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구강보건 중요, 부작용 막는 것이 협회의 역량”
- 이수구 前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Q. 2012년 틀니 급여화 도입을 준비했던 시기, 어려움은 없었나.
- 당시 학회, 지부의 반대가 극심했다. 일본의 사례를 접하고, 대한민국 치과계를 침몰시키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협회장으로서 고민이 많았으나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돌팔이 문제도 한 축이었다. 당시 지방에서는 인근에 40만원으로 틀니를 해주는 돌팔이가 횡행하면서 지역 치과들도 60~70만원선까지 수가가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서울과 지방의 수가 격차도 크고 상황도 많이 달라 어려움도 컸다.
Q. 보철보험으로 하향세를 걷게 된 일본의 전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 틀니 보험화의 중요한 부분은 일본에서 불거진 부작용을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수가였다. 당시 일본은 저렴한 틀니를 몇 개씩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고 해서 호주머니 틀니로 불리기도 했다. 적정 수가와 교체주기를 제대로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당시 정부는 틀니 급여화를 하고 싶었지만 치협의 반대에 막힌 상태였고, 치협은 세자릿수 수가를 위해 뛰었다. 수가가 세자릿수만 된다면 회원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Q, 틀니-임플란트 급여화, 어떻게 평가하나.
- 돌팔이 비용이 40만원, 보험이 되고 본인부담이 50만원 정도 되다보니 굳이 돌팔이에게 맡기는 환자가 없을 것으로 봤고, 지방에서는 실제 청구도 크게 늘었다. 이후 본인부담도 50만원에서 30만원 선까지 내려가며 환자들에게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치과의 문턱이 낮아지고, 수가는 매년 자연인상이 된다는 것도 치과계에는 유리한 부분이다. 같은 이유로 임플란트 급여화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10년이 지난 지금, 보철보험화는 결과적으로 국민 만족도를 높이고 치과계에도 큰 손해 없이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Q. 지금은 급여확대 요구도 있지만, 수가 재조정에 대한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 임플란트 개수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지만, 수가가 떨어지면서 늘어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치협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도 낮은 수가임을 강조하며 저수가에 맞서야 한다. 치협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시민단체, 국민들과 호흡하며 그들의 요구가 관철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젊은 치과의사들이 개원가에 진입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렇다보니 개원가에서 저수가 경쟁이 있으나 임플란트 수가를 낮추는 건 스스로가 무덤을 파는 것이다. 치과계 내부 문제는 스스로 자정하면서 해야 한다.
Q. 치과 건강보험, 앞으로의 과제는?
- 틀니보다는 임플란트의 요구가 큰 만큼 노인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임플란트 혜택을 보도록 돕는 것도 필요하다. 개수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수를 늘리면 수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우를 떨쳐야 한다. 그것을 지키는 것이 치협의 역할이다. 이제는 구강건강이 전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연구논문이 나오고 있다. 전신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구강건강을 잘 지킴으로써 전체 국민의 전신건강이 좋아질 수 있고, 결국 예방적 관점에서 구강건강이 건보재정 절감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의료는 공공재, 덤핑수가와의 전쟁 속 미래를 위한 선택”
- 김세영 前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Q. 2014년 임플란트 급여화는 건강보험의 중대 분기점으로 꼽힌다.
- 당시 치과계는 유디치과와 룡플란트치과 등과 같은 네트워크가 최전성기를 누리던 시기다. 네트워크 치과가 들어오면 반경 4km 이내 치과는 초토화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지방은 120~130만원, 서울은 130~150만원 정도의 수가를 받고 있었지만, 58만원 임플란트를 광고하고 있었다. 이미 덤핑 임플란트가 나왔으니, 10년 뒤 개원가 수가는 계속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보험은 복리로 늘어나는 만큼 수가를 유지하는 의미도 있었다. 급여로 편입되면 수가는 낮아지겠지만 대신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당시에도 회원들의 반대와 우려가 컸지만 “10년 뒤에 나를 평가해 달라”고 설득했다.
Q. 노인 임플란트가 대선 공약에 포함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후보 공약이자 민주당에서도 같은 공약을 낸 상황이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같은 공약이 나오도록 설계돼 있었다. 대선공약으로 부각되면서 회원들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대신 ‘합리적 수가’라는 대전제가 있었다. 대선 공약에 치협이 정면으로 반대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었고, 국민들의 불신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우선 고려사항이었다. 여기에 치과계 내에서도 저가 경쟁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지켜내는 것이 필요했다. 국가에서 공인하는, 받아들일 수 있는 수가를 받는 것이 덤핑치과와의 차별이 가능한 부분이기도 했다. 수가 문제가 민감했지만, 치협에는 마경화 보험부회장이라는 자산이 있었다. 실무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협회장은 회원을 위한 방향으로 결정했다.
Q. 비급여 저수가 경쟁이 오히려 문제가 되고 있다.
- 의료는 공공재이며, 의료의 공공성이 훼손돼서는 안된다. 요즘은 비대면 진료와 의료데이터의 상업력 허용 등이 문제시되고 있다. 여기서 비급여 공개에 대한 현 치협 집행부의 대응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비급여 공개 도입을 찬성해놓고 이제와 다시 하느니 마느니 하는 것은 뒷북,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가격비교를 하고, 보철보험 수가까지 내리겠다는 속내가 보인다. 복지부보다 기재부가 나서고 있고, 의료의 공공성은 훼손되고 있다. 대다수 개원가는 적정수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38만원 임플란트 광고까지 나오는 상황에 불안함도 있을 것이다. 치협의 대응이 중요하다. 싸게 받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불법 MSO 등 개연성을 파헤치고 불법을 퇴치하는 것은 치협의 몫이다. 집행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Q. 보철보험 평가와 제언. 치과건강보험에 대한 소신이 있다면.
-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큰 틀의 방향은 맞았다고 생각한다. 보험도 굴곡이 있겠지만 회원들의 지혜를 모아 해결해 나가면 된다. 불법사무장치과와의 전쟁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회원들이 의료 영리화는 안된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됐었기 때문이다. 보험도 정치다. 데이터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치협의 우군을 많이 만들 생각을 해야 한다. 어느 전문가 집단이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면 공멸한다.
[치과신문_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