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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한치과의사협회 기원(起源)으로 결정된 조선치과의사회, 과연 우리의 뿌리인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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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 원장(미래아동치과의원)/대한치과의사협회사 편찬위원

1921년 10월 2일 오전 8시 장곡천정(長谷川町) 은행집회소(銀行集會所)에서 열린 조선치과의사회 창립총회에는 나라자끼 도오요오(楢崎東陽) 경성치과의사회장을 비롯하여 조선 각 도를 대표하는 자격으로 23명의 일본인 치과의사가 모였다.

 

 

이 자리를 축하하기 위해 조선총독부 무라타 노보루(村田昇淸) 경무국 위생과장과 경기도 노무라(野村) 위생계원이 참석하였다. 미쓰다 소오(滿田操)의 회고에서 나왔듯이 조선총독부의 권유로 탄생한 조선치과의사회였기에 무라타 노보루는 축사에서 일장의 훈시(訓示) 연설(演說)을 하였다고 신문은 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축사는 10분 이내, 연설은 20분 이상 정도가 보편적일 것이다. 따라서 무라타 노보루의 일장 훈시에는 조선총독부의 조선(朝鮮) 통치방침이 포함되어 있을 개연성이 높다[그림 1]. 그리고 총회에 참석한 일본 치과의사들은 무라타 위생과장의 연설에 열렬한 환호를 보내지 않았을까?

 

1912년 설립된 경성치과의사회 초대회장인 나라자끼 도오요오(楢崎東陽)가 좌장석에 앉아 조선치과의사회 창립총회 개회를 선언하고, 참가자들과 회칙을 정하고 위원 선거를 진행하였다.

 

 

조선치과의사회 초대회장은 나라자키 도오요오(楢崎東陽), 부회장 도내가와 세이지로오(利根川淸治郞), 상이사(尙理事) 5명, 경성 3명, 부산과 평양 각 1명 지명을 회장에게 일임하는 것으로 창립총회를 마쳤다[그림 2]. 1921년 창립된 조선치과의사회는 일제강점기 조선 땅에서, 전 조선에 있던 일본인 치과의사가 처음 만든 단체다. 그 때문에 이 단체는 일제강점기 조선에 진출한 일본인 치과의사회이지 대한제국의 치과의사회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도내가와 세이지로오(利根川淸治郞)의 좌담회 발언 중에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 있다. 창립총회 비용을 200원(현재 3,000만원에 해당) 정도로 추산하면서 경성치과의사회 회비로 충당한 것이 아닌 외부에서 기부를 받았다. 그 이유는 경성치과의사회가 일본인 치과의사 단체이기 때문에 회원들의 반발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본인 3명이 찬조한 돈은 어디서 나왔을까? 그것은 바로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조선 백성들의 피, 땀, 눈물이다. 고바야시 토모타로(小林富太郞), 하기(八木) 그리고 사카이(酒井)가 조선치과의사회 창립을 축하하기 위해 낸 금액이 무려 380원이다(현재 5,700만원에 해당). 조선치과의사회 창립 준비위원들의 교묘한 술수가 뻔히 보인다.

 

그 당시 신문에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좌담회 내용을 살펴보면 일본 치과의사들은 창립총회가 끝난 후 저녁 만찬회에서 즐거웠던 기억을 회상한다. 1인당 식사비도 8원으로 정확하게 기억해낸다. 당시 1원이 금 반 돈의 가치를 지니므로 현재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120만원에 해당된다. 엄청나게 비싼 저녁 한 끼였고, 지금도 상상할 수 없는 밥값이다.

 

일제강점기에 조선 백성들은 먹으려야 먹을 것이 없고 방랑자 신세가 되어 산이나 들 그리고 길거리에 쓰러져 인생의 마지막을 고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1921년 창립된 조선치과의사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완전히 결핍된 단체이기에 우리의 뿌리로 인정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다.

