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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치과생활

세상에 '막 뽑아도 되는' 이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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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_김수미 원장(동물치과병원 케어덴)

사람 치과의사로 8년간 진료를 하다 3년 전 수의치과를 개원했습니다. 개원 당시 제가 그렸던 동물치과의 진료 풍경은 지금과는 다소 달랐습니다. 미용 목적의 치료는 줄겠지만, 기본적인 진료 철학과 술식은 사람 치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신경치료 후 레진과 크라운을 통해 치아를 보존하는 진료가 동물치과에서도 일상이 될 것이라 예상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개원 초기 몇 달간의 진료기록을 돌아보면, 레진이나 크라운 치료보다 발치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습니다. 보호자 대부분은 부러진 치아에 대해 주저 없이 “뽑아주세요”라고 말했고, 치아 보존 가능성에 대한 질문은 드물었습니다. 발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해결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최근 1년 사이 진료실의 분위기는 점차 변화하고 있습니다. 부러진 치아를 대하는 보호자의 인식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발치보다는 레진이나 크라운 치료를 먼저 고려하는 보호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였습니다. 비용과 시간, 마취에 대한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시도해 보고 싶다”고 말하는 보호자도 적지 않습니다. 반려동물의 치아 역시 적극적인 치료와 보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서서히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케어덴은 치아를 살리기 위한 선택지를 넓히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사람 치과에서 비교적 최근 도입되어 보존치료 영역에서 활용도가 높아진 MTA(Mineral Trioxide Aggregate)를 비롯해 치주 조직과 골 조직 재생을 위한 GTR(Guided Tissue Regeneration) 술식도 적용하며, 동물 환자의 치아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통증을 제거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을 찾은 아이에게 가능한 오래 기능하는 치아를 남겨주고자 하는 진료 철학의 연장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동물의 치아에 큰 가치를 두지 않습니다. 동물은 씹지 않고도 음식을 섭취할 수 있고, 치아의 심미적 가치는 낮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부러진 치아를 살리는 데 드는 비용 또한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결국 많은 경우, 이러한 치료는 ROI(Return on Investment)가 낮은,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치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분명한 오해입니다. 개와 고양이 역시 잘 씹습니다. 어떤 개는 오래 씹고, 어떤 개는 덜 씹을 뿐입니다. 적절한 음식을 급여하고 치아에 문제가 없다면, 씹지 않고 삼키기만 하는 동물은 없습니다.

 

만약 아이가 갑자기 음식을 덜 씹거나 한쪽으로만 씹는 모습을 보인다면, 대부분은 치아 문제로 인한 불편감이 원인입니다. 불편하지만 이를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입니다.

 

특히 임상에서 흔히 부러지는 치아가 열육치(裂肉齒,Carnassial tooth)라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열육치는 동물의 어금니 중 고기를 자르고 찢는 데 특화된 치아로, 상악의 마지막 소구치(P4)와 하악의 첫 번째 대구치(M1)가 가위처럼 맞물려 기능합니다. 이는 동물에게 ‘씹기’가 얼마나 중요한 기능인지, 그리고 그 기능을 상실했을 때 삶의 질이 얼마나 크게 저하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치아입니다.

 

씹는 행위는 단순한 섭식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터그 놀이나 사냥놀이 역시 씹는 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씹는 행동이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하여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의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보고된 바 있으며, 중추신경계의 다양한 보상·스트레스 관련 회로와도 연관성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반려견이 종일 개껌을 물고 있는 이유는 배고픔 때문이 아니라, 그 행위 자체가 심리적 안정과 만족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즉, 동물에게 씹는 행위는 생존을 넘어 ‘행복’과 연결된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친구들이 너무 유난 떠는 거 아니냐고 말해서 속상했어요.” 양쪽 어금니의 크라운 치료를 진행한 보호자가 진료 마지막 날 전한 말이었습니다. 잘 보이지도 않는 개의 치아 치료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일이 주변 사람들에게는 ‘유난’으로 비쳐졌던 것입니다. 동물치과 진료를 하며 종종 접하는 이야기이지만, 여전히 쉽게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어덴은 부러진 치아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크라운 치료에 대한 불신으로 충분히 보존할 수 있는 치아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수의치과 최초로 ‘크라운 평생 보증’ 제도를 도입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동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치아를 최대한 보존하

는 진료를 이어갈 것입니다. 이것이 치과의사이자 수의사라는, 흔치 않은 이력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고 또한 해야만 하는 역할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그냥 막 뽑아도 되는 이빨은 없습니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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