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초기였다. 이상하게 번 것보다 통장 잔고가 늘 적게 느껴져 입출금을 확인하던 일이 종종 있었다. 모든 개원의가 공감할 것이다. 들어오는 것은 늘 체크가 되는데 나가는 것이 감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뇌에서 부족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 듯하다.
이런 현상이 요즘 사회에서도 보인다. 집값 상승으로 집주인들은 좋아하고 미리 판 사람들은 억울해하고 있다. 하지만 지출을 꼼꼼히 계산해보면 별반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많다. 즉 Gross와 Net를 구분하지 않은 탓이다.
며칠 전 모임에서 지인 두 사람이 위와 같은 대화를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6년 전 집을 팔았는데 집값이 뛰면서 억울해 화병이 났다 하고,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즐거워했다. 필자가 “사실 두 분 다 별 차이가 없는데요”라고 말하니, “6년 동안 6억원이나 올랐는데 왜 억울하지 않냐?”고 물어왔다.
필자는 혹시 710대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시냐고 물어보니 모르고 관심도 없다고 한다. 집값이 6억원 올랐다는 분에게 “6억원이 올랐다고 생각하냐?”고 물으니 의아해했다. 이에 치과를 처음 개원한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처음 개원하면 하는 실수가 한 달에 들어오는 돈(Gross)을 다 자신의 돈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Gross와 Net의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통장 잔액을 확인하면 늘 돈이 빈 느낌을 받는다. 입출금을 맞춰보면 그제야 생각보다 지출이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집값이 6억원 올랐다는 것은 Gross이고, 6년 동안 지출된 보유세와 이자 그리고 앞으로 지출될 양도세와 복비, 경비 등을 뺀 Net를 계산해야 한다고 설명해주었다.
양도소득세가 내년에 1주택자 42%, 2주택자 52%, 3주택자 62%로 바뀌었기 때문에 환산하면, 1주택이면 3억5,000만원이 오른 것이고, 2주택이면 2억9,000만원, 3주택자면 2억3,000만원이 오른 것이다. 그런데 6억원이 오른 집은 대략 기본 10억원 정도는 대출이 있기 때문에 10억원 이자를 3%로 잡으면 1년에 3,000만원, 6년이면 1억8,000만원을 감해야 한다. 그럼 1억7,000만원, 1억1,000만원, 5,000만원이 된다. 여기서 보유세를 빼야 한다. 1.4%였으니 6년에 7,000만원이다. 마지막으로 복비 2,000만원을 잡으면 9,000만원을 빼야 한다. 8,000만원, 2,000만원, 마이너스 4,000만원이다. 즉 3주택자는 마이너스 4,000만원이 된다. 여기에 710대책으로 종부세가 1가구 1.6%, 2~3가구 3.6%로 내년부터 바뀐다. 10억원이면 1,600만원과 3,600만원으로 오른다. 이렇게 계산하니 미리 판 사람이나 6억원 오른 사람이나 별 차이 없고 3주택자면 마이너스가 된다.
이런 간단하고 기본적인 계산도 없이 30대가 영끌로 집을 산다니 안타깝다. 이래서 부린이(부동산 어린이)라는 조롱 섞인 말도 나온 것이라 생각된다. 억울해하던 분은 좋아하고 3주택자였던 분은 나중에 다시 계산해보겠다고는 우울해졌다.
모든 사업이나 투자의 기본은 인-아웃이다. 특히 아웃되는 것(지출)이 가장 중요하다. 지출을 생각하지 않고 집주인들이 집값 상승(Gross)만으로 좋아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 TV 패널 중 어느 누구도 이런 간단한 계산을 해주지 않는다. 또 사는 사람만 이야기하고 파는 사람들을 말하지 않는다. 30대가 사는데 그럼 파는 이들은 누구인가? 궁금하다.
누군가 정권이 바뀌면 세금이 낮아진다는 말에 필자는 “혹시 빌딩을 샀는데 전 주인이 받던 월세를 깎아줄 건가요?”하고 질문했다. 역사적으로 쿠데타 정권이 아니고 세금이 낮아지는 일은 없었다. 전세를 올리면 된다는 말도 나왔다. 이에 “전세는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돌려줘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미래가치를 팔아먹는 것으로 노후를 힘들게 하는 위험한 행동입니다. 전세가 올라가는 것은 집주인들이 노후에 쓸 돈을 당겨서 쓰는 것인데 그것을 모르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라고 말하니 모두 조용해졌다. 월세는 내 돈이지만 전세는 노후에 쓸 돈을 당겨서 까먹는 것이다. 성장 없이 집값만 오르고 전세가 오르는 것은 미래가치가 축소되기에 불안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