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상담하던 환자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상담 내내 울고 가는 일이 있었다. 환자의 주소는 개교증 개선이었다. 환자의 상태를 검사해보니 장안모의 골격성3급에 심한 개교증을 지녔다. 자신은 외모에 어떤 불만도 없이 잘살아왔기 때문에 교정으로 개교증만 개선하면 된다고 하였다. ‘불만 없이 잘살아왔다’는 환자 말이 필자의 마음에 걸렸다. 필자에게는 “내가 불만 없이 잘살고 있다고 생각할 만큼 누구도 내 불만족에 관심을 준 사람이 없습니다”라고 들렸다. 환자가 느낄 수 있는 불만족할 사항을 조목조목 설명을 하자 환자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환자는 병원 문을 나갈 때까지도 자신의 불만족을 표현하지 않았다. 환자는 자신의 얼굴에 대한 불만을 무의식 깊은 곳에 묻어 놓고 자신은 외모에 불만이 없다는 부정을 지속적으로 강화한 듯하다. 그러던 것이 제 3자인 필자를 통하여 자신의 불만사항이 외부로 드러나자 감정이 복받쳐 눈물이 나온 것이지만, 머리의 이성은 갑자기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말과 눈물이 전혀 다른 표현을 한 것이다. 즉 가슴과 머리가 따로 작용한 것이다. 아마도 시간을 가지고 자신의 감정을 다시 돌아보면서 가슴을 머리가 이해하는 순간이 오면
얼마 전 우연찮게 한 예능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되었다. 여러 명의 MC들이 출연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방식이었다. 토론 프로그램은 아니고 출연진들의 과거사부터 현재 연예인으로서의 활동 그리고 앞으로의 포부 등과 같은 주로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었다. 그 중에 눈길을 끌었던 장면은 남매 아이돌 가수의 어린시절 이야기였다. 오빠가 초등학교 저학년시절 여동생과 함께 학원버스에서 내리면 거기서부터 집까지 가는 길은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만 했다. 그런데 여동생은 학원버스가 도착할 무렵에는 항상 자고 있었고 학원 선생님이나 누군가가 동생을 깨우려면 오빠는 그냥 놓아두라고 하면서 자신이 자고 있는 동생을 업고서는 가파른 계단을 걸어올라 집으로 갔다고 한다. 동생은 업힌 오빠의 등이 따스하고 편안해서 일부러 자는 척 하면서 업혀갔다고 한다. 잠이든 척하는 동생을 초등학교 저학년 오빠는 그것을 알면서도 그냥 동생을 업고서는 계단을 매일같이 올랐다고 한다. 아무리 동생이 미취학 아동이라고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이 그런 동생을 업고서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간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한두 번도 아닌 매번 그렇게 하였다는 것은 가슴이 뭉클할 정도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대리수술금지법’ 또는 ‘유령수술방지법’으로 이름 붙여진 의료법 개정안은 ‘설명의 의무’를 형법으로 다루게 된 것으로 시행 전부터 논란이 많다. 강남 성형외과에서 환자 모르게 다른 의사가 수술한 것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만들어진 법이다. 하지만 우선 죄형법정주의가 근간인 형법에서 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법리적 모순을 지닌다. 즉 설명되지 않은 것에 대하여까지 책임을 확대하는 것이 문제이다. ‘설명의 의무’는 ‘환자의 알 권리’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이젠 형법에서까지 의료행위에 간섭을 하게 되었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의료행위를 단순히 물건을 팔고 사거나 부동산을 계약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법이 얼핏 환자를 위한 듯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이는 의료행위에서 환자의 마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 법의 탄생은 환자의 알권리를 넘어서 환자의 마음에 대한 배려를 포함한 의료행위에 대한 진료권을 침해한다. 극단적으로 주사를 맞으면 많이 아프지 않느냐는 아이의 질문에 대하여 아프지 않은 주사라고 대답하면 법 위반이 될 수 있으므로 많이 아플 수 있다는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집착’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집착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림’이다. 불교 용어로는 ‘그릇된 분별로써 어떤 것을 탐내어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함’이다. 그런데 영어표현으로 집착에 딱 맞는 용어가 없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Attachment는 애착이고 Fixation은 고착이라 번역한다. Obsession은 강박이고 Paranoia는 편집증이다. 