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과 10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제2체육관에 전국 각지에서 3,000여명의 ‘검객’이 모여들었다. 매년 7월경 열리는 한국사회인검도대회는 명실공히 국내 최대 규모의 아마추어 검도대회다. 올해로 29회째를 맞은 이 대회에 이해송 원장(前전라남도치과의사회장, 대한검도회 공인 5단)이 단체전에 출전, 3위 입상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신안검우회팀으로 출전한 이해송 원장은 “사실 이번 대회 출전은 계획에 없었는데, 지역에서 함께 검도를 하고 있는 검우회 후배들이 꼭 함께 출전하자고 고집을 부려 어쩔 수 없이 단체전 참가를 결정했다”며 “입상은 전혀 염두하지 않고 후배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시합을 뛰었는데, 3위 입상이라는 영광까지 얻어 정말 기쁘다. 특히 함께 열심히 운동한 동생들에게 체면을 세울 수 있어서 더욱 기분이 좋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검도시합은 체급별로 나뉘지 않고, 통상적으로 연령대로 구분된다. 한국사회인검도대회는 20대 청년부, 30대 장년부, 40대 중년부, 50대 노장부 등 각 종별로 대회가 치러지는데, 높은 연령대에서 낮은 연령대로 출전도 가능하다. 50대인 이해송 원장은 이번 대회에서 30대 팔팔한 젊은이들이 즐비한 장년부 단체전에 출전했다. 검도를 아는 이들이라면 나이대를 두 단계나 낮춰 출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 것이다. 때문에 이해송 원장의 이번 장년부 단체전 입상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그는 “함께 시합에 출전한 후배들이 대부분 장년부여서 연령대를 두 단계나 낮춰 출전할 수밖에 없었다”며 “스피드나 근력 모든 면에서 젊은이들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지만, 주장으로서, 또 맏형으로서 후배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는 생각만으로 시합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해송 원장이 대한검도에 입문한 지는 올해로 25년 째. 대한검도회 공인 5단인 그는 지역 검도계 발전에도 기여한 바가 크다. 목포지역 생활체육검도연합회장을 올해까지 역임했고, 현재 전라남도검도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검도는 나에게 소금과 빛과 같은 존재다”며 “개원 초기에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겪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몸과 정신을 망가뜨렸고, 고민 끝에 운동을 결심하고 시작한게 벌써 25년이 흘렀다. 이제 검도는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 됐다”고 회상했다.
이해송 원장은 무엇보다 동료 치과의사들에게 검도를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고 싶다고 한다. 물론 모든 운동이 장단점이 있지만, 검도는 신체는 물론 정신건강에 어떤 운동보다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검도는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도 그가 추천하는 이유다.
이해송 원장은 “모든 운동이 처음 시작할 때 가장 힘들기 마련인데, 검도 또한 마찬가지다”며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달해 상대와 대련할 수 있는 실력이 되고, 본격적인 수련에 들어가면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매력에 한 없이 빠져들게 된다”고.
이해송 원장이 검도를 시작하고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점은 매사 자신감 있게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는 것. 그는 “개원 초기 환자를 대할 때, 누구나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껴봤을 것이라 생각된다”며 “검도는 죽도 하나로 찰나의 순간에 상대를 제압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 것을 모두 버리고 뛰어 들어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수련이 반복되면 될수록 상대를 대하는 자신감은 높아지고, 이는 일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됐다”면서 동료 치의들에게 검도 입문을 권했다.
신종학 기자 sjh@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