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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1주년기획] 초고령사회 도래, 치과 ‘돌봄’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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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장기요양 속 치과, 현주소는?
2024년 대한민국 치과계,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치과신문_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대한민국이 늙어가고 있다. 그리고 ‘돌봄’이 시대적 요구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인구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OECD 기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켜켜이 쌓여온 ‘저출산 고령화’는 이제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사회적 대안 마련이 절실한 시대를 만들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돌봄’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노인의 건강하고 존엄한 삶을 위한 사회적 협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올 3월 국회에서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돌봄통합지원법)」이 제정, 2026년 3월 시행을 예고했다.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지역사회에서 계속해 건강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 요양, 주거 등 적정한 수준의 돌봄을 통합·연계해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법률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주목된다.

 

‘돌봄’이 시대적 화두로 부각하고 있는 가운데, ‘장기요양’, ‘돌봄’에 있어서는 한발 물러나 있던 치과계도 이제는 치매-노쇠에 따른 구강질환, 장기요양 환자의 구강관리, 시설 및 재가노인을 위한 방문진료 등 새로운 이슈에 눈을 떠야 한다는 주문이 일고 있다.

 

2026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제15조(보건의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통합지원 대상자의 욕구와 필요에 맞는 통합지원을 위하여 보건의료 분야에서 다음 각 호의 서비스를 확대하고 다른 서비스와의 연계를 강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1. 「의료법」 제2조제2항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따른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가 의료기관 및 통합지원 대상자의 가정과 사회복지시설에서 제공하는 진료서비스

2. 「간호법」 제12조에 따른 간호사가 통합지원 대상자의 가정과 사회복지시설에서 제공하는 간호서비스

3. 통합지원 대상자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기능의 유지·회복을 위한 재활서비스

4. 장기입원 및 급성기 치료 이후 회복이 필요한 환자를 위한 「의료법」 제3조제2항제3호라목에 따른 요양병원 등의 의료서비스

5.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제21조제1항에 따른 호스피스 사업

6. 방문구강관리

7. 「약사법」 제2조제2호에 따른 약사가 약국 및 통합지원 대상자의 가정과 사회복지시설에서 제공하는 복약지도

8.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서비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돌봄통합지원법)」은 노인, 장애인,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지역에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 요양, 일상생활돌봄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통합지원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하고, 보건복지부는 통합지원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고 통합지원 정책의 추진목표와 서비스 확충방안, 전문인력 양성 등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통합지원에 관하여 이 법에서 정한 사항에 대하여는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보건의료, 장기요양, 일상생활돌봄 등 타법에 따른 서비스와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치과계의 역할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돌봄통합지원법에서 보건의료와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는 제15조에서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가 의료기관 및 통합지원 대상자의 가정과 사회복지시설에서 제공하는 진료서비스’라고 명시했으며, 지원하는 항목의 하나로 ‘방문구강관리’가 분명히 포함돼 있다.

 

재택 혹은 요양기관에서 생활하면서 치과진료를 받기 어려웠던 고령자나 장애인들에게 방문구강관리가 가능하도록 법적으로 명시된 만큼 치과계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준비가 요구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문구강관리’를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만큼 시행령, 시행규칙 마련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장기요양 속 치과, 현주소는?

 

지난 9월 5일 시립동대문실버케어센터에서는 스마일돌봄에서 지원한 구강 및 영양검진이 실시됐다. 개소한 지 2년밖에 되지 않는 쾌적한 시설에 관계자들의 열의도 높은 기관이었기에 여타의 사설 요양기관에 비해 입소자 관리도 잘돼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구강검진만큼은 이곳에서도 만만치 않았다.

 

입소자 77명, 데이케어센터 이용자 30명 등을 검진하는데 11명의 전문가가 3시간 이상 매달려야 했다. 치매 노인의 경우 검진을 위해 입을 벌리는 것조차 강력하게 거부하는 환자도 부지기수. 그렇다 보니 틀니나 임플란트를 하고 있는 환자인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고, 틀니 세척·관리를 한 번도 하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날 검진은 장애인이나 치매 노인 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주축이 되다 보니 한참의 설득 끝에 처음으로 입에서 틀니를 꺼내 보인 치매 노인도 있었다.

