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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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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630)

지난주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인도네시아치과의사학회를 다녀왔다. 일본심신치의학회와 대한심신치의학회가 공동으로 심신치의학에 대한 주제로 일요일 오전 메인 섹션으로 일본 연자 3명과 한국연자 2명이 강연했다. 심신치의학이란 주제를 처음 접한 인도네시아 치과의사들의 관심이 높았다.

 

눈에 띄는 몇 가지가 있었다면 청중의 90%가 여자 치과의사였다. 도착한 날,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좋은 대학인 인도네시아대학교 치학부를 방문하였는데 미팅한 학교관련자 8명 중 학장을 포함해 7명이 여자였고 학생담당주임만 남자였다. 치대 학생 80%가 여자이고 의대 학생 70%가 여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의사들 집단에서 여자 비율이 높은 것이 공부를 잘하는 것인지 수입의 문제인지는 짧은 방문으로 모두 알기는 어려웠다. 픽업을 나와 준 학생에게 미래 희망을 물어보니 치과의사 봉급보다 공무원 봉급이 3배 이상 많기 때문에 공무원으로 일하는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치과대학에 여성 비율이 높은 이유는 다양한 사회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음식점이나 쇼핑타운 직원들이 대부분 영어에 익숙하게 말하는 것이 400년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이유인지 관광객이 많은 탓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런 부분에 관심이 갔던 이유는 필자가 공중보건의를 하던 80년대에는 환자가 의사에게 불만을 제기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환자가 의사에게 무엇인가를 물어보는 것도 조심스럽던 때였다. 90년대까지도 환자가 의사에게 화를 내거나 따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의료에서 서비스라는 개념이 없었다. 해방 이후 군사정권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병원이나 의원은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의료는 봉사라는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90년대까지도 의료는 봉사라는 개념이 있었다.

 

그러던 것을 치과계에서 치과홍보에 의료서비스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의료가 급격히 서비스화되었다. 게다가 인터넷이 보급되며 의사들이 지녔던 의료정보 독점이 깨지면서 환자가 의사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치과계가 스스로 빠르게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무너뜨렸다. 2010년경, 어느 날 강남의 어떤 치과에서 교정치료비의 파격적인 제시가 있었다. 그 후로 교정비는 급격한 하락이 시작되었다. 물론 그전에 수가를 아주 낮춘 네트워크 치과가 등장한 이유도 한몫을 했다. 이제 100만원 이하의 임플란트 광고는 쉽지 않게 발견된다. 이 모든 것이 불법이 아니니 막을 길은 없지만 치과의사의 사회적 신분이 무너져가는 것을 보고만 있는 필자는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이를 볼 때마다 우로보로스 그림이 생각난다. 우로보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뱀 모습 괴수로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삼키는 모습으로 결국엔 자멸하게 된다. 인도네시아에서 치과의사의 사회적 위치나 국민적인 치과 지식이나 불만 정도나 행복지수를 모르기 때문에 우리나라 80년대인지 90년대인지 현재인지 알 수 없었다. 일본에서 심신치의학이 30년 전에 시작된 이유도 이미 일본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어 그 필요성으로 학회가 탄생하였기 때문이다. 일본의 자살과 이혼이 세계 1위를 하던 시절이었다. 80~90년대 한국에서는 심신치의학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제 한국이 이혼과 자살이 세계 1위다. 우리가 고민하는 시대가 되었다.

 

인도네시아는 아직 심신치의학이란 개념이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국민행복도가 높고 치과의사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필요 없는 학문이다. 사회에서 개인적인 고립도가 증가되고 불안심리가 높아지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그런 환자가 발생하며 치과의사들이 비로소 심신치의학에 대한 이해도 생긴다. 심한 스트레스 조건과 견디기 힘든 사회적인 환경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심신치의학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에게 환자가 흉기를 들고 치과에 오는 것이 별나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90년대까지는 우리도 그랬다.

 

귀국길에 자카르타 공항에서 새로운 광경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승객들 캐리어의 1/3정도는 랩핑이 되어 있었다. 알아보니 셋업 범죄 방지용이란다. 우로보로스는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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