따라서 집착에 정확하게 해당하는 용어를 찾기가 어렵다. 일부 사람들은 애착과 집착이 유사한 유형인데 결과가 긍정적이면 애착이라 하고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면 집착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불교적 개념에서의 집착은 애착도 포함한 광범위한 개념이다. 아마도 집착이란 단어가 ‘건달, 이판사판, 아수라판’ 등과 같이 불교적 개념을 지니고 장착한 탓인 듯싶다. 이런 심리를 강도에 따라 분류해보면 ‘애착<집착<고착<강박<편집’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애착에 대한 연구는 2차 세계대전 때 시작됐다. 적의 폭격을 피하기 위해 시골로 피한 아이들이 부모들과 떨어져 생활하면서 심리적 문제가 발생하여 연구가 시작됐다. 애착이나 집착이나 분리불안이나 욕
일본 삿포로를 다녀오던 길에 공항 출국장이 많은 인파로 대기하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요즘 저가항공의 등장으로 제주와 일본은 과거에 비하여 항공료 반값으로 여행이 가능하여 관광지는 인파가 많은 편이다. 날씨가 추운 탓과 눈이 많이 내린 이유인지 노인 팀은 별로 보이지 않았지만 중장년이 많았다. 긴 줄에서 지루하게 기다리다보니 본의 아니게 앞에 서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일부러 들으려했다기보다는 쉼 없는 대화가 들려왔다는 것이 옳겠다. 두 팀이 있었다. 앞쪽 6명은 대략 45~50대 정도의 중년 여성 집단이고, 뒤쪽 4명은 30대 초중반 쯤 되어보였다. 오랜 시간 지루했던 두 집단은 자연스럽게 관광을 온 이유로 대화를 시작하였다. 중년여성 팀은 이번에 고3이 끝나고 대입시험이 종료된 엄마들의 관광이었다. 30대 여성 팀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3~5학년 정도의 엄마들로 고등학교 동창모임에서 온 것이었다. 중년 팀은 30대 팀에게 끊임없이 앞으로 벌어질 아이들의 일에 대하여 무용담처럼 가르쳐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던 필자는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오류를 발견하였다. 그들은 마치 자식이 대학에 합격하는 순간 부모로써 해야 할 일들이 모두
초등학교 때 이야기를 흥미롭게 해주신 선생님이 계셨다. 그 중에서도 땅이 바다보다 낮은 나라의 이야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바다가 가까이 있었던 부산에서 성장한 나로서는 바다보다 낮은 땅의 이야기가 유독 흥미로웠다. 땅이 바다보다 낮았기에 바닷물을 퍼내기 위한 수단으로 풍차를 이용하였던 네덜란드 이야기였다. 풍차를 이용하여 바닷물을 퍼내고 그리고 바닷물을 막기 위하여 제방을 쌓았던 도시를 상상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특히 제방에 구멍이 생겨서 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제방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자신의 몸으로 그 구멍을 막고 목숨을 희생한 어린 소년의 이야기는 그 시절 어린 필자에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물론 그 이야기가 실화가 아닌 동화라는 사실을 성장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어린 소년이 그러한 일을 하였다는 것이 어린 시절 필자에게는 큰 교훈이 되었다. 그 이후 위인전에 관심이 더욱 커졌고 한동안 탐닉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은 역사에 길이 남고 후세의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훌륭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해낸 업적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봉사와 희생을 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사회와 정의를 위하여
이삿날을 잡고 물건을 정리하다 보니 여러 가지에 놀랐다. 크게는 옷에서 작게는 연필 한 자루까지 내가 지닌 물건이 너무 많음에 놀랐다. 버릴 것을 정리하는데 이런저런 사연으로 쓰지도 않으면서 버리지 못하는 마음에 놀랐다. 무엇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르면서도 일단 보면 버리지 못하는 집착에 놀랐다. 특히 책을 정리하면서 한 번에 정리하지 못하는 모습에 놀랐다. 처음 정리에서는 기억 속에서 잊힌 것이 정리되었다. 한 무더기의 책이 빠졌지만 책장에 표도 안 났다. 두 번째로는 오랫동안 보지 않아서 빛바랜 책과 몇 년 이상 보지 않았던 책을 추렸다. 다음에는 공연에서 구입한 팸플릿이나 전시장에서 받은 카탈로그를 추렸다. 그 다음에는 1년 이상 보지 않은 책을 모두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 후엔 누군가에게 중고로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포함시켰다. 