 

동대문실버케어센터 송영옥 원장은 “장기요양기관 어르신의 건강과 영양섭취를 위해서 구강관리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장기요양기관 평가항목에 치과가 포함되고, 치과의사가 촉탁의로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요양기관 어르신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요양보호사들 또한 “구강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기회도 없었는데, 전문가들의 검진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틀니세척 장비도 지원돼 더욱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대부분 은퇴한 내과 또는 정신과의사가 촉탁의를 맡고 있다”면서 “치과의사도 촉탁의가 가능하다는 것도 미처 알지 못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요양원 진료봉사 10년의 경험

 

서울에 개원하고 있는 신창규 원장(청담치과)은 요양원 진료봉사를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봉사를 다니던 성당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이 있었는데, 그곳에 낡은 유니트체어가 한 대 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재능기부였다.

개인적으로는 20년 넘게 봉사활동을 이어왔지만, 치매 노인 환자를 돌봐야 하는 요양원 진료는 또 다른 문제였다. 제대로 된 치료를 하기에는 부족한 여건이다 보니, 검진을 하고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 치과 치료를 권유했다. 그러나 거동이 불편하고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치매 노인을 모시고 외부 치과를 방문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았다. 입에 손을 대는 것조차 거부하는 환자가 많고 물림사고도 빈번하다 보니 요양보호사들도 힘겨워했다. 본인의 치과에서 추가적인 치료를 하더라도 유니트체어가 아닌 휠체어에 앉은 채로 진료를 해야 하는 상황도 많다.

 

신 원장은 “처음엔 아프다는 환자 중심으로 진료를 해주기 급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의 체계를 잡아갔다”고 전했다. 입소를 하면 먼저 구강검진을 하고 어떤 음식을 섭취하는지에 따라 관리방법을 달리했다. 일반식을 먹는지, 다진 음식을 먹는지, 간 음식을 먹는지에 따라 정기적인 스케일링이 필요한지 구강관리만으로 가능한지를 구분했다. 그리고 방문 전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있는지 미리 파악해 마이크로모터나 간단한 이동식 기구를 준비해가서 시급한 치료를 진행했다. 이와 더불어 함께 봉사에 나서던 치과위생사가 현장의 요양보호사들을 대상으로 구강관리교육을 병행했다. 전문적인 관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치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요양보호사들의 만족도 또한 높아졌다고 한다.

 

신창규 원장이 경험한 요양원 현장의 가장 큰 문제는 ‘진료의 적법성’이었다. 봉사자뿐 아니라 계약의사(촉탁의)로 활동하더라도 가능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관리적인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정기적인 스케일링이었다. “일반식을 섭취하는 환자라면 스케일링만으로도 효과가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 특히 스케일링이나 간단한 발치 정도는 가능해야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요양원 내 진료 인프라를 갖추는 노력이 병행되면 좋겠다는 의견도 전했다. 이와 더불어 “요양원에 입소해 10년 이상 생활하는 환자가 많아졌다”면서 “입소 전 치과를 방문해 현재의 구강상태를 파악하고 요양생활에 적합한지를 확인한다면 보다 건강한 생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신창규 원장은 “외부 진료, 특히 치과치료를 어려워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요양원에 정기적으로 방문진료를 하는 치과의사가 있다는 것은 상당한 안도와 만족감을 준다”면서 “장애인보다 힘들다는 치매 노인을 위한 진료봉사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이 표현해주는 감사함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전국 4,500여 기관, 치과의사 촉탁의는 ‘단 9명’

 

현재 요양기관은 촉탁의로 불리는 계약의사를 둘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활동하고 있는 치과의사는 전국에 단 9명. 전체 요양기관이 4,500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치과의사의 역할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장기요양기관에 종사하는 치과위생사도 2022년 16명에서 2023년 7명으로 뚝 떨어졌고 현재는 거의 전무한 상태다. 2023년 기준으로 △요양보호사 61만69명 △사회복지사 3만9,499명 △간호조무사 1만5,967명 △간호사 4,385명 △의사(촉탁의 포함) 2,400명인 상황에 비춰본다면 환자들의 영양섭취는 물론 흡인성 폐렴 등과 직결되는 구강관리는 누가, 어떻게 가능할지 의문인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는 왜 발생했을까?

 

현행 촉탁의제도가 의과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첫 번째 원인이다.

 

촉탁의는 요양기관을 하루 방문 시 최대 50명까지 진료할 수 있으나 그 기준이 의과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 한계다. 산술적으로 내과의 경우 오전 진료를 빼고 요양원을 방문해 진료한다고 하면 한 번에 대략 50만원 정도의 진료수입이 가능하지만, 치과는 동일한 시간에 그만큼의 환자를 볼 수 없다. 한 환자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따지면 최대 50명을 채울 수 없음에도 수가는 동일하게 적용되는 문제가 있다.

