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진료비 공개제도에 대한 치과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반대 운동에 대한 때아닌 정당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치의신보 편집인인 치협 한진규 공보이사는 치협 기관지인 치의신보 인터넷판에 ‘공보(公報)의 길’이라는 제목의 편집인 칼럼을 게재했다. 이 칼럼은 11월 1일자 치의신보 활자로도 인쇄, 보도됐다.
치의신보 편집인 칼럼은 지부 공보이사 등으로 구성된 치협 공보위원회에서 몇몇 공보위원들이 “지난 10월 15일 열린 현직 지부장 여섯 명이 소속된 ‘비급여공개저지비상대책위원회’의 출범을 다른 전문지 대부분이 보도하고 있는데, 회원을 대변해야 할 치의신보에서는 왜 기사를 내보내지 않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의 포괄적인 답으로 보여진다. 또한, 칼럼은 치협 공보지로서 치의신보의 역할을 규정하고, 비급여공개저지비대위 기사게재를 두고 고민했던 부분을 상세히 적었다.
본고에서는 이에 대한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치의신보 운영규정 제2조(목적 및 성격) : 본지는 협회의 기관지로서 그 목적사업을 정확히 파악보도하고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 전달함으로써 치과계의 권익 및 지위 향상에 기여코자 한다.
치의신보 편집인 칼럼에서 처음으로 명시한 부분은 치의신보의 목적과 성격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 전달함으로써’라는 부분이다. 이어 ‘제18조(외부원고의 게재)’에 관한 규정에서는 △협회 정책 방향에 부합되지 않는 내용 △특정인, 특정 기업·기관 또는 단체 등을 홍보하여 유무형의 이익을 도모코자 하는 내용 △회원의 단합을 저해하거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내용 △치의학 및 치과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내용 등은 외고 게재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설명했다.
그렇다면, 공보위원들이 제기한 비급여공개저지비대위가 보도돼야 한다는 지적에 거부감을 표한 것은 비급여공개저지비대위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회원이 아니라서? 또는 협회 정책 방향에 부합되지 않고 치과계 발전을 저해하는 내용이어서? 그것도 아니면 특정인이나 단체를 위한 활동이어서인지 묻고 싶다.
때문에 ‘공보의 길’에서 한진규 공보이사가 사건의 본질인 비급여공개저지비대위와 관련해 “회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왔다”며 열거한 회원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의견을 제기하고자 한다. 한진규 공보이사가 청취했다는 회원들의 여론은 뒤늦게 게재된 치의신보 비급여비대위 출범 기사에서도 비슷하게 인용됐다.
치의신보의 편집방향에 대해서는 존중하지만, 인용된 내용의 일부가 일선 회원들의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우려돼 이해를 돕고자 한다.
협회에 이미 TF팀이 구성되어 있는데, 협회의 대표성을 부정하고 투 트랙으로 복지부와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현 집행부의 발목을 잡으면서 벌써 차기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비급여진료비 공개제도에 대한 대응은 지부를 중심으로 전개돼왔다. 지난해 12월 비급여진료비 공개 고시는 긴박하게 이뤄졌다. 당시 전국지부장협의회는 ‘의원급 비급여 진료비 공개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반대성명서와 회원 1만460명의 서명날인서를 복지부에 전달하면서 강력한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서울지부는 확정고시가 발표된 다음날인 3월 30일 즉각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 앞 1인시위를 시작했다. 헌법소원은 비급여진료비 공개제도에 반대하는 서울지부 임원 및 소속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소송단을 꾸려 진행됐다. 4월 20일에는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회부가 결정됐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 서울지부는 과태료 부과 등을 막기 위해 6월에는 효력금지가처분소송을 제기하고, 15일에는 지부장협의회 반대성명서가 또 다시 제출됐다. 24일에는 치협에 효력정지가처분신청에 공동 대응해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치협은 직무대행 시기에 상정된 공문이라고 구두로 답했다. 하지만 박태근 회장 당선 직후 초도이사회에 보고가 됐던 사안으로 논의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는 표현이 보다 정확하다.
치협의 비대위는 지난 10월 7일 공식 발족했다. 이에 앞서 9월 27일부터는 치협 임원들도 헌법재판소 앞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치협 임원들의 1인시위에 대해 치의신보는 “‘과잉 경쟁 초래’, ‘동네 치과 죽이는 악법’이라는 문구를 담은 피켓을 들고 정부의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및 보고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1인시위에 나섰다. 치협은 지난 9월 27일 박태근 협회장을 시작으로 위헌이 결정될 때까지 헌법재판소 앞 릴레이 1인시위를 진행 중이다”고 보도하고 있다.
