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2020년 현재, 치과계를 대표하는 술식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은 주저없이 ‘임플란트’를 꼽을 것이다. 30~40년 전 누군가에겐 혁신적인 술식이었을 임플란트는 이제 개원의라면 누구나 해야 하고, 하고 있는 진료항목이 됐다. 그렇다면 오늘의 치과의사들에게 임플란트는 여전히 블루오션으로 인식되고 있을까. 치과의사 설문조사를 통해 치과의사들이 받아들이는 임플란트의 입지, 그리고 대중화 20년의 영향을 짚어봤다.
틀니의 불편함 대체한 임플란트, ‘혁신적’ 치료의 시작
임플란트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980~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 임플란트를 시작한 치과의사들은 치료술식에 있어서는 얼리어답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개원가에서 임플란트가 유입된 시기가 1980년 전후였다면 대학에서는 이보다 10년쯤 늦은 90년 전후에 임플란트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니, 예나 지금이나 변화는 개원가에서부터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년 처음 임플란트를 공부하고 임상에 접목하기 시작했다는 치협 이수구 前 회장은 “임플란트는 틀니를 사용하며 느꼈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치료였고, 주변 치아의 삭제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치료가 아닐 수 없었다”며, “앞서 임플란트를 국내에 소개한 김홍기 원장을 찾아 직접 트레이닝을 받고 미국의 치과를 찾아 옵저베이션을 하면서 임플란트를 익혔다”고 소개했다.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임플란트를 임상에 활용해온 그에게 임플란트란, 치과의사와 환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술식이자, 개원의로서의 치과경영에도 한 축을 차지한 진료영역이었다.
올해로 임플란트를 시작한 지 30년 가까이 되어간다는 박원배 원장(박원배치과)은 “당시만 해도 임플란트는 대학보다 개원가에서 빠르게 도입됐다”면서 “이미 해외에서는 브레네막 임플란트가 10년 데이터를 확보한 시기였고, 해외 연자의 강연이나 논문을 찾아보며 실력을 키웠다”고 전했다. 또한 “임플란트는 틀니를 대체하는 치료로서 환자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개원의들의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수요공급이 맞물리면서 발전을 이뤘다”고 전했다.
임플란트 대중화의 중심에 서있다고 평가받는 성무경 원장(목동부부치과)에게도 임플란트는 특별한 영역이다. 30년 가까운 식립경험의 성무경 원장이 임플란트를 접한 배경 또한 첫째는 “6, 7번 치아 상실에 대한 보철의로서의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술식이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임플란트는 과거에도 지금도 늘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영역이다. “임플란트는 오래 했다고, 경험이 많다고 잘하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Follow up하고 반성하며 실력을 키워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임플란트가 본격적인 대중화의 길로 접어든 2000년대. 국산 임플란트가 개발되면서 대중화는 더욱 가속화됐고, 개원의들은 업체 주최의 세미나 또는 연수, 학회 세미나 또는 스터디그룹 등을 중심으로 임플란트 교육에 열을 올리며, 자연스러운 경쟁의 시대로 넘어가게 됐다.
임플란트 대중화가 불러온 변화
술자-환자 많아지고, 수가는 낮아지고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인 임플란트의 수가는 꾸준한 하락세를 이어왔다. 30~40년 전 개원가의 임플란트 수가는 대략 300~400만원 선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임플란트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부족했던 만큼 환자층이 두텁지는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경기가 좋았던 만큼 수가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임플란트는 5년, 10년 단위로 눈에 띌 만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250~200만원으로 내려가더니 2010년대에 들어서는 150만원 전후로, 그리고 이후에는 일부 네트워크치과를 중심으로 한 과당경쟁으로 100만원 미만의 임플란트까지 등장하며 치과계 안팎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수년간 치과계를 뒤흔든 유디치과 사태도 어쩌면 임플란트를 둘러싼 과열경쟁과 급격한 수가파괴에 따른 혼란에서 유발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2014년 임플란트 급여화는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임플란트 보험이 도입되면서 “급격한 보철보험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에는 관행수가(150만원선)에 못미치는 수가에 평생 2개, 본인부담금 50% 등의 조건으로 내부 반발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을 맞는 지금 현재, 임플란트 보험은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환자층을 넓히는 매개가 된 것은 물론, 수가의 마지노선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더 부각되고 있다.