 

“치과 검진만으로 무슨 도움이 되냐”는 시선도 원인으로 꼽힌다.

 

의료에 있어 치과진료에 대해서는 유독 ‘치료가 동반돼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촉탁의로 활동했던 서울의 한 개원의는 “요양원을 운영하는 지인의 부탁으로 촉탁의로 활동한 적이 있다”면서 “치과진료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건 검진뿐이었다”고 전했다. “어쩌면 치과 촉탁의는 일회성으로 요양기관의 홍보를 위해 활용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환자와 요양기관은 물론 참여한 치과의사로서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라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전했다. 진료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검진뿐이라면 이를 위해 2,000원의 본인부담금을 요구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 요양기관의 입장이기도 하다.

 

40년 앞섰다는 일본의 개호보험, 치과참여 활발한 이유는?

 

장기요양의 모델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 일본의 개호보험이다. 일본은 약 40년 전부터 방문구강검진, 방문구강관리, 방문구강진료를 해왔다. 그리고 개호보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영양과 구강관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리고 수십년 간 쌓아온 데이터로 구강관리의 중요성이 입증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 사망 원인 중 가장 중요하게 인식되는 것은 바로 흡인성 폐렴이다. 80세 이상 노인의 90%가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2022년 기준 주요 사망원인 통계에서 암, 심장질환, 코로나19에 이어 4위에 오른 것이 폐렴이었다. 알츠하이머병도 7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흡인성 폐렴의 중요한 원인이 잇몸세균이라는 점이다. 불량한 구강상태가 흡인성 폐렴의 위험을 높인다는 점이 연구결과로 입증되고 있고, 고령자에 있어 구강관리는 단순한 위생관리가 아니라 중환자 관리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마일돌봄이 발표한 일본의 개호전문 치과의사 타케우치 히로야(크로스케어덴탈)의 자료에 따르면, 요양원 6개 시설 노인의 전체 입원일수 중 폐렴이 1/3을 차지했고, 80세 이상 폐렴 환자의 90%가 흡인성 폐렴이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환자의 고통과 사망 위험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개호시설은 연간 약 8,000만원의 손실을 입게 되고, 의료비로 2억8,000만원이 발생(100명 시설 기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러나 치과 전문가에 의한 주1회 구강관리로 실제 폐렴에 의한 입원일수가 1/4로 줄었고, 입원횟수도 절반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고통이 줄어든 것뿐만 아니라 69명이 입소해 있는 개호시설의 경우 전문적인 구강관리를 함으로써 수입은 1억2,000만원 증가했고 의료비는 4억2,000만원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8,000~1만개에 달하는 시설에 비춰본다면 일본의 경우 수십조원의 의료비 절감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까다로운 구강질환을 전문가들이 직접 관리해줌으로써 요양기관의 직원들의 이직률이 낮아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었다는 것이 일본 현지의 분석이다. 5조원를 투입해도 10조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가 지표로 나타나는 만큼 정부도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일본은 1987년 ‘홈치과 하우스 콜케어 팀’의 신설로 방문치과진료가 시작됐고, 2000년 방문치과협회가 설립됐으며, 현재 전체 치과의 20% 이상이 방문치과진료에 참여하고 있다. 치과 내에서 시행하는 진료보다 3~4배 정도의 수가를 책정하고 있으며, 잇몸치료를 포함하는 구강관리치료의 경우 월2회 건강보험청구도 가능하다.

 

방문검진과 방문진료는 건강보험에서, 구강관리는 개호보험에서 재정적 지원을 받는다. 한 번 방문해 20분 동안 교육과 관리만 해줘도 22만원 정도의 수가가 책정된다.

 

특히 일본의 개호보험은 ‘자립지원·중증화 방지를 위한 대응’에 있어 ‘재활, 기능훈련, 구강, 영양의 일차적 노력 등’을 기본으로 정하고 있다. 장기요양 혜택이 필요한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섭식이며, 그 가운데 구강과 영양의 중요도가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어떠한 영향력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 일본의 사례가 명확히 보여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4년 대한민국 치과계,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2025년이면 우리나라는 인구의 20%가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돌봄은 시대적 요구가 됐고, 구강건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2008년 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될 당시만 해도 촉탁의에는 의사와 한의사만 포함됐었다. 치과의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고 제도를 바꾸는 데 8년의 시간이 걸렸고 2016년, 8년 늦게 치과의사도 장기요양기관 촉탁의로 활동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었다.

