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에게 열흘간의 여행이란 쉽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에 이번만큼은 위시 리스트, 버킷 리스트를 나도 한번 쓰겠다는 다짐을 하고 떠났다. 더구나 아들을 만나러 가는 일정조절이 가능한 여행이었기에 기내에서 마음을 다잡았다. 이런 결심을 한데는 하루하루를 눈물 젖은 눈망울을 굴리며 달구지 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축 처진 소처럼 살면서도 멍에를 벗어 버리지 못하는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은 최소한의 도전이었다.내 나이 육십, 내년이면 환갑, 이루어 놓은 것과 이루고 싶은 것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펜을 들고 보니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많은 것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하는데 걷잡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하고 싶었던 게 많았는지 새삼 놀라며 이 많은 것들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어느 것을 먼저 해야 할까? 과연 할 수 있을까? 의문이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여기서 위시 리스트와 버킷 리스트사이에 나이가 변수로 들어가야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었고, 하고 싶다고 다 이룰 수 없는 나이기에 많은 것들을 위시 리스트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경제적, 육체적,
정부는 오는 7월 임플란트를 급여항목으로 한다는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7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내년엔 이 대상을 70세로 낮추고, 내후년에는 65세로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급여적용은 부분무치악인 국민에게 1~3개 범위에서 평생 1회만 급여하는 것이 거의 확정적이다. 임플란트 보철의 종류는 PFM이 확정적이다. 본인부담은 틀니의 경우와 같이 50%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수가는 관행수가가 조사되었지만, 원가에 대한 부분에 이견이 많아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과거 완전틀니나 부분틀니를 급여화할 때도 그랬지만 다양한 고려사항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몇 개의 치아를 소실한 경우를 부분무치악 환자로 보고 급여할 것인지, 브릿지로 가능한 경우도 급여를 받기 위해 임플란트만 해야 하는지, 심미적 목적과 기능적 목적은 명확히 나눌 수 있는지, 대통령 공약을 믿고 수년간 기다린 국민들을 모두 시술할 정도의 예산은 확보한 것인지, 임플란트 오버덴처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개원의의 입장에서는 궁금하고 걱정되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어찌 되었든 개원의의 입장에서는 분명 임플란트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
지난 연말 뜻하지 않게 낙상을 하여 오른팔의 요골과 척골의 분쇄골절을 경험하게 되었다. 진료를 일찍 마치고 동네 정형외과에 가서 방사선 촬영을 해보니, 요골은 Y자 형으로, 척골 경상 돌기의 외측 면이 파절된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뼈가 부러진 채로 환자를 봤다니 많이 아프지 않았냐고, 직업이 직업인지라 걱정하는 의사선생님이 성인은 깁스를 하더라도 뼈가 붙지 않으니 국소 마취하에 핀으로 고정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겨드랑이 부위 액와 신경을 초음파로 감지하며 리도카인으로 마취를 하고나니 꼼짝없이 오른팔이 내 팔이 아니었다. 잠시 후 실시간 방사선 촬영 장비인 C-arm을 놓고, 전동드릴로 핀을 위치시키는데, 내 눈으로 뼈를 관통하는 것을 생중계처럼 보고 있자니 통증보다는 신기함으로 몰입하게 되었다. 그러나 부러진 부위를 정복할 때는 아무리 국소마취를 했다고 해도 통증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하나의 핀은 척골까지 관통하고, 두 개의 핀은 요골을 고정하는데 사용되었다. 피부 밖으로 나온 핀을 보니 섬뜩하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깁스를 하여 손목을 고정하였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 당시에는 내일 환자를 걱정할 겨를이 없었다. 다음날부터 익숙하지 않은 왼손으로 일
보건복지부는 이언주 의원이 발의한 ‘치과병원 기준 및 전문과목 표방 관련 의료법 일부개정안’에 대하여 반대하는 의견을 국회 입법조사처에 전달하였다. 치과병원개설요건을 지나치게 규제하고, 다른 병원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대한병원협회도 기준 강화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대의견을 제출하였고, 대한의사협회도 의료기관 종별 구분의 형평성 확보를 위하여 병상수 기준을 치과에도 동일하게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하였다. 치과계 내부의 일부 학회들도 치과의사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협회가 치과의사 전문의제도에 대하여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협회의 활동이 많은 회원의 지지를 받기는 힘들 것 같다. 지난해 임시대의원총회 당시에도 회원들의 의견수렴이 부족하다는 질책을 받더니, 올해는 활동을 종료한 전문의특위까지 재가동시키면서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마치 시험 전날 초치기하는 학생과 같은 인상을 반복해서 주는 것은 치과의사 전문의제도에 대한 협회의 성의를 의심스럽게 한다. 수련기관들이나 전속지도의들이 이 제도를 대하는 태도도 질책받을 만하다. 전문의의 배타적인 독점을 제도적으로
