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간호조무사가 치과의사 행세를 하며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등 불법의료행위를 하다 적발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페이닥터로 고용된 치과의사의 명의를 도용하는 등 전형적인 사무장병원 형태를 띠고 있어 심각성을 더했다.
부산남부경찰서는 지난 12일 의사 명의로 치과를 개설한 뒤 임플란트 시술을 한 혐의(보건범죄특별조치법 위반)로 간호조무사 김모(42세·여)씨를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남편 강모(44세)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남부경찰서에 따르면 김씨 부부는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1개월여 동안 부산 수영구 소재 ‘e-세이프치과’에서 598차례에 걸쳐 진료행위를 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억9,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온 치과의사 A씨에게 “우리는 모 대학 치대를 졸업했지만, 다른 곳에 사업자 등록이 돼 있어 병원 개원을 못한다”고 속여 A씨 명의로 치과를 개원한 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11개월 동안 김씨와 A씨가 진료한 건수는 598건에 달했다. 이 중 간호조무사 김씨는 250여명에게 치주 및 보철 치료를 했으며, 임플란트 시술환자도 11명이 포함됐다.
주변에 개원하고 있는 치과에도 상당한 피해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치과의사회(회장 고천석·이하 부산지부) 수영구회의 한 임원은 “11개월 동안 인근 개원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며 “마케팅 전담 직원을 채용해 거리에서 홍보를 하고, 인근 치과에 대한 안좋은 소문을 퍼트리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로 인해 인근 치과 중 적자가 발생한 곳도 상당수”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부산지부 수영구회에서 회원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부산지부 수영구회 임원은 “회원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서너 번 방문을 했었다. 하지만 모친이 상중이라는 이유로 의사행세를 한 간호조무사를 만날 수는 없었다”며 “마침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된다는 제보가 있어 명의를 빌려준 치과의사 A씨를 설득해 자진신고 하도록 권유했다”고 말했다.
부산지부 이형모 홍보이사는 “이번 사건은 간호조무사가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등 죄질이 불량해 구속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전영선 기자/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