 

그리고 2026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했고 현재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다행인 점은 돌봄의 새 장을 만들어갈 통합지원법 제정에서부터 ‘치과의사’, 그리고 ‘방문구강관리’가 명시돼 동일한 출발선에 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치과의사, 구강관리의 비중은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이 채 1년 반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한민국 치과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구강노쇠’ 상병명 신설로 수가체계 갖추는 것이 시작점

 

지난 3월, 돌봄통합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고령사회치과의료포럼(대표 고홍섭)은 “법 제정과 더불어 방문구강관리가 포함된 것을 환영한다”면서 “치과계가 중요한 파트너로서 다양한 전문인력과 협력을 통해 방문구강관리 프로그램이 효과적으로 운영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대한노년치의학회(회장 고석민)는 지난 4월 비전선포식에서 ‘NECA 공명:국내형 구강노쇠 진단기준 및 치료’에 관한 전문가 공동합의문을 통해 구강노쇠의 정의 및 중요성, 구강노쇠의 진단 방법 및 평가대상, 구강노쇠의 치료 및 예방을 위한 의료진 권고 사항 등을 채택했다. 구강기능저하, 구강노쇠 질병코드 등재, 구강노쇠 진단 및 관리 신의료기술 등재와 국가건강검진에 노인구강기능 평가도입, 노인실태조사 등에 구강기능평가 항목 개정을 추진하며, 방문치과진료제도 기반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도 밝혔다.

 

노년치의학회가 ‘구강노쇠’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메디컬에는 있지만 치과에는 없는 상병명 ‘노쇠’. 이것을 시작으로 장기요양 노인진료의 적정한 수가체계를 만드는 것이 기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돌봄지원법은 치과의사가 의료기관과 대상자의 가정 및 사회복지시설에서 치과진료와 방문구강관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명문화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구강질환관리 항목에는 치아우식 예방을 위한 불소도포, 도포마취제나 소염진통제 투여에 의한 구강점막통증 처치 및 관리, 비가망치아 발거와 잔존치아 뿌리의 trimming, 의치의 조정과 수리 등이 포함된다.

 

또한 지난 2016년 9월 신설된 ‘치과촉탁의 진찰항목’에는 구강검진, 구강위생관리, 구취 관리, 틀니 위생관리 및 지도, 틀니에 의한 상처관리, 틀니 조정, 구강 내 연조직 병소 예방 및 관리, 약물의 구강내 부작용관리, 구강건조증관리, 섭식·연하지도, 전문가 구강위생관리, 투약 처방전 발급, 의료기관 이송 권유, 입소자 교육, 요양보호사 교육 등이 포함돼 있다.

 

직접적인 치료가 아니더라도 방문구강관리로서 충분한 효과가 있을 항목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Interview_이성근 대한노년치의학회 명예회장(한국커뮤니티케어 보건의료협의회 공동대표)]

 

“돌봄노인에게 구강관리는 중환자관리와 동일” ‘완화·관리’로 전환해야

 

이성근 대한노년치의학회 명예회장은 구강돌봄 분야에 10여년간 매진해왔다. 치협 치무이사로서 치과의사촉탁의를 제도화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노년치의학회를 이끌며 구강노쇠라는 이슈를 던졌고, 커뮤니티케어 현장에 참여하며 장기요양-구강돌봄에서 치과의 역할을 고민해왔다.

 

Q. 구강돌봄의 중요성을 설명해준다면.

구강관리는 흡인성 폐렴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노인의 건조하고 불결한 구강은 흡인성 폐렴의 발생률을 높여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다. 구강관리를 안하고 해열제만 줘서는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 구강위생관리는 정상적인 사람에겐 단순한 양치질이지만, 돌봄노인에게서는 중환자 관리의 한 축으로 고려해야 한다.

 

Q. 구강돌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돌봄이 필요한 노인, 누워있는 노인들에게는 치료보다 중요한 것이 잘 먹고 잘 삼키도록 돕는 것이다. 치과는 아직 외래진료 중심으로, 방문진료도 ‘치료’적 개념에 묶여있다. 방문진료에서는 흔들리는 치아, 양치질, 구강건조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 틀니로 인한 구강통증을 줄이고 도포제 발라주고 약물 부작용 등을 설명해주는 것도 큰 의미와 효과가 있다. 이러한 부분은 치료가 아니므로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아쉽다. 방문구강관리는 방문해서 구강질환을 관리해주는 것. ‘관리’는 질환의 완화, 구강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Q. ‘구강노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돌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보험수가가 없다는 것이다. 메디컬에는 ‘노쇠’라는 병명이 있지만 치과에는 없다. 그래서 ‘구강노쇠’, 구강기능저하라는 병명을 신설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구강위생불량, 구강건조, 교합력 저하 등이 포함될 수 있고 이에 맞춰 수가를 정하고 청구를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병명이 생기면 외래에서도 적용이 된다. 돌봄노인의 구강노쇠를 적절하게 예방하고 처치하지 않으면 와상 상태의 기간 연장은 물론, 영양결핍과 근감소증 및 심한 신체노쇠를 초래해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Q. 방문구강진료 도입에 있어 고려할 부분이 있다면.

