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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인 원장의 사람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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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백 하늘길에서 -1

많은 사람이 산을 오른다. 그들은 언제나 제일 높은 정상을 밟고, 모든 산군이 머리를 조아리는 가장 높은 곳에서 발아래 자연을 내려다보며, 정복의 쾌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괴롭고 어려운 고난의 과정을 거치며 오르는 그 고통의 시간이 정복의 기쁨을 더해준다. 드넓은 발아래 자연을 품에 안고, 마치 신선이라도 된 양 구름을 타고 떠다니는 기분까지 들기에 마치 산중독자처럼 또 다른 산을 찾아 오르고, 또 오른다.

 

우리가 찾는 인근의 흔한 산은 500~600m급의 산이다. 멀리 나가면 1,000m급의 산이 수없이 많지만 1,000m 이상의 산길을 줄곧 70~80km를 걷는 경우는 거의 없다. 끝없이 이어지는 1,000m 이상의 산길을 우리는 하늘길이라고 부른다. 정선 고한읍과 태백시 경계에 있는 함백산은 태백산보다 더 웅장하다고 해서 함자를 붙여 함백산이라고 한다. 1,573m의 함백산은 남한의 한라, 지리, 설악, 덕유, 계방 다음의 6위봉이다. 일 년 몇 달을 빼곤 거의 눈에 덮여있다 해서 백산이라고도 한다. 항상 구름 위 천상의 산, 발아래 구름이 흐르고 인간이 사는 세계와 분리된 하늘에 가까운 산이다. 태백시와 정선 신동읍을 연결하는 산군 80km가 모두 1,000m가 넘는 하늘길이다. 대장봉 함백의 눈 아래, 백운산, 두위봉, 질운산 등의 1,400m급 고봉이 읍소하며 고개를 숙이는 태고의 산길은 1,340m의 만항재에서 화절령을 거쳐 신동까지 신선의 길이 이어진다. 줄곧 구름을 타고 주목들과 벗과 산새들과 함께 달리니 바로 이백의 ‘별유천지인간(別有天地人間)’이라는 말이 실감이 나게 느껴진다.

 

왜 이렇게 높은 곳을 달리느냐고 물으면 “구름을 타고 고산과 벗하며 달리니 이것이 인간세상이 아닌 별천지가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올 것 같다.

 

필자는 말로만 들은 신선의 땅을 자전거를 벗 삼아 달리기로 했다. 만항재만 하더라도 1,340m이다. 차로 오를 수 있는 남한에서 가장 높은 구름 속의 고개다. 지금까지 1,089m의 운두령이 가장 높은 곳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우리 일행이 하나둘씩 운두령 고개의 구름 속으로 들어가던 그때의 신비스런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하물며 그보다 250m나 더 높은 만항재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을까?

 

생각만 해도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또 함백의 봉우리 구름 속에 자전거를 탄 나를 올려놓고 싶은 심정이다. 그렇게 함백은 나를 부르고 있었다.

 

2012년 현충일, 모처럼 엄숙한 날 필자는 아내와 집을 나섰다. 캄캄한 새벽 4시 응봉역 부근 집합장소에는 애니송의 밴이 대기하고 벌써 대원 2명이 기다린다. 결연한 마음으로 자전거를 밴의 지붕에 싣는다.

 

함백산과 같은 비포장 산악도로에는 자전거에 전해지는 진동을 완화하기 위해 앞뒤에 충격흡수장치가 있는 풀샥옵서버 자전거를 택해야 한다. 보통 풀샥이라고 말하고 전후 서스펜션이 작동한다. 필자가 보유하고 있는 두 대의 자전거 중 캐논데일풀샥을 택했다. 다운힐, 거친 길에서 자전거 몸체에 충격을 감소시킬 수 있어 위험이 줄어든다. 또 타이어의 폭도 2.0인치 이상이어야 하며 타이어 트레드도 높이 솟아있는 거친 타이어야 접지력을 높일 수 있다. 나의 사랑 두 대의 자전거, 라이트스피드하드테일과 캐논데일풀샥!!! 오늘은 캐논데일이 나와 함께한다. 차 지붕 위 나의 자전거는 그 우람한 모습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외다리포크(바퀴에 한쪽만 지탱하는 샥)가 다른 자전거와 유별나게 기묘하게 보였다. 종합운동장에서 5명을 더 태운 밴은 강원도 태백을 향한다. 떠오르는 해를 향해, 각오를 새롭게 한다. ‘부상 없이 어려운 고비 때마다 나에게 힘을 주소서’ 기도하며 입술을 깨문다.

 

언제나 업힐은 나의 한계를 시험하는 계기가 되곤 하였기 때문이다. 경기도를 넘자 산세가 험해지고 공기도 서늘해지기 시작한다. 치악휴게소에서 게눈 감추듯 아침식사를 들고 영월을 거처 사북으로 향했다. 도로의 경사가 만만치 않다. 밴을 운전하는 애니송도, 차도 기진맥진한 뱀처럼 구부러진 산악도시 고한! 앰티비 여행의 애니송은 40대 초반의 젊은이다. 자전거와 인생을 같이하는 자전거 마니아다. 산악 올마운틴(등산로 라이딩)도 선수급인 베테랑이다. 갑자기 차의 힘이 떨어지고, 차가 과열되는 모양이다. 갑자기 차가 서버린다. 고한읍 7% 이상의 오르막에서 차가 섰다. 계기판 붉은색 부분을 바늘이 가리키고 보닛을 여니 열이 얼굴에 확 쏟아진다. 우리는 자전거 라이더가 아니라 차수리공이 되었다. 고한읍사무소에 가서 물통을 구해와 냉각수를 보충하고 온갖 고생 끝에 엔진을 냉각시켜 출발하게 되었다. 만항재를 오르는 고한에서 시작된 도로는 끝을 알 수 없게 구불거리고 경사가 심했다. 만항재에 도착하니 30여명의 30~40대 젊은이들이 떼를 지어 10% 이상의 경사, 고도차 233m, 거리 2km의 함백산을 오로는 산길을 달려나간다. 그들의 숨소리가 산을 흔든다.

 

사람은 누구나 하늘에 닿고자 오르고 또 오른다. 그러나 자연은 높은 위치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말할 수 없는 육체적 고통 없이는 오를 수 없기에 자기 능력의 오만을 고통으로 가라앉혀 교만을 떨구고 겸손해지는 마음을 가르친다. 원래 교만한 인간은 하늘에 닿고자 하는 욕심으로 하늘 가까이 오르려 했다. 그러나 하늘은 그런 인간에게 엄청난 재앙을 내린다. 바빌로니아의 바벨탑이 그랬고, 하늘정원이 그랬다. 하늘에 닿고 그곳에서 살고 싶어하는 교만으로 사람들을 파멸로 이끌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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