비급여진료비 공개제도의 부당함에 적극 맞서고, 일반 회원들이 십시일반 법률비용을 모아 제기한 헌법소원은 어느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것이 아니었으며, 치협 또한 이에 뜻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라는 데 반론을 제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치협 박태근 회장 또한 지난 10월 26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시도지부장이 참여한 비급여비대위 활동은 필요하다”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불화설을 일축하고 “지부장들과 많은 소통을 하고 있고, 공식적인 대관업무를 해야 하는 협회장은 낼 수 없는 다양한 목소리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 비춰볼 때 비급여공개저지비대위의 활동이 어떠한 의미에서 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고 집행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논리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이미 지난 7월 초부터 각 지부에서는 회원들의 과태료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므로, 비급여진료비 공개자료 신고 마감일을 알려주면서, 신고에 대한 것을 회원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겼다. 자료 제출한 치과의원이 95%가 넘었다고 한다. 자료를 제출한 회원들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 주어야 한다.
비급여진료비 자료를 제출했다고 해서 이 불합리한 제도에 찬성하는 회원은 없을 것이다. 법이 개정됐고 과태료도 부과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울며 겨자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지부 또한 이러한 회원들의 어려움을 반영해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일정을 안내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태근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협회장 당선 당시에는 50% 미만의 자료제출 상황이었지만 제가 회원들에게 제출을 권고하고 난 기자간담회 이후 95% 이상 제출해 주셨다”고 밝혔듯이 협회의 권고가 가장 큰 기폭제가 된 것이 사실이다. 치협 또한 자료제출을 하라고 한 것이 이 제도에 찬성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치협 비대위도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고 밝힌 상태다.
6개 지부 회장이 주축이 된 비급여공개저지비대위 또한 자료제출을 한 회원들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자발적인 의지로 과태료를 불사하고 강력한 항의의 뜻을 견지하고 있는 회원들이 중심이 돼 과태료를 부과받는다면 행정소송도 제기하고 위헌소송도 제기하면서 끝까지 저항해 나가겠다는 의지다. 위헌소송이나 과태료 불복 행정소송으로 비급여 공개 저지를 막을 수 있다면, 불합리한 비급여 공개 및 보고 의무의 개선을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자료를 미제출한 소송 당사자 개개인의 권리 회복이 아닌,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진료의 자율성에 대한 권리를 되찾아 오는 일이 될 것이다.
지부 회의에서 논의되고 그 총의를 모은 것도 아니고 지부장들 모두의 결의를 모은 것도 아닌, 개인 자격으로 모인 사람들이 지부의 대표직을 표방하는 것은 숙고해 볼 일이다.
비급여공개저지비대위는 자료 제출을 거부한 현직 6개 지부 회장들이 중심이 돼 결성됐다. 치의신보 편집인 칼럼에서 언급한 것과 비슷한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비급여공개저지비대위 출범부터 자료제출을 거부한 개인 회원 자격으로 참여한 것임을 분명히 했고, 지부 전체의 뜻을 모은 활동으로 과대포장한 적도 없다.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지부 총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지부 회장이라는 직책을 사용한 것이 문제인가? 앞서 밝혔듯 과태료가 부과돼 개인 회원의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치협은 입장을 선회해 자료제출을 독려했고, 대다수 회원이 이를 따랐다. 지부에서도 많은 회원이 이미 제출한 상태이지만 누군가는 나서야 하고 목소리를 내야 했던 사안이다.
이에 지부 회장들이 앞장서 주도하는 것이 대외적으로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로 비급여공개저지비대위 출범 이후 몇몇 지부는 심평원 지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지원장들과 간담회를 갖거나 예정돼 있기도 하다. 정부 관계부처에서도 이같은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급여 공개나 보고 저지를 위한 비급여공개저지비대위의 활동들이 치과계 전체 이익과 정서에 어긋나는 일인가? 사실 정부가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비급여 관리대책’은 지부 회장이든 협회장이든 ‘직’을 걸고 뛰어도 해결이 될까말까한 사안이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자료제출 거부’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박태근 협회장이 회원들에게 자료제출 독려 입장으로 바꿀 시점, 치협에서는 어떠한 의결과정을 거쳤는가 하는 부분이다. 당시 치협은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결정함에 있어 회원 총의는 물론, 집행부 이사회 논의조차 거치지 않았다. 당시 회원의 총의는 무엇이었을까? 거기에 대한 답은 당시 박태근 후보의 자료제출 거부 공약에 대한 지지와 당선으로 보여준 것 아닐까? 하지만 이러한 회원들의 총의를 뒤집을 때는 어떠한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치과 개원가의 판을 흔들 수 있는 비급여 공개 자료 제출 여부를 아무리 후보자 개인 공약이라지만 당선된 이후 협회장 개인 독단으로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는 것은 정당한 일이었을까.
