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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치과생활

아름다운 배웅, 따뜻한 동행 : 삶의 마지막까지 ‘나’답게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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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김대균 교수(가톨릭대학교인천성모병원 권역별호스피스센터장/교수)

치과 대기실에 앉아 진료 순서를 기다리다 보면, 문득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치아 하나만 불편해도 온 신경이 곤두서고, 먹는 즐거움이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우리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써 내려가야 할 시간이 온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누구나 삶의 끝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멀리하고 싶은 이야기이고,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꺼려지는 금기어처럼 느껴집니다. 오늘은 치아 건강을 위해 미리 검진을 받고 치료를 결정하듯, 삶의 존엄한 마무리를 위해 미리 알아두면 좋은 이야기, 바로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해 나누어 보려 합니다.

 

호스피스, ‘포기’가 아니라 ‘최선의 선택’

진료실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을 만나면, ‘호스피스’라는 말 앞에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이제 병원에서 해줄 게 없다는 뜻인가요?”, “죽으러 가는 곳 아닌가요?”. 하지만 이것이 바로 호스피스에 대한 가장 흔하고도 큰 오해입니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치료를 포기하는 곳이 아닙니다. 완치를 목표로 하는 치료가 더 이상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때, 고통을 줄이고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해 시작하는 가장 적극적인 돌봄입니다. 의미 없는 연명치료로 힘든 시간을 늘리기보다, 통증·숨 가쁨·불안 같은 고통스러운 증상을 전문적으로 조절해 남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보내도록 돕습니다.

 

통증이 줄어들어야 비로소 환자는 가족의 얼굴을 바라보고, 손을 잡고, “사랑한다”는 말을 건넬 수 있습니다. 삶을 정리하고 관계를 마무리할 힘도 그때 생깁니다. 실제로 통증이 잘 조절된 환자들이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고, 때로는 생존 기간도 더 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호스피스는 죽음을 앞당기는 곳이 아니라, 삶을 끝까지 살 수 있도록 돕는 공간입니다.

 

 

미리 나누는 대화, 가장 따뜻한 배려

치과 치료를 결정할 때 치과의사 선생님의 충분한 설명과 상담이 필요하듯, 삶의 마지막 의료 결정 역시 본인의 가치와 선택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2018년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의미 없는 연명의료를 원치 않을 경우 이를 거부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서류 한 장이 아닙니다. 내가 의식을 잃거나 판단력이 흐려지기 전에, 가족과 함께 “내가 어떤 마지막을 원할지”를 이야기해보는 과정이 훨씬 중요합니다. 의료진, 환자, 가족이 함께 대화하며 방향을 정하는 것을 ‘공동의사결정’이라고 부릅니다.

 

“나는 기계에 둘러싸여 억지로 숨만 쉬는 건 원치 않는다.”, “가능하면 집에서 너희들 곁에 있다가 가고 싶다.” 이런 대화는 불길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남겨질 가족들이 결정의 순간에 느낄 혼란과 죄책감을 덜어주는, 가장 지혜롭고 사랑이 담긴 준비입니다.

 

 

“못 드셔서 돌아가시는 게 아닐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가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순간은 환자가 음식을 거의 드시지 못할 때입니다. 하지만 임종이 가까워질수록 우리 몸은 자연스럽게 많은 영양과 수분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됩니다.

 

이 시기에 억지로 음식이나 영양제를 투여하면, 오히려 몸이 붓고 가래가 늘어 호흡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탈수 상태에서는 통증을 완화하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환자가 더 편안해지기도 합니다. “왜 안 드시냐” 고 다그치기보다, 환자가 원할 때 좋아하는 음식을 아주 조금 맛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병원비 걱정은 덜고, 집처럼 편안하게

“호스피스는 비싸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다행히 말기 암 환자의 경우 호스피스 입원에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과거 월 수백만 원에 달하던 간병비 부담도 ‘호스피스 보조활동 인력’ 제도를 통해 하루 4천 원 내외(월 10~12만 원)로 크게 줄었습니다. 4인실 기준 월 입원비와 간병비를 합쳐도 큰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 병원이 답답하다면 의료진이 집으로 찾아오는 ‘가정형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집으로 방문해 통증을 조절하고 수액 처치를 해주기 때문에, 익숙한 내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며 편안한 임종을 맞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삶을 사랑하는 방법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종종 조용한 기적 같은 장면들이 펼쳐집니다. 평생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나누고, 헝클어진 관계를 회복하며, 가족사진을 찍는 따뜻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삶의 마무리는 단순히 심장이 멈추는 생물학적 사건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했던 시간을 추억하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인생을 완성하는 소중한 과정입니다.

 

오늘 치과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신다면, 가족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도 함께여서 참 고마워.”

 

그 한마디가 언젠가 우리 모두가 맞이할 마지막 순간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줄 첫걸음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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