마지막으로는 필자가 글을 쓰는데 필요한 책을 제외한 모든 책을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책마다 사연이 있으니 버리는데 주저했다. 어떤 책은 사진이 좋고 어떤 카탈로그는 유명화가의 작품회인 등 정리하지 못할 나름의 이유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 나이가 들수록 물건이 늘어나는 이유이고 또 버리지 못하는 이유이다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분야는 크게 학문적으로 심리학과 철학이 있고 종교적으로는 불교적 접근이 있다. 학문적 접근은 결과론에서 시작하는 것이 심리학이고 원인론으로 접근하면 철학이 된다. 여기서 ‘나(self)’를 그냥 인정하고 당연한 존재로 받아들이면 학문이고 나의 존재에 이유를 달면 종교이다. 신이 있는 종교에서 ‘나’는 신의 피조물이고, 신이 없는 종교에서는 우주의 일원이다. 심리학에서 ‘나’는 생각하는 의식과 생각하지 못하는 무의식을 가진다. 학문적 무의식은 살아오는 동안에 경험한 추억으로 우리 기억 어딘가에 숨어있으며 작용을 한다. 이것으로 좀 더 확대하여 전생의 경험까지 포함시키면 종교이며 불교가 속한다. 이런 이론적 확대가 불교의 윤회사상이다. 사람의 생각은 한순간도 쉬지 않는다. 또 생각에 따라 마음은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편안하기도 하고, 화나기도 한다. 결국 마음의 반응은 생각이라는 원인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거나 판정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생각을 알면 마음의 작용을 알기가 조금 쉬워진다. 생각은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외부의 자극에 따라서 반응하는 생각이다. 즉 눈으로 TV를 보거나, 귀로 음악을 듣거나, 냄새를 맡거나
얼마 전 TV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었던 ‘마음의 소리’라는 인기 웹툰이 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사소한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을 에피소드로 엮었다.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하여 웃음을 준다. 이렇게 우리들의 모든 행동의 시작에는 마음이 있다. 머릿속에서 인위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행동하는 경우도 있다. 생각에는 사회 도덕적으로 당연한 것과 자신의 본능에 따라 생각하는 것이 있다. 이것을 프로이드는 슈퍼에고, 에고, 이드로 나누기도 하고 의식과 무의식으로 나누기도 하였다. 무의식 속에는 기억을 하든지 못하든지 자신이 과거에 체험한 모든 경험이 기록되어있다. 그리고 그런 경험된 추억은 무의식의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가 마치 인체의 항원항체 반응처럼 유사한 사건이나 상황을 다시 접하게 되면 튀어나와 작용을 하게 된다. 예를들어 처음 만나지만 어떤 사람은 호감이 가고 어떤 사람은 이유 없이 싫다. 어떤 색은 좋고 어떤 색은 싫다. 이런 모든 개인적인 취향이나 행동의 내면에는 각자 과거의 경험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심리학의 가장 기본적인 논리이다. 일례로 선거가 있다. 선거철이 되면 종종 누가 당선될까에 대하여 자주 거론하고 궁금해 한다. 선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만 한다. 가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에서부터 학교, 조직, 동호회와 같은 단계로 관계의 범위를 넓혀간다. 이러한 관계는 태어나면서 형성되는 부모자식과 같은 본인의 선택과 관계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거의 모든 관계는 본인의 선택과 연관되어져 있다. 특히 결혼이나 직장의 경우에는 본인의 선택이 더욱 절대적이다. 자신이 중요시하는 가치, 선호하는 조건, 기대감 등과 같은 심리적 부분에서부터 경제적 조건 같은 현실적 상황에 대한 다양한 검토를 통하여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결혼이나 직장생활에 대한 결정은 다른 관계보다도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요즘은 취업이 힘든 시기이기 때문에 대부분 신입사원 교육을 가면 합격의 기쁨과 설렘으로 강의장 분위기가 가득하다. 더군다나 공무원인 경우에는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경쟁률이 일반기업을 뛰어넘고 학력이나 학벌의 과도한 경쟁이 대단하다는 것을 언론보도를 통하여 접하곤 한다. 얼마 전 9급 신입공무원 연수교육과정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여타 신입교육과정처럼 기쁨과 설렘이 가득하였지만 몇몇 사람들은 교육과정 동안 불만의 표정이 가득하였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