치과의사 설문조사를 통해 본 임플란트의 현재
한 달에 5~10개 식립-전체 수입의 25% 미만
본지는 지난해 12월 9일부터 19일까지 치과신문 뉴스레터 구독자 중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에는 전국의 치과의사 302명이 참여했고, 연령대별로는 △20~30대(39명/12.9%) △40대(94명/31.1%) △50대(127명/42.1%) △60대(34명/11.3%) △70대 이상(8명/2.6%)의 분포를 보였다. ‘30년 이상’인 치과의사가 37.7%(114명)으로 가장 높았고, 20년 이하(29.5%), 40년 이하(19.5%)가 뒤를 이었다. 그리고 응답자의 94%는 임플란트 치료를 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먼저 관심을 모은 질문은 ‘최근 1개월간 몇 개의 임플란트를 식립했는가’이다. 임플란트가 치과 개원가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5~10개(29.2%) △10~20개(28.9%)라는 응답이 비등하게 나타났고, △5개 미만(21.8%) △30개 이상(10.9%) △20~30개(9.2%)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임플란트 치료가 전체 연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묻는 질문에서는 △25% 미만(51.1%) △25~50%(36.3%) △50~75%(10.9%) △75% 이상(1.7%)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연령대별로 분석해본 결과, 임플란트를 가장 활발하게 식립하고 있는 연령대는 50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50대에서는 5~10개라는 응답과 10~20개라는 응답이 각각 31.1%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60~70대에서도 10~20개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 20~30대 치과의사에서는 5~10개라는 응답이 27.8%로 가장 높았다. 대체로 임플란트 중흥기로 불리는 시기, 임플란트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세대에서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보였다.
반면, 임플란트가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있어서는 임플란트 식립 빈도가 가장 적은 20~30대에서 오히려 수입에서 차지하는 임플란트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에서는 전체 수입의 ‘25~50%’라는 응답자가 44.4%, ‘25% 미만’이라는 응답은 41.7%로 확인된 반면, 4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25% 미만’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일반적인 환자들의 시각에서 임플란트는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라는 인식이 크고 임상경험이 많은 치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 것으로 추측됐으며, 식립 개수에 비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은 20~30대 치과의사들의 수익구조가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임플란트 선택 기준은? 품질→브랜드 인지도 順
식립 후 수명 ‘10년’이 합리적
치과의사들이 처음 임플란트를 접하고, 임플란트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임플란트 제품 선택 시 최우선 기준’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45.8%는 ‘품질(디자인)’이라고 답했고, ‘브랜드 인지도 및 선호도’라는 응답이 36.6%로 뒤를 이었다.
치과의사 연령에 따른 차이도 존재했다. 40대에서는 ‘품질’을 선택한 응답이 61.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반면, 20~30대에서는 ‘브랜드 인지도 및 선호도’라는 응답이 38.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임플란트 선택에 있어 품질은 기본이지만, 최근 공중파를 이용한 업체 광고가 확대되고 있고 치과의사는 물론 환자들의 선호도도 간과할 수 없다는 현실이 반영되면서 젊은 층일수록 그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개원가에서는 임플란트 식립이 늘어나면서 임플란트 수명을 둘러싼 분쟁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반영구적인 수술로 인식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실제 술자인 치과의사들이 바라보는 임플란트의 수명은 어느 정도일까. ‘10년’이라는 응답이 40.5%로 가장 많았고, ‘10년 이상’ 29.9%, ‘7년’ 18.7% 순으로 나타났다. 문항간 유의성을 분석한 결과, 경력이 많을수록 임플란트 평균수명을 길게 보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점은 특이점이다.
한편, 임플란트 수술로 인한 환자와의 분쟁 발생 경험 유무는 54.2% 대 45.8%로 비슷한 수치를 보였고, 주요 사유로는 진료비, 치료술식 및 방법, 치료기간 순으로 꼽혔다. 임플란트 치료전후 환자와의 분쟁은 임플란트 수명과 유의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한 번쯤 되짚어 봐야 할 문제로 꼽혔다.