설날 연휴를 보내고 있는데 첫째 아들이 몸이 으슬으슬하고 메스껍다는 증상을 호소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열이 발생했고 심한 두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감기가 시작되나하고 예상했는데 몇시간만에 고열로 정신이 몽롱해지고 온몸에 심한 근육통을 호소하였다. 월요일에 학교를 못갈 정도라서 결석하고 병원에 보냈는데 오후부터는 다른 자녀까지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면서 화요일에는 전부 결석을 하게 되었다. 제대로 독감에 걸려 모든 식구들이 고생을 했다.감기와 독감의 차이는 고열과 근육통 같은 전신 증상이 있는지 여부다. 이번 독감의 특징은 종류가 복합적이라는 것이다. 계절성 독감이 된 H1N1형이 다시 늘었다지만 또 다른 A형 독감인 H3N2형도 늘고 있다. B형 바이러스도 여전히 가장 많다. 2009년에 신종 인플루엔자A(H1N1)라고 했던 인플루엔자가 당시 대한민국을 패닉상태에 빠지게 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신종’도 아니고 계절성 인플루엔자가 돼 버렸다.2009년 당시에도 빠르게 타미플루를 처방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거점병원외에는 처방이 불가능하였다. 결국 사망자가 나오고부터 처방을 하라는 권고를 하게 된다. 그런데도 당시 의사들은 처방을 주저하게 되었고, 복지부장관
29대 협회장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회장단 후보 등록은 3월 26일 이후로 아직은 모두가 예비후보이다. 지금 거론되는 협회장 예비후보는 3명 정도로 보인다. 그중 일찌감치 동창회 단일 후보로 뽑힌 김철수 예비후보는 정책포럼을 만들어 이름 알리기에 열심이다. 최근에는 협회에서 준비 중인 치과전문의제도 개선안에 대하여 정면으로 반대하는 의견을 내는 등 다양한 분야에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아마도 대부분은 선거공약에 들어갈 것으로 추측된다. 이상훈 예비후보도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하여 ‘희망공약’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한다면 조만간 집행부 단일후보인 최남섭 부회장도 공약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는 옳은 것을 선택하는 과정이라기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특히 올해 협회장 선거는 선거인단제로 새로운 수장을 선출하게 된다. 과거 협회장 선거가 대의원들에게 유리한 후보를 선택하는 과정이었다면 올해 선거는 선거인단에게 유리한 회장을 뽑는 과정이라고 말한다면 극단적인 표현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과거와는 다른 유권자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일각에서는 선거인단의 자격이 대의원보
지난 연말, 서울지부 감사 자격으로 구 송년회에서 회장 대신 축사를 하였다. 직무상 어울리진 않지만 부회장들이 동시다발로 개최된 각 구회 송년회에 참석했으므로 도리가 없었다. 장소가 레스토랑을 빌린 탓에 음악이 흐르고 들뜬 분위기에 산만했다. 축사원고는 주로 전문의에 관련한 특위의 결정사항에 대한 것이었는데, 청중들의 지루한 표정이 역력했다. 40여년간 너무도 오래 끌어온 문제였고 자리가 자리인만큼 연목구어(緣木求魚)식의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동석한 서울지부 임원을 통해 그 야심한 시각에 서울지부 회장은 구 송년회에 이어 전문지 기자 송년회로 이어지는 숨찬 일정을 소화하고 있음을 들었다. 전문지 기자 송년회 참석은 한해를 수고한 기자들의 격려와 전문의 문제 홍보부탁 때문이었을까?치협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이언주 의원 발의로 치과병원급 이상에서만 전문과목 표방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개원가의 분란의 소지를 없애기는 하겠지만 전문의의 활동반경을 줄이는 고육지책이며 권위적이다. 또한 작년의 다수개방안에서 급선회한 제한적 안이다. 우선 당장 실질적으로 개원가에서 전문의 역할을 하는 구강악안면외과, 교정과, 소아치과의 상실감이 클 것이다. 또 의과와의 형평성이
제7회 치과의사전문의 자격시험 결과가 나왔다. 1차에서 구강외과 9명이 탈락하였고, 2차에서는 보철과 4명이 탈락하여 총 271명이 합격했다. 전체 지원자의 97.8%이다. 지금까지 총 누적 전문의 수는 1,842명이다. 치과의사 전문의시험 합격률은 1회 95.7%를 시작으로 꾸준하게 95%를 넘고 있다. 이쯤 되면 시험에 붙는 이유보다 떨어지는 이유가 더 궁금해진다.물론 모든 자격시험이라는 것이 일정한 자격만 갖추었다고 보면 합격을 시켜주는 게 맞다고 본다. 하지만 100%에 육박하는 합격률은 결과만 보면 전국 수련병원에서 수련한 271명의 합격자가 정말 그렇게 전문의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시험 난이도가 지나치게 낮아서 웬만하면 다 붙는 시험인지 궁금해진다. 또, 어차피 다 합격시켜줄 것이라면 돈을 들이고 힘을 들여서 공부하고 시험 보는 이유도 궁금해진다. 소문에 어떤 병원은 전문의 시험 준비를 위하여 3~4개월의 유급휴가를 준다고 한다. 더욱이 이 시기의 인력 부족을 인턴이나 레지던트에 막 합격한 치과의사들이 무급으로 봉사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고 한다. 물론 3~4년씩 병원에서 박봉에 힘든 업무를 한 사람이 자격증이라도 하나
