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규모의 임플란트 학회인 유럽골유착학회(European Association of Osseointegration, 이하 EAO)가 지난달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사흘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2022 EAO Congress를 개최했다. 올해로 29회를 맞이한 EAO Congress에는 전 세계에서 2,500명 이상의 참관객이 참가했으며, 83개의 관련 업체들이 출품해 자사의 기술력을 뽐냈다.
스위스 제네바가 UN의 도시임을 오마주한 듯 이번 학회의 주제는 ‘Uniting Nations through Innovation’이었다. 주제에 ‘Innovation’이란 단어가 들어간 것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치과계의 최대 화두인 디지털 덴티스트리에 관한 강연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임플란트 수술 관련 프로그램이 많았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필자는 지난 6월 덴마크에서 열렸던 EuroPerio 10 학회에도 참여했었다. 개인적으로 디지털이 큰 관심분야가 아닌지라 참가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국내 보다 훨씬 다양한 주제의 디지털 강의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특히 GBR 분야에서도 디지털을 이용한 새로운 방법이 제시되는 등 최신 동향을 확인할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1. 인상 깊었던 디지털 덴티스트리 : GBR과 디지털의 만남
비흡수성막과 핀 고정을 이용한 Urban의 테크닉(첨언 : 소시지테크닉은 콜라겐 막을 사용하는 것이지만 최근 Urban은 동일한 테크닉에 비흡수성 막을 이용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얇은 블록본으로 증대할 공간의 벽을 만들어 이식하는 Koury technique 등의 방법으로 이제 수직적 GBR은 예지성 있는 술식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몇몇 ‘특별한 손’을 가진 대가만이 할 수 있는 고난도의 술식이어서 필자 같은 ‘평범한 손’을 가진 임상의에겐 여전히 문턱이 높은 술식이다. 특히 수직증대가 필요한 경우에는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술식을 구현하기 어려운 이유는 크게 1)Releasing을 통한 판막의 조작 2)비흡수성막의 능숙한 조작과 핀고정(Urban technique) 3)블록본의 채취와 이후 형태를 다듬고 고정하는 것 (Koury technique)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하악 대구치를 비롯한 어느 부위이든지 releasing하는 노하우와 테크닉은 많이 공개됐다. 문제는 수직증대를 위한 부담스러운 비흡수성막의 조작과 블록본 채취 후 결손부 형태에 맞춰 다듬고 고정하는 2)과 3)번의 단계일 것이다. EAO에서는 이런 부분을 디지털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Matteo Chiapasco(이탈리아)는 CAD/CAM customized titanium meshes를 이용한 GBR의 방법을 소개했다. 기성품 mesh가 아닌, 개별의 골결손부에 갖다 놓기만 하면 딱 맞는 형태의 맞춤형 mesh frame을 제작해 사용하는 임상 증례를 보여줬다. Tenting 스크루를 해줄 필요가 없으며, Mesh가 flexible하지 않고 매우 rigid하기 때문에 핀 고정을 많이 하지 않아도 견고한 mesh frame의 고정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앞서 말했듯 판막의 releasing 조작 노하우는 이미 많이 공개돼서 따라해 볼 수 있는 술식이 됐기에, 디지털의 도움으로 ‘조작 필요 없는’ 맞춤형 mesh가 생긴다면 ‘특별한 손’만이 할 수 있던 술식이 열 발자국 정도는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덕분에 수술시간이 짧아지는 등 부가적인 장점도 따라오게 될 것이다(그림 2. 좌).