 

조선치과의사회 창립총회 참가자들이 벌였던 연회 장소는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한다. 오오자와 기세이(大澤義誠)가 언급한 화월(花月)은 1887년 마츠이(松井)가 경성에 오픈한 일본 요리옥인 화월루(花月樓)다[그림 3]. 그 시절 경성에서 일류로 인정받던 곳이었다. 심지어 일본에서 건너온 30여 명의 여성 게이샤(藝者)가 일했던 일본 기생집으로 유명하였다. 특히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가 즐겨 찾았다고 한다. 일본식 고급 음식점에서 흥청망청한 조선치과의사회를 우리의 뿌리로 삼을 만한 단체인가?

 

윈스턴 처칠은 1940년 영국 의회 연설에서 “나는 여러분에게 피, 노고, 땀, 눈물밖에 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1921년 조선 백성들의 피, 땀, 눈물을 먼저 생각한 후 대한치과의사협회의 기원을 결정해야 한다.

 

1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일제강점기를 겪었던 조선인과 지금 우리의 일본에 대한 시대정신은 변동 없이 일치하고 있다. 처칠의 연설이 영국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듯이 치협 기원의 올바른 정정이 치과의사는 물론 대한민국 국민에게 자긍심을 선물할 것으로 필자는 굳게 믿는다

 

1936년 7월 17일 조선치과의사회 창립 15주년 기념 좌담회 지면 중계 (지난 호에 이어)


도내가와 세이지로오(利根川淸治郞) : 마침내 구체적으로 대회 안이 작성되었지만, 돈이 부족했다. 창립총회를 개최하는 데는 200원(현재 3,000만원에 해당)쯤 필요했다. 이것을 경성치과의사회가 부담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만일 경성치과의사회에서 부담한다면 총회를 열어서 승인을 얻은 후 200원을 지출하게 된다. 그러자면 말썽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차라리 창립위원들이 그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각출하는 것은 바보스러운 일이니까 어디선가 기부를 받기로 하고 동분서주한 결과 간신히 총회 경비가 마련되어 창립총회를 개최한 바가 있었다.


오오자와 기세이(大澤義誠) : 그래서 일본의 고바야시 토모타로(小林富太郞)씨와 경성의 하기(八木), 사카이(酒井)씨로부터 380원의 기부가 있었다(현재 5,700만원에 해당).


도내가와 세이지로오(利根川淸治郞) : 그리하여 총회 석상에서 동의를 얻어 의사회의 창립이 있게 되었다.


오오자와 기세이(大澤義誠) : 그때의 만찬회를 화월(花月)에서 성대히 베풀었다. 1인당 8원(현재 120만원에 해당) 정도로 훌륭한 연회였다. 미시나(三品) 선생도 만취해서 대단했었다.


도내가와 세이지로오(利根川淸治郞) : 총회 석상에서 회원들이 조선의 치과의사에 관한 행정상 불평불만을 통렬하게 발표했었다. 실로 통쾌했다. 오카다 다다시(岡田正)씨나 평양의 후지이(井)씨 등 그 논지가 당당했었다.


미쓰다 소오(滿田操) : 하하하, 정말 성대했었다. 그때의 무라타 노보루(村田昇淸) 과장은 진지하게 연설을 듣고 나서 “여러분의 의견은 충분히 이해했다. 당국자로서 큰 참고가 되었다”고 말했었다.


니기라 다쓰미(柳樂達見) : 금년은 조선치과의사회가 창립된 지 몇 해나 됐나?


오오자와 기세이(大澤義誠) : 창립한 지 햇수로 16년째이다.


광뢰(廣瀨) : 그 시절 우리들은 원기왕성했었다.


니기라 다쓰미(柳樂達見) : 광뢰(廣瀨) 씨는 그 당시 모발이 검은 미소년이었다.


▶다음 호에 계속

 

 

권 훈 원장(광주 미래아동치과의원장)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조선대학교 치과병원 소아치과 수련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겸임교수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총동창회장

·대한치과의사협회사 편찬위원

·대한치과의사학회 정책이사

·대한소아치과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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