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들은 구인난을 얘기하지만, 유휴 치과위생사들은 구직난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치과위생사는 매년 5,000명 정도 배출되고, 80% 이상의 졸업자는 모두 취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원가의 구인난이 가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균 근속년수가 3.5년에 불과한 치과위생사의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눈높이를 맞춰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재취업 희망 유휴 치과위생사 87%, 흡수 노력 필요
지난 10일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최남섭·이하 치협)는 ‘안정적인 고용문화 정착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치과의사들의 시각, 치과위생사 및 간호조무사의 시각을 살펴보고, 고용노동부, 노사발전재단 등이 제시하는 해법도 들어볼 수 있는 시간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서울시치과의사회 김성남 치무이사는 “보조인력 수급을 위해서는 배출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 치과위생사는 10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고, 치과대학 정원대비 7.2배를 상회하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구인난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치위생과 증원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해법으로는 재취업 환경개선, 원장과 스탭간 소통, 전문치과간호조무사제도 신설, 의기법 개정 등을 꼽았다. 특히 의기법과 간호인력 3단계 개정안 등이 맞붙으면서 직역 간 이해관계를 풀어가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대한치과위생사협회 김은재 법제이사는 “치과위생사 면허자는 7만1,280명이지만 이 가운데 실 근무자는 3만3,260명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치과위생사 면허신고 접수 결과 2,958명이 유휴인력으로 조사됐고, 이 가운데 2,417명이 3년 내 복귀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점은 긍정적인 측면으로 꼽았다. 문제는 재취업에 걸림돌이 있다는 것. 경력이 단절된 가장 큰 이유는 출산과 육아문제였고, 재취업을 고려할 때는 나이, 경력 등이 결격사유가 되는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는 것이다.
김 법제이사는 “몇 년 쉰 후에 많아진 나이, 경력 많은 직원들의 거부, 기존 직원과의 융화 등이 문제로 꼽힌다”면서 “육아문제가 걸림돌인 경우가 많다 보니 출퇴근거리가 주요 고려사항이 되며, 시간제근로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치과 내 업무범위 및 업무분장을 명확히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 법, 법, 법이 문제!
지난해부터 개정·적용된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시행령(이하 의기법)은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히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침착물 제거, 불소도포 등 8개 항목을 명시함으로써 오히려 치과위생사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간호조무사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간호조무사의 자격을 ‘간호보조’에서 ‘간호 및 진료의 보조’로 확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진료보조를 할 수 있도록 업무범위를 넓힌 의료법 개정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치과 내에서의 역할 공방도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법 규정이 상생이 아닌 배타적 의미로 활용된다면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가 공존해야할 치과 개원가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날 공청회에서 서울시치과의사회 김성남 치무이사는 “미국과 같이 치과전문간호조무사제도를 마련해 업무를 보장하고, 치과위생사는 예방전문인력으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치과위생사협회 김은재 법제이사는 “의기법이 개정되면서 오히려 발목잡히는 법이 돼버렸다”면서 “각 직역별 충분한 인력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최종현 기획이사는 “간호조무사는 67만7,000여명이 있고, 매년 3만4,000여명이 양성되고 있으나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는 인력이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특성화고의 경우 대학진학을 위한 발판 정도로 생각되고 있고, 취업환경이 열악하다보니 간호조무사 인력은 수치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치과에서의 간호조무사 부족현상에 대해서는 △의기법에 따른 역할 축소 △직종간 갈등 △의료법 위반에 따른 잠재적 범죄자라는 불안감 △업무에 비해 전문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특성 등을 꼽았다. 특히 “전문인력이라고 하면서 보조인력으로 고착화되는 이미지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유휴인력 유입에 긍정적
일하고 싶은 유휴인력을 치과에서 활용하는 방법의 하나로 꼽히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2011년 도입돼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현재까지 722개 치과가 활용하고 있다. 치과의 경우 시간선택제 일자리 승인율도 타 직종에 비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신규채용형뿐 아니라 기존 근로자를 활용할 수 있는 ‘전환형’이 도입되면서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환형은 기존 직원의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한 공백을 메워갈 수 있는 대안으로, 사후 승인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전환형 근무를 하고 있다는 출퇴근 증빙자료(지문인식기, 카드리더기 등)를 구비하면 된다.
노사발전재단 남지민 연구원은 “올해 3월부터 1인 이상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는 모두 대상이 되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시행하는 경우에도 전환지원금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요즘은 신규창출을 지원하는 시기이고, 내년부터는 지원금이 9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인하되는 만큼 올해 연말까지 승인을 받아두는 것이 유용할 것”이라고 전했다(자세한 신청방법은 지역별 고용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치과의 경우 진료의 연속성이 필요하고, 특정 시간대에 환자가 집중되는 문제, 지문인식기 등의 기기를 갖춰야하는 부담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지만, 직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안정적인 고용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내용이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치협 최남섭 회장은 “그동안 복지부, 노사발전재단 등의 지원으로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개원환경 개선에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제대로 장착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좌장을 맡은 박영섭 부회장 또한 “전국적으로 구인난을 호소하는 회원들의 목소리가 크다”면서 “이런 기회를 통해 현상황과 제도를 되짚어보고 향후 인력난 해소를 위한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 됐다”고 전했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