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3주년을 맞은 본지 치과신문이 치과대학 및 치의학전문대학원 재학생을 대상으로 ‘치과계 현안에 대한 재학생의 인식도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다. 이번 설문은 본지 제1기 학생기자단이 직접 기획하고 분석한 자료로, 치과계의 정책을 결정해나가는 데 의미있는 데이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치과계 이슈를 바라보는 예비 치과의사들의 시각과 미래에 대한 설계를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결과다.
이번 9월 추석 연휴기간에 본지 학생기자단을 통해 11개 치과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 1~4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는 치과대학(216명)과 치의학전문대학원(423명) 재학생 총 639명이 응답하는 등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함으로써 오늘의 치과계가 고민해야 할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치과계 현안, 관심은 있지만 이해도는 부족
재학생들의 치과계 현안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일까. 우선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느냐를 묻는 질문에는 ‘관심이 없다’, ‘전혀 없다’는 응답률은 10%에 그쳐 대체로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그러나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1~5점으로 분류해보니 관심도는 평균 3.56점, 제대로 알고 있는지에 대한 점수는 평균 2.86점이었다.
특히 1인1개소법, 치과의사의 안면미용시술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답하면서도 구체적인 질문에서는 정답을 빗겨가는 결과를 보여, 제대로 된 의미전달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치과계 이슈를 접하는 통로로는 동료, 선후배, 교수, 가족 등 지인이라고 응답한 비중(57%)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일반신문 및 치과계 신문(22%)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13%)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7%) 순이었다.
1인1개소법-안면미용시술, 치과계 위해 필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있는 1인1개소법, 치과계가 사활을 걸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먼저, 1인1개소법을 알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6%가 ‘잘 알고 있다’, 17%가 ‘매우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보통’ 수준이라는 응답은 18%였고, ‘모른다’ 또는 ‘전혀 모른다’는 응답도 29%에 달했다. ‘어떠한 명목으로도 의료인은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운영 및 개설할 수 없다’는 법의 본 의미를 숙지하고 있는 재학생도 86.7%로 인지도는 높았다.
그렇다면 재학생들의 시각에서 1인1개소법은 사수해야 하는 의미가 있을까? ‘1인1개소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3%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그렇다’고 답했고, 8%의 학생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모르겠다’는 비중도 적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에서는 ‘이윤추구가 목적인 거대 자본의 의료 유입을 막기 위해’라는 응답이 40%, ‘의료의 상업화를 막기 위해’라는 응답이 29%로 뒤를 이었다.
안면부 미용목적의 보톡스, 프락셀레이저 시술 판결이 치의학 발전 및 수익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전체의 68%에 해당하는 학생이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답했고, 24%의 학생이 보통이라고 답하는 등 긍정적인 시각이 압도적이었다.
영역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6%가 ‘진료영역이 중첩되는 부분 피할 수 없어 상호 인정 필요하다’고 답했다는 점 또한 눈여겨 볼 만하다.
전문의 수련은 필수가 아닌 선택
전문과목 표방이 가능해지고 통합치의학과 신설 등으로 변화를 겪게 될 재학생들이 생각하는 전문의는 어떤 모습일까.
먼저 전문의제도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 ‘모른다’는 응답은 15% 수준이었다. 또한 ‘전문의 수련은 필수라고 생각하느냐’는 직접적인 질문에는 74%가 ‘아니다’라고 답했고, ‘필수’로 여긴다는 응답은 9%,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7%였다.
흥미로운 것은 ‘전문의 수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이었다. 응답자의 36%는 ‘개원에 앞서 임상수련 과정이 필요할 것 같아서’로 답했고, ‘전문의 면허를 갖는 것이 개원에 유리할 것 같아서’라는 응답도 37%를 차지했다. △교수 등 공직에 진출하기 위해(9%) △부모님, 선배, 교수 등 주위의 권유로(6%)로 나타났으며, 기타 의견으로는 ‘페이닥터 자리를 구하기 쉬워서’, ‘제도가 바뀌면서 전문의가 필수요건이라는 인식 때문에’, ‘자신만의 독보적인 영역 확보를 위해’ 등의 의견이 있었다.
전문의 수련을 하게 된다면, 어떤 과목을 희망하느냐는 질문에는 구강악안면외과>보철과>소아치과>교정과>보존과 순으로 나타났고, ‘통합치의학과 경과조치 포함’이라는 문구를 삽입한 ‘기타’ 항목을 선택한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개원환경 어렵지만, 그래도 최종목표는 개원
졸업 후 첫 진로계획에 대해서는 ‘수련(46%)’과 ‘페이닥터(41%)’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공보의, 개원 등이 소수의견으로 나왔다. 여기서는 치과대학과 치의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의 극명한 차이가 눈에 띄었다. 치과대학생의 61%가 ‘수련’을, 34.5%가 ‘페이닥터’를 꼽은 반면, 치의학전문대학원생의 경우는 페이닥터로 시작하겠다는 응답자가 52.5%, ‘수련’을 선택한 응답자는 34.5%로 순위가 역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치과의사로서의 최종 목표를 묻는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85%라는 압도적인 수치가 ‘개원’을 선택했다. 교수를 희망하는 응답자는 9%, 공무원 및 연구직을 희망한다는 응답자는 4%에 불과했다. ‘예비 치과의사로서 생각하는 현재 치과계의 개원 여건은 어떠한가’를 묻는 질문에서 ‘안좋다’ 또는 ‘매우 안좋다’를 선택한 응답이 67%, ‘좋다’고 답한 의견은 3%에 불과했음에도 여전히 치과의사로서의 목표는 개원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졸업 전 필요한 교육(임상 외)으로는 경영(50%), 보험(25%), 의료법 및 의료윤리(22%) 순으로 선호도가 높았다.
11개 치과대학 및 치의학전문대학원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설문결과는 치과계 현안에 대한 소통의 중요성을 실감케 했다. 특히 진로 선택의 폭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그 여건을 안정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선배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결과였다.
“우리는 지금, 내일을 위한 선택을 하고 있는가”를 반문해 봐야 할 시점이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