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오는 시기, 부모님들은 아이의 영구치를 기대감 속에 바라봅니다.
하지만 하얗고 반짝여야 할 치아가 누렇거나 하얀 반점이 있고, 어딘가 푸석푸석해 보인다면 부모님들은 깜짝 놀라게 됩니다. 이제 막 나온 치아가 벌써 충치가 생긴 걸까?’ 하는 의문과 함께, ‘내가 양치질을 잘못해줘서 벌써 썩은 건 아닐까?’ 하며 자책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1. 어금니-앞니 저광화(Molar-Incisor Hypomineralization, MIH)란?
MIH는 비교적 최근에 정의된 임상 개념입니다.
전신적 원인으로 인해 하나 이상의 제1대구치(큰어금니)와 절치(앞니)에 발생하는 법랑질 저성숙을 의미합니다. 명칭은 다소 낯설지만, 소아치과 진료실에서는 생각보다 흔히 접하는 질환입니다. 이환 범위와 중증도에 따라 다르지만, 심한 경우 과민증, 통증, 치아우식 진행, 파절 등으로 이어져 아이의 삶의 질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2. 발생 원인
MIH는 단일 원인이 아닌,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다인성 질환으로 이해됩니다.
특히 제1대구치와 영구 절치의 석회화가 진행되는 임신 말기부터 생후 3~4세까지의 전신 질환이나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조산, 저체중 출산, 생후 3년 이내 고열을 동반한 질환, 환경호르몬 노출 등이 관련 요인으로 언급되고 있으나, 특정 단일 요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3. 구별해야 할 질환
일반인뿐만 아니라 MIH 임상 경험이 많지 않은 의료진조차 MIH를 초기 치아우식이나 다른 질환과 혼동하기 쉽습니다.
1) 초기 우식(충치): 주로 구강 위생 불량으로 인해 잇몸과 치아 경계 부위에 생기는 탈회 현상입니다. 반면, MIH는 치태가 잘 끼지 않는 치아의 씹는 면(교두)이나 평활면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2) 치아 불소증: 불소 과다 섭취로 발생하며, 경계가 불분명한 백색 선이나 구름 모양을 띠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불소증 치아는 오히려 충치에 강한 저항성을 보입니다.
3) 법랑질 형성부전(Amelogenesis imperfecta, AI): 유전적 원인으로 모든 치아에 전반적으로 형성 부전이 나타나며 가족력이 뚜렷합니다. 반면 MIH는 특정 치아(제1대구치와 앞니)에 국한되어 나타납니다.

4. 증상 및 문제점
MIH에 이환된 치아의 대표적인 증상은 과민증(Hypersensitivity)입니다. 다공성인 법랑질을 통해 외부 자극이 신경으로 빠르게 전달되어, 일상적인 식사나 칫솔질을 할 때도 통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아이들은 통증 때문에 양치질을 기피하고 치과진료 자체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이는 결국 플라크 침착과 충치의 급속한 진행으로 이어져, 광범위한 치관 파괴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치아 우식 병소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MIH치아는 정상적인 저작력에도 치아의 일부가 깨지거나 마모되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치아 표면이 무너지는 경우에는 우식이 더욱 빠르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해당 치아는 만성적인 치수 염증 상태일 가능성이 있어 국소마취가 잘 듣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의 행동 조절이 어려워져 치료 과정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5. 치료 방법
1) 법랑질 파괴 없이 색조 변화만 있는 경우: 치질을 최대한 보존하고 강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기적으로 불소 바니쉬를 도포하여 법랑질 표면을 단단하게 만들고, 시린 증상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2) 법랑질 파절(깨짐)이 발생한 경우: 손상된 치질을 수복해야 합니다. 심하지 않은 파절의 경우 복합레진이나 글래스아이오노머 수복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저광화된 법랑질은 복합레진 접착력이 떨어지므로, 건강한 법랑질이 나올 때까지 변색된 부위를 제거해야 합니다.
특히 제1대구치(어금니)가 심하게 손상된 경우에는 기성금속관(Stainless steel crown, SS Crown) 수복이 필요합니다. 6~8세경에는 제1대구치가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상태이므로, 기성금속관을 씌워 외부 자극을 차단하고 시린 증상을 없애며 추가적인 치아 파괴를 막아야 합니다. 성인이 된 후에는 금이나 세라믹 크라운으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3) 매우 심각한 손상의 경우로 예후가 불량한 경우: 제1대구치의 보존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가 심하다면 발치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적절한 시기에 발치하여 뒤에 있는 제2대구치가 자연스럽게 앞으로 이동(근심 이동)하여 자리를 채우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4) 앞니의 경우: 기능적인 목적보다는 심미적인 이유로 치료를 시행하며,
최대한 자연 치질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접근합니다.

6. 예방법 및 관리
MIH는 발육성 질환이므로 조기 발견과 정기 검진이 예후를 결정합니다.제1대구치가 올라오는 만 6세 무렵에는 부모님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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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새로 나온 치아가 누렇거나 크림색, 갈색 반점이 보이는 경우 ② 아이가 양치할 때 유독 놀라거나 피하려고 하는 경우 ③ 어금니나 앞니 끝이 부스러진 것처럼 보이는 경우 |
위와 같은 증상이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치과에 내원해야 합니다.
가정에서는 고농도 불소치약을 사용하고, 치과에서 정기적인 불소 도포를 받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가정에서 CCP-ACP와 같은 예방 제품 사용도 도움이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리’입니다. MIH는 치아우식처럼 관리 소홀로 생기는 후천적 질병이 아니라, 치아가 나올 때부터 존재하는 선천적/발육성 질환입니다. 자녀가 MIH로 진단되었다고 해서 부모님께서 자책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MIH는 무서운 병이라기보다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경험 많은 소아치과 의료진과 함께 적극적으로 관리한다면, 약한 치아라도 건강하게 유지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