요즘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 추진으로 치의약계뿐만 아니라 정치권까지 시끄럽다. 야당과 시민단체와 치의약계가 한 목소리를 내서 의료 정책 추진에 반대하는 건국 이래 처음 있는 희한한 일이 생겼다.70년대에 사회주의식 건강보험이 시작된 이래 의약계는 쥐꼬리만한 보험 수가의 부당함을 수없이 호소해 왔으나 여유 있는 소수인 의료인들이 다수인 전국민들을 위해 참으라는 명분에 찍소리도 못하고 참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여유 있는 의료인이 아니고 무척 어려운 의료인들이다.정책 입안자나 정부나 여당까지도 건강보험제도의 불편부당함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야당이나 시민단체들은 단 한 번도 의료인들의 입장을 대변해 준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 자본주의식 의료체계가 도입될 것을 우려해서인지 우리와 같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의약계나 정치권이나 시민단체들 모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최근 많이 약화된 민주당의 결집된 힘을 보여주기 위한 정략적인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며 재보선을 앞둔 시점에 일반 국민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호재일 것이다. 시민단체는 그동안 전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보험제도라는(다만 의사들의 희생과 양보를 전제로 성공했다) 평가 속에 전국민들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학생및저소득층아동 치과주치의 시범사업’이 올해로 3년째 접어들었다.당초 계획은 6개구(區)의 초등학교 4학년을 시작으로 매해 사업대상 학년을 확대하면서 3년간 추적 관리하는 사업으로, 치과 건강관리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는 사업이었다. 그런데 시장님의 손 안 쓰기 정책 때문인지 다른 복지사업에 예산을 먼저 써서인지 사업 2차 년도에도 전년도와 동일한 예산인 12억원만 배정되었고, 결국 첫해년도 사업에 포함된 아이들을 추적 관리하는 사업으로 축소되었다. 그나마 2014년에는 이 예산마저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배정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학생치과주치의 사업 초기 1인당 1년간의 구강관리 및 치료비로 4만원을 책정한 것에 대하여 치과의사들의 불만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이 가능했던 것은 지속적인 예방과 구강관리사업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사업이 확대되면 치과 수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업의 확대는 고사하고 존폐의 위기에 몰렸었다는 것은 답답한 현실이다. 또 초기에 부정적이었던 회원들을 다독여 사업에 유도했던 서울시치과의사회의 입장을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개월여 만에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통령 선거 당시 많이 언급했던 복지, 경제민주화는 거의 언급이 없었고, 대신 통일 대박과 경제혁신 3년 계획이 주요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소통부족에 대한 응답에서 ‘소통의 의미가 기계적 만남이라든지 또는 국민 이익에 반하는 주장이라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이냐? 그건 소통이 아니다. 그리고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소통이 안 돼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답했다.치협 김세영 회장도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의 불통정치가 새해에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치과병원 설립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전문과목을 치과병원급에서만 표방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전문의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법안이 치과병원만 우후죽순처럼 생기게 하여, 결국은 동네치과를 고사시키는 데 일조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애초에 치과의사 전문의제를 시행할 때, 전문의 8%라는 대전제는 치과계 내부에서 모두 함께 합의한 사항이었다. 그것이 지켜졌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저런 핑계와 법을 무기로, 약속을 깬 일부 집단
