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발생 시 의료인이 환자와 가족에게 위로와 유감을 의무적으로 표현하는 일명 ‘사과법’이 발의됐다. 김상훈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 2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환자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법안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의 후속조치로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기관이 사건을 숨기고 환자 및 가족과의 만남을 회피함으로써 환자 측에게 더 큰 정신적 고통을 줬다는 점에 착안,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상훈 의원에 따르면, 2001년 미국 미시간대학병원은 의료사고 발생 시 자신들의 실수나 잘못을 즉각 공개하고 환자에게 사과하며 병원 측에서 보상금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진실 말하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도입 시점과 6년이 지난 2007년을 비교한 결과, 연간 의료분쟁 건수가 262건에서 83건으로 대폭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버드대와 존스홉킨스대, 스탠포드대를 비롯한 많은 미국 대학병원도 이 프로그램을 도입해 비슷한 성공을 거뒀다.
개정안은 의료기관 개설자 및 보건의료인은 환자안전 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와 보호자에게 환자안전사고 내용을 공개하고 경위를 알리는 등 충분한 설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다만 공개와 설명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보건의료인이 행한 위로와 공감, 유감의 표현 등은 민사상, 형사상 재판, 행정처분 및 의료사고 관련법에 따른 의료분쟁 또는 중재과정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김상훈 의원은 “개정안 취지는 미국 사례와 유사하게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의 과실여부가 불분명할 때는 물론, 과실을 인지한 상황에서도 일단 모든 것을 부인하는 방어적 태도를 버리게 해서 환자 측에게 진실을 밝히게끔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의료기관과 환자 간 소통을 통해 의료분쟁 단계로 넘어가기 전 원만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