로자와 난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며 1년 이상 국내 체류자여야 한다. 즐겁고 밝은 분위기의 진료소 진료소 입구부터 이미 8명 정도의 진료 예약자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진료소 내부는
관람차가 있는 풍경 2022 / Dangjin Nikon Z9 | 25㎜ | F4 | 1/25sec | ISO-64 / http://instagram.com/hansol_foto 당진 삽교호에는 커다란 관람차가 있는 작은 놀이공원이 있다. 논에 모내기를 하기 전 물을 대놓은 5월 초에는 아름다운 일몰 빛을 배경으로 반영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잔잔한 물에 비추어진 관람차가 있는 풍경은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되었다. 오한솔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졸업 더블루체어치과 원장 [주요활동] 니콘이미징코리아 공식 지원작가 CLUB:N 앰배서더 제24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금상 National Geographic Traveler 한국판 촬영 2018 개인전 ‘COSMOPOLITAN’ Gallery NAMIB 2020 개인전 ‘COMPLEX-ITY’ 갤러리탐 탐앤탐스블랙 청담
얼마 전 후배와 담소를 나누다가 최근 경제 상황에 대안을 갖고 있는지 질문을 받았다. 최근 경제 상황은 결코 쉽지 않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하여 미국이 금리를 0.5% 올렸다. 올해 안에 3%까지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한국 금리도 오르고 대출이 있는 서민들 경제는 더욱 팍팍해진다. 특히 영끌한 20~30대에게는 치명적이다. 서민을 대상으로 진료하는 일선 치과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치과 경기도 쉽지 않을 것이 예상된다. 최근 세계 물가가 오르며 한국도 먹거리 등 서민 물가가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표현으로 유동성을 푼 뒤에는 인플레이션이 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은 불가피하며 서민들은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지금은 마치 불 위에 놓인 냄비 속 개구리가 따뜻한 물 온도를 즐기다가 그 시기가 지나면 본격적으로 뜨거워지는 고통의 시기를 맞는 것과 같은 때라 할 수 있다. 금리상승은 서민들 지갑을 얇게 만들고 그들을 상대하는 업종들도 어렵게 한다. 물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듯이 금리상승 또한 시시각각 위협을 증가시킨다. 다가오는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질문을 받고
코로나의 재앙이 막 시작되던 2년 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4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장편 국제영화상)에서 “The Oscar goes to Parasites”라는 호명을 받자 전 국민이 다 함께 기뻐했다. 2년의 시간이 흘렸지만, 그때의 기쁨은 아직도 우리 국민 대부분의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필자가 영화광이긴 하지만 한가롭게 영화 얘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사전적인 의미에서는 절대로 기생충이 될 수는 없는 사람들이다. 다소 야비한 수단을 동원하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계층 상승을 위해 분투하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다. 필자가 말하고 싶어 하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기생충은 영화 속의 주인공 기택 가족처럼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자유시장경제체제의 패자가 아니라, 정치 지도자들과 유착해 자신들만의 경제적 이익과 기득권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괴물 같은 새로운 엘리트 집단이다. 처음 그 시작은 아주 미미하여 시민으로서의 ‘작은 권리 찾기 운동’이라고 하더니 어느 순간에는 불법이던 국회의원 낙선 운동을 펼치며 쑥쑥 성장했고, 나중에는
치과의사들이 자조적으로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문제점을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부분이 사랑니 발치와 신경치료 수가다. 포털에서 ‘미국 사랑니 발치 비용’을 검색해보면, 우리나라에서는 땅값이 제일 비싼 곳이든 싼 곳이든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동일한 수가다. 엑스레이 비용을 포함해도 몇만 원이면 뽑는 매복 사랑니 발치가 미국에서는 보험 혜택을 받아도 본인부담금이 1,000달러가 넘는다. 매달 내는 보험료도 비싸다. 그나마 보험사와 계약된 치과에 사랑니 발치를 예약하면 몇 년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들로 우리 보건복지 체계의 우월성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의료서비스 공급자인 치과의사들의 표정은 씁쓸하다. 예전과 달리 우리나라도 미국에 경제 및 의료수준 모두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 치과보조인력의 수준 또한 세계적이고 재료나 장비 등 의료기기의 수준 또한 떨어지지 않지만, 그만큼 임금이나 도입가격 또한 지속해서 올라 운영비용 증가율이 수가인상률을 훨씬 뛰어넘는 추세다. 오죽하면 지난 수년 사이 50% 이상 오른 임금과 물가를 비교했을 때 오르지 않고 떨어진 것은 의료수가뿐이라는 의료계의 자조섞인 한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의 원인은 건강보험수가 결정체계에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