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뜨거웠던 열기가 가라앉고, 이제는 차분히 책상 앞에 앉아 조직을 정비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가다듬는 ‘설계’의 시간이 찾아왔다. 치열했던 경쟁의 순간을 뒤로 하고, 이제는 우리가 약속했던 비전을 어떻게 현실의 결과물로 빚어낼지 고민해야 할 때다.
일선 진료 현장에서 우리가 늘 체감하듯이, 아무리 좋은 최첨단 디지털 장비와 체계적인 진료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도 결국 그것을 운용하여 환자의 고통을 해결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시스템은 기본을 만들지만, 그 시스템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가치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손길이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이 있듯이, 서울시치과의사회라는 거대한 조직이 4,800여 회원을 위해 제대로 움직이기 위한 첫 단추 역시 결국 ‘어떤 사람과 함께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단순히 자리를 채우는 것을 넘어, 선거 과정에서 회원들에게 제시했던 비전과 약속을 얼마나 진정성 있고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엄중한 문답이기도 하다.
서울시치과의사회가 발행하는 ‘치과신문’은 단순한 지부의 기관지를 넘어, 격변하는 치과계의 역사를 30년 이상 묵묵히 기록해 온 살아있는 증인이다. 1993년 창간호가 세상에 나온 이래, 수많은 정책적 풍파와 학술적 진보의 현장을 가장 앞장서서 전달해 왔다. 초창기 ‘서치뉴스’라는 이름으로 태동하여 2002년 ‘서치신문’의 과도기를 거치고, 2003년 지금의 ‘치과신문’으로 성숙하기까지, 그 궤적 안에는 치과계의 눈물과 환희가 고스란히 녹아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때로는 회원의 권익을 대변하는 날카로운 창이 되어 불합리에 맞섰고, 때로는 치과계의 화합을 도모하는 따뜻한 등불이 되어 앞길을 비추어 주었다. 이 묵직한 지면을 채워온 선배들의 헌신적인 땀방울이 지금의 치과신문을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가 되었음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이번에 새롭게 임명된 서울시치과의사회 이사 및 임원들은 치과계의 수많은 인재 중에서도 엄선된 ‘만사(萬事)’의 주인공들이다. 임원들의 성명 뒤에 붙는 ‘회장’, ‘부회장’, ‘이사’라는 직함은 결코 권위나 명예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회원들의 가려운 곳을 세밀하게 찾아내어 시원하게 긁어주라는 ‘효자손’ 같은 소임의 무게이자, 책임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진료실에서는 환자의 치아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세심한 ‘전문의’의 자세를 견지하되, 이곳 회무의 장에서는 치과계 전체의 건강한 생태계를 돌보는 광범위한 ‘치료자’가 되어주길 기대한다. 때로 회무가 진료보다 고되고 밀려드는 업무에 “내가 왜 사서 고생인가”하는 회의감이 들 때면, 치과신문이 걸어온 고귀한 역사를 기억해 주길 바란다. 임원 여러분이 내딛는 고심 어린 한 걸음 한 걸음이 곧 치과계의 새로운 뉴스가 되고, 훗날 후배들이 읽게 될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지만, 자칫 소홀히 하면 “인사가 망사(亡事)”가 될 수 있다는 선배들의 뼈 있는 조언 또한 늘 경계의 지표로 삼겠다. 우리가 서로의 부족함을 메우는 ‘팀워크’라는 레진을 빈틈없이 잘 충전할 수 있다면, 이번 제40대 서울시치과의사회 집행부가 만들어낼 결과물은 그 어떤 보철물보다 견고하고 아름다울 것이리라 확신한다.
필자 역시 공보이사로서, 그리고 치과신문을 책임지는 편집인으로서 임원 여러분의 열정적인 활약상을 가장 생동감 있게, 그리고 따뜻한 시선을 담아 기록하겠다. 아울러 소통의 창구로서, 제40대 집행부가 약속했던 “회원들과의 멋진 동고, 동락, 동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회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진정한 ‘효자손’ 같은 치과신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성실하게 일궈온 제 인생의 모든 에너지를 치과신문에 오롯이 쏟아내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해 본다.
자, 이제 봄기운이 스프링(spring)처럼 힘차게 솟아오르는 4월의 초입이다. 진료 가운의 먼지를 잠시 털어내고, 회원들을 위한 본격적인 ‘만사(萬事)’를 해결하러 힘차게 나서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