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치과의사들은 “의과와 비교하더라도 임플란트 성공률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높은 측면이 있다”면서 “그러나 진료실에서는 결국 환자와 상담 시 부작용, 재식립에 대한 충분한 설명으로 환자의 이해를 구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적절한 타협으로 해결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답한다. 일각에서는 ‘임플란트 수명’보다는 ‘생존율’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환자의 상황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큰 만큼 충분한 사전설명과 동의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험 임플란트 ‘만족’ 72.5% 압도적
치과 문턱 낮추는 효과 ‘긍정적’
임플란트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보험급여화다.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시작된 급여화였지만, 치과계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충격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4년 도입 당시 평생 2개, 본인부담금 50%로 적용됐고, 이후 연령 확대, 본인부담금 30% 인하로 그 영향력을 키워갔다.
그렇다면 임플란트 도입 6년차에 접어드는 현 시점에서 개원의들의 생각은 어떨까. ‘임플란트 보험급여화에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 ‘만족’이라는 응답은 72.5%로, 예상치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지지였다. 만족 사유로는 △치과 접근성이 좋아짐(64.7%) △환자 수 증가(20.8%) △수가(14.5%)로 나타났으며, 불만족이라고 답한 경우에는 △급여화에 따른 술식 및 재료 제한(38.5%) △연령에 따른 제한적인 보험적용(28.2%) △수가(12.8%) 순으로 이유를 꼽았다.
결과적으로 임플란트 보험은 치과의 문턱을 낮추고 환자층을 넓히는 순기능을 가져왔다. 실제 임플란트 시술 개수 가운데 보험 임플란트의 비중이 20~50%로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45.1%로 가장 높았다는 것 또한 이러한 현상을 반영했다. 치과의사 경력에 따라 환자의 연령에 따른 차이도 존재해 40대 이하에서는 25% 미만, 50대 이상에서는 25~50%를 차지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한편, 개원가에서는 임플란트 보험으로 인해 늘어난 환자의 대학병원 쏠림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치과의원과 병원에 동일한 급여가 적용되면서 동네치과보다는 치과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보험 체계 속에서 들여다볼 때 임플란트 보험 또한 앞으로 여러 변화의 기로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치과계의 적극적인 관심과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임플란트는 레드오션, 대체재도 임플란트?
늘어나는 노년층 환자에 대비해야
임플란트 대중화 20년. 그 사이 임플란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환자층도 두터워졌다. 술자도 늘어나면서 임플란트는 경쟁이 심화된 대표적인 진료영역으로 부각되고 있다. ‘임플란트 ㅇㅇ만원’을 내세운 치과광고가 많아졌고, 상대적으로 진료비가 비싸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환자들의 요구와 불만이 큰 영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향후 임플란트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블루오션’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8.9%에 불과했고, 52.3%는 ‘레드오션’이라고 답했다(잘 모르겠다 28.8%).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치과의사 경력 40년 이상의 응답자에서만 유일하게 ‘블루오션’이라는 응답이 60%로 앞섰다는 점이다. 임플란트의 도입부터 황금기를 거쳐 수가경쟁에 내몰린 현재까지 임플란트의 흥망성쇠를 지내온 연령대에서 임플란트를 여전히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은 유의미한 부분이다.
‘포스트 임플란트는 무엇이라고 전망하냐’는 질문에 대해 가장 많은 응답을 이끈 항목은 ‘노년치과’로, 34.5%를 차지했다. 그러나 포스트 임플란트 또한 ‘임플란트(식립→유지관리적 측면으로)’라고 답한 응답자도 25.9%를 차지해 여전히 임플란트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파악돼 눈길을 끌었다. 다음으로는 △진단예방(17%) △턱관절, 수면무호흡, 코골이(11.4%) △미용시술(4.8%) △금연, 독감 등 진료영역 확장(2.8%) 순으로 나타났다.
치과 개원가와 함께 성장해온 임플란트가 벌써 도입 40년, 대중화 20년을 맞고 있다. 임플란트를 선도하고 대중화를 이끌어온 개원의들은 ‘꾸준한 Follow up, 신중한 수술, 그리고 환자와의 신뢰’를 핵심요건으로 꼽고 있다. 대중화에 따른 수가변동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과도한 수가경쟁 속에 스스로를 내던지기보다는 본인만의 데이터를 만들고, 만족스러운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공 요인이 될 것이라는 앞선 치과의사들의 조언이 절실히 와닿는 시점이다.
누구에겐 레드오션, 또 누군가에겐 여전히 블루오션으로 인식되고 있는 임플란트. 2020년 치과계에도 계속될 임플란트의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