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감염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1회용 의료기기 사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의료폐기물 처리가 한계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공중파 방송을 통해 공론화 됐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4일 ‘의료 쓰레기도 비상’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리포트를 보도했다. 이번 MBC 뉴스보도는 서울시치과의사회(회장 이상복·이하 서울지부)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로 이뤄진 것으로, 최근 재활용 쓰레기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의료폐기물 문제 또한 그 심각성이 크다는 데에 언론의 관심이 쏠렸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의료폐기물 처리 및 소각 업체 ‘갑질’ 드러나
의료폐기물의 경우 의료기관장의 책임 하에 밀폐된 전용 폐기물 용기에 담아 관리하고, 소각처리해야 한다. 물론 소각처리를 하기 위해서는 수집운반 업체를 통해 소각장으로 옮겨 처리하게 돼 있다. 이번 보도에서는 일부 의료기관에서 일반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의료폐기물을 담아 버리고 있는 행태를 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같은 불법 행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바로 의료폐기물 소각처리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점과 이 같은 현실 문제를 악용하고 있는 처리업체의 ‘갑질’ 운영을 지적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의료폐기물 처리 업체들이 ‘담합’으로 의심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 개인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원장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 원장에 따르면 최근 관련 업체가 의료폐기물 처리비용을 2배 가량 인상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는 것. 인터뷰에 나선 이 원장은 일방적인 가격인상에 불합리함을 항의하고, 다른 처리업체를 알아봤지만, 다른 업체들이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한 번에 2배 가량 인상된 처리비용을 감내하면서 기존 업체와 재계약할 수 밖에 없었다. 의료폐기물 처리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이용한 일종의 ‘갑질’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는 관련 업체 간 담합까지 의심되는 지점이다.
의료폐기물 매년 급증, 소각장은 전국에 단 14곳
보도에 따르면 현재 전국 병의원 및 보건소 6만3,000여 곳으로부터 배출되는 의료폐기물을 처리하는 소각장은 단 14곳뿐이다. 의료기관 수가 늘어나고, 1회용 의료기구 사용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폐기물을 최종 처리하는 소각장은 전국에 14곳에 불과해 처리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서울지부와 대한의원협회(회장 송한승·이하 의원협)는 ‘의료폐기물 수집운반 및 처리 문제 해결’ 간담회를 갖고 의료폐기물 처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제도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데에 공감한 바 있다.
서울지부 박찬경 자재이사는 “사실 치과나 의과, 일반 개원가에서 배출되는 의료폐기물의 양은 대형병원이나 대규모 요양기관에서 나오는 그것과 비교했을 때 경미한 수준”이라며 “대형병원의 경우 의료폐기물을 자체시설에서 멸균분쇄해 해결했지만, 지난 2000년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대형병원의 의료폐기물 또한 전량 소각장으로 유입됐다. 의료폐기물 처리 관련 문제는 이때부터 대두되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친환경 멸균분쇄 시스템을 갖춰 대형병원들이 의료폐기물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간담회에서 의원협 측 또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실제로 의원협 측은 지난 2016년 의료폐기물 수집운반업체 및 소각업체 등을 공정위 측에 제소하기로 했다. 의원협에 따르면 현재 치과계가 처한 상황과 유사하게 수집운반업체들은 일방적으로 수거비용을 인상했을 뿐만 아니라 업체 교체 요구도 받아주지 않았다. 이에 의원협 측은 시장 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부당한 공동행위, 불공정거래행위 등으로 공정위에 관련 업체를 제소했다.
의원협 송한승 회장은 “이 같은 문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며 “주민들의 반대로 신규 소각장 설치가 매번 무산되고, 의료폐기물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누군가는 부당한 이익을 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관계기관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원화된 관리주체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의료폐기물 관리는 현재 환경부 소관이지만, 감염문제 등 의료기관의 관리 주체는 보건복지부에 있다. 의료폐기물 처리 문제가 지금까지 관계기관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지부 장영운 정책이사는 “이번 의료폐기물 관련 MBC 뉴스보도의 의미는 단순히 관련 업체를 고발하는 선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관련 문제를 들여다봐야하고, 더 이상 일선 개원가가 의료폐기물 문제로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제도 및 구조적인 개선 없이 의료폐기물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게 되면 국민건강에도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종학 기자 sjh@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