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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칼럼

[치과신문 편집인 칼럼]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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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호 편집인

얼마 전 서울 강남의 한 건물 옥상에서 동갑내기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전형적인 교제 폭력 사건으로 전국적으로 떠들썩해졌다.

 

이유는 과거 수능 만점자이자 현재 의대생인 가해자가 피해자의 경동맥을 찌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곧바로 의학적 지식을 범행에 활용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사인은 흉기에 찔린 과다출혈로 조사됐고, 피해자와는 중학생 동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자친구가 ‘헤어지자’라고 말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였는데, 온라인에는 삽시간에 수능 만점자이자 의대생이라는 게 퍼지면서 신상정보와 과거 수능 만점 당시 인터뷰, SNS 계정 등이 알려지며 소위 ‘신상털기’가 시작됐다. 심지어 피해자의 개인정보까지 공개됐다.

 

가해자는 바로 구속되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수능만점자나 의대생이 아니다.

 

본질은 이별 통보에 격분해 연인을 가해하고 심지어 살해한 교제 폭력 사건이라는 점이다. 수능 만점을 받은 의대생 정도라는 사실이 드러나야만 ‘뉴스거리’가 될 정도로 현재 교제 폭력 문제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2023년 한 해 언론에 보도된 남편이나 교제하던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 사건만 해도 최소 138건이라고 한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교제 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만 한 해 1만4,0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교제 폭력 사건의 특성상 신고하지 않은 실제 사건은 이보다 몇 배 더 많을 것이다.

 

지난 3월 신상 공개가 이루어진 사건은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그의 어머니까지 중상을 입힌 사건이었다. 특정중대범죄 신상공개법 시행 이후 첫 사례로 교제 관계에서 살인으로 이어진 위험성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신상 공개가 결정된 것이었다.

 

전문가 등은 교제 폭력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관련 법이 부족하고, 사건이 발생해도 처벌이 약해서라고 지적한다. 가정 폭력이나 스토킹 범죄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어서 관련 법에 따라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교제 폭력은 접근 금지 조치 등을 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교제 폭력이 개인적인 일이라고만 치부되고, “교제하다 보면 가끔은 화가 나서 그럴 수도 있지”하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교제 폭력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계속 증가할 것이다.

 

물론 이번 사건은 가해자의 범죄 전력이 없었고, 사전 징후 없이 바로 살인으로 이어진 특이한 사건이므로 신중하고 정확한 수사가 필요하다. 온라인 신상털기 같은 개인정보 유포에 따른 2차 가해가 이번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

 

지난 치협 대의원 총회에서도 가장 중요한 논의는 못 하고 ‘뉴스거리’에만 호도된 점이 아쉽다는 회원의 목소리가 있었다.

 

회원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회비 인상안도 신중하게 접근되어야 하는데, 회비 인상이 꼭 필요한 근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부족했고 회비를 인상해야 하는 원인 중 하나인 협회장 법무비용 소명 등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거의 못 하고 넘어갔다.

 

회비 납부율이 낮아질대로 낮아진 상태에서 왜 회원들이 협회에 가입을 안 하고 회비 납부를 안 하는지 본질에 대한 논의는 없고, 회비를 아껴보려 회무도 많이 안 했는데 그래도 안 되겠으니 일단 군말 없이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들 회비를 인상하자는 것으로 회피하고 넘어갔다. 회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검토보다 이 보고서의 채택 여부에만 한 시간 넘게 소중한 시간을 썼다.

 

작은 치과를 경영할 때도 수입이 증가할 수 있는 부분을 파악하고 지출이 과도한 부분을 개선하려 노력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고 기본이다. 사람들에 입에 오르내린다고 항상 중요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진짜 중요한 본질은 그게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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