얼마 전 철도 파업 당시 가장 큰 이슈는 ‘철도 민영화’였다. 수서 KTX 법인 면허발급에 대하여 정부는 철도 민영화와는 관계없는 일이며 앞으로도 철도 민영화는 절대 없다고 했다. 철도노조는 철도 민영화라고 주장하면서 역대 최대인 22일간 파업을 하였다.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합의하고 파업은 철회되었지만, 노조가 백기를 든 것과 다름없다는 보도가 지배적이었다.이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지만 지금 의협은 파업하겠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키워드는 원격의료와 의료 민영화이다. 정부는 “병원 영리 자회사 허용은 민영화가 아니다”고 주장하고 의료인 단체는 “영리 자회사 허용은 공익적 규제 기능을 시장과 투자자에게 넘기는 것으로 의료 민영화다”라고 주장한다.한국의 공공의료기관은 7%대에 불과하다. 그나마 보건지소까지 모두 포함한 숫자다. 기형적으로 공공의료기관의 수가 적다. 그렇다고 2011년에만 655억원의 적자를 낸 지방의료원 같은 공공의료기관을 늘이자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방만한 경영을 하는 공공의료기관 직원들의 배나 불려주자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한국의 거의 모든 의료기관은 민영의료기관이므로 단어로만 본다면 의료는
어렵고 힘든 지난 일 년을 뒤로하고 갑오년 청마(靑馬) 울음을 시작으로 우리는 별반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다시 살고 있다. 끊임없는 변화와 개선을 지향하는 삶이지만 해아래 새것이 없는 까닭에 그 지루함을 덜어내고자 단지 하루의 변화인데도 새해를 기념하고 법석을 떠는 것인가 보다. 혹자는 나이 사십이 되어 마음이 무겁다지만 오십을 이미 지나버린 나이로는 그럭저럭 편해져 버린 것이 삶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버리고 갈 것만 남아 홀가분하고도 편한 늙음을 언급했던 소설가 박경리 씨나 다시 젊어지고 싶지도 다시 태어나고 싶지도 않은 자유롭고 헐렁한 노년을 예찬한 박완서 두 분의 경지를 절로 가늠해 보고 싶은 나이인지도 모른다. 두 분 모두 이미 작고하신 분들이지만 말년을 후배들의 귀감으로 보낸 훌륭한 분들이기에 남긴 소설보다 마지막 노년의 삶이 더 인상 깊은 것이다. 소인(小人)의 삶을 사는 우리 역시 여느 다른 생을 제대로 살지 못한 밀린 숙제를 하는 것이 이생의 삶으로 생각하고 마지막 페이지에 가까워질수록 미련보다는 홀가분한 자유를 희열로 느끼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노자 도덕경 제8장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하여 가장 훌륭한
수일 전 한 치과 전문지가 보도한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소식은 의료생협에 놀란 치과의사들을 긴장시키고 절망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서울특별시의 로고가 양쪽으로 있는 “치과, 한의원 가기 많이 부담스러우셨죠?”라고 큼지막하게 써놓은 광고는 마치 서울시가 이 조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 기사는 정확한 사실을 모르는 몇몇 치과의사 인터뷰를 중심으로 구성해 자세히 보면 ‘카더라’ 통신이지만, 광고 카피와 인터뷰한 치과의사들의 표현만으로 충분히 공포스러웠다. 또, 작년에 모 네트워크가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던 사실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정부도 모자라 지자체까지 의료인을 몰아붙이는 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다행히 단순한 ‘우수사회적기업’에 해당 조합이 선정된 것이고, 특별한 계획이나 예산이 전혀 없는 해프닝으로 밝혀졌지만, 서울시가 과대 덤핑광고의 색채가 짙은 광고에 손을 들어주었다는 것만으로 보통 치과의사와 서울시의 정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1994년 최초로 결성된 의료생활협동조합은 사회주의적인 색채가 있었지만, 당시로는 의료오지에 제대로 된 진료를 하자는 좋은 취지였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 조합이 최초로 결성
‘안녕들 하십니까’로 시작되는 고려대 대자보가 붙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자보는 하나의 열풍이 되어 전국을 뜨거운 토론의 장으로 몰아넣고 있다.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 정부기관 및 회사 등 대자보가 붙은 장소도 다양하다.물론, 대자보의 내용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고, 단순히 신드롬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그러나 고려대 대자보는 그 존재만으로도 관심받아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다. 생활에 치여 보여도 보이지 않는 척, 알아도 모른 척 해왔던 나와 내 이웃의 현실에 누군가는 다시 눈을 돌리고, 함께 고민해보자며 독려하고자 했기 때문이며, 그간 애써 현실을 외면해온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내 일 아니라는 듯 입 꾹 다물고 지나쳐가는 사람들에 대한 울분으로 나도 모르게 가슴 속에 응어리져왔을 그 무언가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안녕할 수 없는 시기에 묻는 안녕하냐는 인사는 그래서 뼈아프다.우리 치과계는 그럼 안녕한가? 과연 정말 ‘안녕들 하십니까?’얼마 전, 치아미백과 라미네이트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겠다는 기획재정부의 통보가 있었다(나는 감히, 이를 통보라 부르고 싶다.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