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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張保皐)의 자취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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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인 원장의 사람사는 이야기

2012년 4월, 서해안 라이딩을 끝내고, 남해로 눈을 돌렸다. 그 첫 번째 질주가 장보고의 혼을 느낄 수 있는 완도 청해진이다. 그동안 드라마나 역사책을 통해서만 접해왔던 장보고의 기상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4월 28일 새벽 5시, 9명의 바이콜릭스 대원은 밴에 9대의 자전거를 싣고 남으로 달렸다. 해남반도에서 남창교를 건너 달도로 들어간 후, 다시 완도대교를 건너 완도에 들어갔다. 밴에서 자전거를 내리고, 시계반대 방향으로 완도의 서쪽해안을 따라 달린다. 군외천을 따라 신학저수지를 동무하고 달리니 완도 수목원이 보인다. 잘 조성된 산책길을 따라 오프로드(비포장도로) 라이딩에 들어간다.

 

비포장 풀밭 길을 따라 달리는 수목원 크로스컨트리 라이딩은 처음부터 비오 듯 땀이 흐르게 만들었다. 고글을 벗어버리고 산림박물관을 지나 전망대로 오른다. 멀리 백운봉(570m)이 보인다. 이어 내리꽂는 다운힐 경사 10%! 시속 30㎞의 총알 다운힐 라이딩이다.

 

수목원을 나와 완도 서쪽의 해안도로를 달린다. 김 양식장이 즐비한 완도읍을 우회해 청해진 유적지인 장도로 들어간다. 장도는 180m 길이의 무지개형 다리가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여기가 완도군 완도읍 장좌리, 청해진 유적지이다.

 

청해진은 828년 통일신라 흥덕왕 3년에 설치되었다가 851년 문성왕13년에 철폐되었다. 완도는 신라와 당, 그리고 일본을 잇는 해상교통요지였다. 당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해상교통로는 △중국 산동반도와 서해안 요동을 돌아 압록강으로 들어가는 항로 △산동반도에서 서해를 가로질러 강화도 덕물도로 가는 항로 △중국 양자강하구의 명주와 산동성 등주에서 흑산도 근해의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에 도달하는 3개의 항로가 있었다고 한다.

이중 첫째는 발해와의 교통로였고, 둘째, 셋째가 신라인이 많이 이용하던 항구였다. 특히 셋째는 중국, 한국, 일본을 잇은 가장 중요한 해상로였다. 완도는 이 세 번째 항로에서 길목이 되는 위치에 있다.

 

젊은 시절 당나라에 건너가 생활하는 동안 국제무역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장보고는 완도의 지리적 위치를 이용하여 해군기지이자 무역거점이 될 수 있는 청해진을 건설하였는데, 그곳이 지금의 장좌리와 죽청리 일대로 생각된다. 3면의 조망이 탁 트였고, 수심이 깊어 선박을 대기가 쉽다. 태풍도 피할 수 있는 자연적 요새이기도 하다.

 

청해진 군영의 본거지는 완도읍 장좌리 앞바다의 장군섬, 장도(將島)였다. 마치 전복을 엎어 놓은 것처럼 생겼다. 섬 중앙에는 망루가 있어 멀리 남해안, 강진, 해남을 지나 당나라 산동반도로 출입하는 해로를 감시할 수 있었다.

 

장군섬의 둘레에는 10㎝간격의 수많은 목책을 박아 외부선박의 접근을 막도록 하였으며 장군섬 자체는 내성과 외성의 3중 축성으로 방어력을 높였다고 한다. 청해진 건설은 장보고가 왕의 승인 하에 지방주민을 규합하여 만든 조직이다. 때문에 처음부터 장보고 개인의 독자성이 강했고 대사(大使)라는 직함도 신라에는 없는 별도의 것이었다. 청해진을 거점으로 장보고는 해적을 소탕하고 해상권을 장악한 뒤 국제무역을 발달시켰다.

그 후 많은 인재들이 청해진으로 모여들어 1만명 이상의 군사를 거느린 무력집단을 이루었고 무역선단을 소유한 독자적 지방 세력으로 성장하였다. 838년 희강왕이 피살되고, 민애왕이 즉위하자 청해진에 있던 김우림 일파가 장보고 부대의 지원을 받아 경주로 진격하여 신무왕을 즉위시키고 난 후 장보고 세력은 더욱 커졌다. 이에 위협을 느낀 중앙귀족들이 846년 염장을 보내 장보고를 암살하였다고 한다. 그 후 청해진 주민이 강제 이주당하면서 무역거점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다.

 

장도로 들어가니 20m 높이의 판축토성이 우리 앞을 막는다. 좁은 성문을 통해 들어가니 사방에 망루가 있고, 성문 위에도 망루가 있었다. 망루에서 보니,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상요충지로서 최적지라는 것을 문외한인 필자도 알 수 있었다.

 

섬 중앙에는 우물터도 있어 장기간 수성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었고, 직경 1m에 달하는 맷돌도 있었다. 1만명에 달하는 수비군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갈았다는 흔적이다. 당시 청해진의 기세가 당당했는지는 발굴된 기와와 토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완도 장화리 뒤쪽 상황봉 기슭에 다섯 계단의 큰 건물이 여러 채 있었다는 것으로 봐서 완도와 장군섬을 망라한 주변 일대가 모두 청해진의 세력권이었던 것 같다. 장도 내부는 경사 10% 이상으로 끙끙대며 성을 오른다. 다리의 고통을 참으며 다시 장도내부에서 성루를 오르는데 18%의 기가 질린 경사가 나타났다.

 

죽을 힘을 다해 망루에 올라서니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장보고의 탁월한 위치선정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좁은 토성위에 난 풀밭 길을 달리며 성벽을 한 바퀴 돌았다. 이렇게 훌륭한 청해진을 건설하고 해상무역을 호령하며 신라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준 장보고가 그처럼 허무하게 암살을 당하고, 청해진도 그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실은 우리에게 커다란 교훈을 준다.

명심보감에 ‘득총사욕, 거안려위(得寵思辱, 居安廬危)’란 말이 있다. 사랑을 받을 때는 욕됨을 생각하고 편히 살 때는 위기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장보고 장군이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지만 각종 쿠데타에 가담하여 세력이 커지자 그를 제거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이다. 사랑을 받는 사람에게는 시기와 질투, 그리고 위협이 함께 따라온다.

 

‘해고종견저, 인사부지심(海枯終見底, 人死不知心)’이란 말도 있다. 바닷물은 마르면 바닥을 볼 수 있으나 사람은 죽어도 그 마음을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부하인 염장에게 암살당한 장보고는 죽는 순간까지도 염장의 마음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장도를 돌아보고 우리는 장보고 기념관에 들렀다. 장보고 대사의 유적, 법화사지, 장도 청해진 유적 등을 본 우리는 청해진의 실체와 장보고 장군의 혼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밤 꿈에는 장보고 장군을 만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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