비급여진료비 공개자료 제출을 거부한 회원 명단’을 제출해달라는 일부 지부장의 요청에 응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협회는 소송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한다.
비급여공개저지비대위에서는 이 활동에 동참할 회원 정보를 구하기 위해 자료제출 거부 명단을 치협에 공유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복지부, 심평원 등에 먼저 질의한 결과 치협을 통해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치협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제공하지 않았다. 비급여공개저지비대위가 임의단체라는 해석도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이후 모 지부가 공문으로 한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회원 개인의 이름이 아닌 치과의원의 명단을 공유하는 것이 어떻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치협이 지부에 보수교육 미필자나 회비 납부 명단 등을 공유하는 것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소송감인지 되묻고 싶다.
치과신문’처럼 서로 다른 입장문을 실으면서 찬반의견을 표하는 공론의 장이 있는데, 공보지인 치의신보까지 논쟁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치협 한진규 공보이사는 편집인 칼럼에서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공보’의 사전적 의미(국가 기관에서 국민에게 각종 활동 사항에 대하여 널리 알림. 공보 활동/지방 관청이 관보(官報)에 준하여 발행하는 문서/관청 사이의 보고)를 적시했다. 또한 “치의신보는 치과의사만 보지 않는다. 일반 국민, 관공서, 업체가 같이 본다”는 전임 공보이사의 조언도 실었다. 이 대목을 보며 치과계 공보지인 치의신보가 정작 가장 중요한 회원들의 목소리와 행동을 외면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물론 치의신보는 기관지이기에, 치과계는 정돈된 하나의 목소리를 정부와 국민에 전달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치의신보가 가장 먼저 귀담아야 할 것은 회원의 목소리다. 각양각색의 회원이 반회를, 분회(구회)를, 지부를, 협회를 구성한다. 이러한 ‘회’는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발전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치협 집행부의 정책에 반한다는 이유로, 그렇지 않더라도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이런 활동과 요구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치협 집행부가 추진하는 방향, 단 하나의 창구만이 치과계 정석인가? 어떠한 정책도 완벽할 수 없다.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수정 보완해 완성해가야 함에도 회원들을 향해 공론의 장을 열기보다는 정부를 향해 하나의 방향만 제시하겠다는 것은 치과계를 이끌어가는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지극히 제한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실으면 치의신보가 싸움터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보다는, 회원들이 자유롭게 참여해 의견을 제기하고 활발한 논의의 장으로서 거듭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바이다.
이 기고를 마치며…
비급여진료비 통제를 위한 정부의 압박은 점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저수가 경쟁으로 인한 폐해, 의료영리화에 대한 문제에 치과계는 어느 의료단체보다 치열하게 맞서왔다. 때문에 이 문제는 대정부 협상을 하는 치협, 측면 지원을 하는 지부, 머리띠를 두른 회원, 모두의 의견이 중요하다.
지난 9월 24일 개최된 박태근 집행부 초도이사회에서는 “박태근 회장이 2/3 이상의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것은 회원들이 회장의 공약사항을 지지해준 것이고, 그것을 믿고 표를 행사한 것이다”, “공약은 회원과의 약속이며, 이를 뒤집으려면 내년 총회에 상정해 대의원들이 결정을 해줘야 한다”, “임원들은 협회장의 공약사항이 이행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반대하는 임원은 왜 이 자리에 있는 것인가”라는 강경한 발언까지 오갔다. 그리고 당시 일부 임원의 반대에도 파기할 수 없는 공약으로 처리된 첫 번째 안건은 치협 출입이 금지된 일부 언론에 대한 출입금지를 해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박태근 회장이 타 후보에 비해 가장 선명하게 부각됐던 차이는 ‘비급여 자료제출 거부’, ‘회원 50%만 거부해도 정부에서 과태료를 부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는 강력한 의지였을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중요한 회원과의 약속 아니었을까?
취임 후 현실을 들여다보니 이미 법은 개정돼 시행 중이었고 과태료 부과도 막을 수 없었기에 입장을 번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선거 과정 중에는 그러한 사실확인조차 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어려운 건 알지만 일단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했던 것인지 궁금하다. 몇몇 지부 회장이 비급여공개저지비대위를 꾸린 것이 차기 선거운동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에 앞서, 협회장이 당선되기 위해 이 혼선을 부추긴 건 아니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치협 또한 회원 개개인의 피해를 막을 수 없는 절박함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이해한다. 그러나 앞으로도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치협이, 최일선에서 개인적 피해마저 감수하며 머리띠를 두르고 대항하고 있는 일선 회원들을 폄훼하는 일만은 없기를 바란다.
글/서울시치과의사회 이재용 공보이사
치과신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