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건강한 치아는 오복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은 치아를 보존하고자 노력하지만, 11개 치과전문의 중 하나인 구강악안면외과의사에게는 오히려 치아의 건강을 위해 발치를 권하는 치아가 있습니다. 특히 '사랑니'가 그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사랑니는 보통 사춘기 이후 17-25세 무렵에 나며, 사람의 좌우에 각각 8개의 영구치가 맹출(치아가 잇몸 밖으로 나오는 것)하는데, 가장 마지막에 위치하고 맹출하는 치아가 바로 사랑니입니다. 아무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랑니가 나올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며 다양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전체 인구의 약 70-80%가 가지고 있는 매복 사랑니(완전히 나오지 못한 사랑니)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내 사랑니 꼭 빼야 하는지? 언제 빼야 하는지?” 궁금해합니다. 완전히 맹출돼서 정상적으로 씹히는 사랑니나 오히려 완전히 뼈 안에 묻혀 있는 사랑니는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발치를 권하지는 않습니다.
지난 2023년 개최된 제64회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에서 17-18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80% 이상의 환자에게 사랑니 발치가 필요하다고 발표했습니다. 강수확률 80%인 날에 우산을 챙기는 것처럼, 사랑니 발치가 필요한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사랑니 문제는 부분적으로 맹출된 상태에서 잇몸에 묻혀 있어 양치가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음식물이 축적돼 염증이나 치아우식(충치)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이제 막 사랑니 위치를 자리잡은 10대 후반부터 쌓인 문제가 30-40대에 이르러서 증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으므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는 사랑니에 대한 검진이나 발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언제 사랑니를 빼는 것이 좋을까요? 연구에 따르면 파병된 미군의 치과 응급 상황 중 사랑니 관련 문제가 두 번째로 많으며, 약 7~8%의 군인들이 사랑니 때문에 응급처치가 필요합니다. 남자의 경우 대부분 20대 초반에 군에 가야 하는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10대 후반에 사랑니 발치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0대 후반에 진정법(수면마취/전신마취)을 이용해 4개의 사랑니를 동시에 뽑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똑같은 위치의 사랑니라도 10대 후반의 치조골(이를 지지하는 뼈)은 탄성이 높아 발치가 수월하지만, 30-50대의 치조골은 탄성이 낮아 발치가 어렵고, 발치 후 통증 및 합병증의 빈도가 높아집니다. 또한 10대 후반에는 발치 후 결손부가 잘 회복되지만, 회복이 잘 되지 못할 경우에는 발치 부위에 음식물이 끼어 구취가 나거나 이가 시린 증상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7년 미국 구강악안면외과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선언문에 따르면 만 26세가 넘으면 사랑니 발치 후 골이식까지 고려한다고 합니다.
1979년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Clinical Excellence)에서는 사랑니 관련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전에 예방적 발치를 권고했습니다. 여러가지 상황이 있었겠지만, 2000년에는 사랑니 발치로 인해 감염, 출혈, 감각 이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무조건적인 예방적 발치는 지양하자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우리나라 치과전문의제도에서 구강악안면외과의사는 대학병원에서 고난도의 사랑니 발치를 많이 경험하고, 외상이나 감염 등 합병증에 대한 응급처치 및 입원, 전신마취 수술에 대한 수련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고난도 발치와 부작용 처치 경험이 많은 구강악안면외과전문의와 함께,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사랑니 발치 여부를 결정하고, 발치하지 않은 사랑니가 있다면 정기적으로 검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글 / 구정귀 교수(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 기획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