블록본 채취와 고정을 해야 하는 Koury technique 술식도 디지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블록본 채취도 힘든데 그렇게 힘들게 채취한 걸 다시 얇게 자른 후 결손부에 맞게 직접 다듬고 고정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디지털을 이용해 블록본 채취 단계에서부터 Guide template를 이용해 블록본을 안전하게 채취할 수 있다(그림 2. 우). 그 후 또 한 번 눈대중으로 블록본을 다듬는 것이 아니라 미리 디지털 프린팅을 통해 만들어진 틀을 가지고 2차적으로 piezo나 bur 등을 이용해 원하는 형태로 블록본을 재단하고 나면 블록본이 구강내에 바로 고정하기 좋은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 역시 술식의 진입장벽을 많이 낮춰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Koury technique 같은 블록본 그래프트를 국내에서 적용하기는 여전히 힘들겠지만, 식립 가이드나 보철제작에 국한되지 않고 수술 분야에서도 디지털을 이용한 쉽고 편한 방법이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2. 일반 임플란트 임상: GBR 최신 지견
앞서 참석했던 EuroPerio 10과 이번 EAO에서 느낀 공통점이 있다. 심한 골결손부 같은 어려운 GBR 증례에서는 확실한 공간 유지를 위해 비흡수성막, 메쉬, 블록본 등 어떤 것을 사용하던지 간에 자가골을 50% 이상의 높은 비율로 혼합해 사용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수련을 받은 2000년대 초반에는 상악동 골이식, 수평적 증대를 위한 GBR을 주로 다뤄서 그런지 자가골이 Gold standard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골이식재의 발전으로 이종골, 동종골 등의 이식재도 자가골을 대체할 만한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채취가 불편한 자가골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는 흐름이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수평적으로 증대되는 양의 수준이 예전보다 훨씬 커지고, 특히 수직골 증대도 이전보다 더 보편적인 술식이 되어가면서, 50% 이상의 자가골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채취를 위한 번거로운 과정이 있더라도 양질의 골을 만들기 위해서는 trephine bur, 뼈를 긁으면서 채취하는 bone scraper 등을 이용해 최대한 자가골을 채취하는 모습에서 다시 돌아온 ‘Gold standard’ 자가골의 위엄을 느낄 수 있었다. 반면, 50%의 자가골 함량은 공통되나, 혼합하는 인공뼈에 대해서는 특별히 그 중요성 또는 가이드라인이 강조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예를 들어 Urban이 똑같은 술식을 하더라도 50% 이상의 자가골 없이는 같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또한 골증대술의 경우 수평 증대에는 콜라겐 멤브레인으로도 가능하지만, 수직적인 증대에는 비흡수성 멤브레인 이상이 필수적으로 추천됐다. Urban을 멘토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Helene Arnal(프랑스)도 콜라겐 막을 이용한 소시지 테크닉으로 엄청난 양의 수평적 증대술 증례를 보여줬다. 하지만 수직적 골 증대술이 필요한 경우는 비흡수성 막을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코멘트 해주었다.
콜라겐 막을 이용한 소시지 테크닉의 원조인 Istvan Urban(헝가리)은 하악 대구치부위 수직증대에 대한 라이브 서저리를 진행했다. 수술 방법은 소시지 테크닉과 같았지만 잘 늘어나는 콜라겐 막이 아닌, 비흡수성 PTFE 막 안에 50%이상 자가골 비율을 섞은 이식재를 최대한 빽빽하게 채워 넣어 골이식재의 치밀함으로 마치 tenting screw의 역할까지 하는 사용법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비흡수성막 위에 콜라겐막을 한 번 더 덮고 봉합하는 방법이 최근의 프로토콜인 것으로 보였다. 꼭 TR-reinforced PTFE가 아니더라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확실하게 공간 유지와 프레임 역할을 할 수 있는 customized 하게 채취된 블록본, 개별 결손부에 맞게 만들어진 customized mesh 등 디지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내년에 30회를 맞이하는 2023 EAO는 9월 28일~30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다. 1년 후엔 또 어떤 발전된 기술과 임상이 소개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부족하나마 EAO 참관기를 마치려 한다. 이번에 못 다한 이야기는 푸르고의 학술사이트인 PurgoRegen을 통해 보다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바란다.
윤우혁 원장(드림팩토리치과)
·원광대학교 치주과 인턴, 레지던트
·대한치주과학회 기획실행이사
·대한심미치과학회 정보통신실행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