돌봄통합지원법은 커뮤니티케어사업에서 이어져온 제도다. 커뮤니티케어에서도 치과의 효과는 좋았지만, 앞으로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됨에 있어서는 제대로된 시범사업으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치과의 경우 방문구강관리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돌봄과의 연결고리가 중요하다. 주축이 되고있는 메디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과의 협력이 중요한 과제다. 그런데 현재는 치과위생사가 빠져있어 어려움이 더한 상황이다. 지역별로 촉탁의 추천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촉탁의운영위원회를 기반으로 치협에 상설위원회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 요구가 있으면 매칭해주는 방식으로 치과를 연계해야 한다. 요양보호사 등에게 구강 및 틀니의 위생관리와 구강기능 강화 등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Q. 일본과 같이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을 꼽는다면.

치과의사에 대한 교육과 홍보, 적정수가를 신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범사업을 통해 정리돼야 할 부분이다. 학문을 좀 더 발전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또한 치과로 치료를 받으러 올 수 없는 환자로 국한시키는 등 환자의 한계도 명확히 해야 한다. 돌봄통합지원법은 치과의료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법적인 근거를 만든 것에 의미가 있다. 이 또한 치과계의 사회적 역할이다. 직접 참여해보니 치과의사로서도 참으로 보람있는 일이다. 치과의사들의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요양원 구강보건실-치매동행카페 개소, ‘인식 개선’ 나선 스마일돌봄

 

최근 치과계에서도 ‘돌봄’이라는 용어에 익숙해지고 있다. 그 중심에 스마일재단(이사장 이수구)의 진취적인 사업 운영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스마일재단 8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수구 이사장은 “스마일재단이 장애인치과에 매진했고 전국 15개 장애인치과병원 개설로 이어진 지금, 이제는 치매 노인들이 치료받을 곳이 없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기”라면서 “우리나라는 아직 치매가 장애로 인정되지 않고 있지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이 시점에서 정부를 설득하고 사회적 관심을 환기해 제대로 된 노인구강정책이 마련되도록 해야 한다”는 취임 일성을 밝혔다.

 

그리고 5월 29일 스마일돌봄위원회 창립 준비모임을 선보였다. 이수구 이사장은 “요양원 등 장기요양기관 입소자의 구강관리는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사각지대에 있다”면서 “장기요양기관 평가지표에 구강위생항목을 포함하도록 개선하고, 돌봄종사자를 위한 구강관리교육을 병행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졌다.

 

스마일돌봄은 대한노인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치과위생사협회, 대한치과기공사협회, 노령사회치과의료포럼(대한노년치의학회, 대한예방치과구강보건학회, 대한장애인치고학회, 대한치과보험학회, 대한여성치과의사회),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 한국임상영양학회, 대한영양사협회, 대한작업치료사협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등이 참여하는 조직으로, 치과뿐 아니라 한국치매가족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를 비롯해 영양, 간호, 재활, 복지, 정책 등 각계단체가 참여하는 위원회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알렸다.

 

이후 지난 7월 국민건강보험 서울요양원에 구강보건실을 열었고, 9월에는 시립동대문실버케어센터에 치매(Dementia)-치과(Dentistry)-식사(Diet)를 통합관리하는 모델인 국내 최초 치매동행카페 ‘DDD카페’를 오픈하며 치과계 안팎에 구강돌봄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구강돌봄에 대한 사회적 인식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스마일돌봄은 ‘식사는 하셔야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구강상태와 영양실태조사를 병행해 구강문제와 연계된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장기요양기관 평가지표 내 ‘구강관리’ 항목 독립 신설 △전국 5,000여개 노인요양시설 중 10개 시설에 대한 구강관리 시범사업 시행 △치매 장기요양 환자 치과진료수가 조정 및 신설 등을 목표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Interview_임지준 스마일돌봄 운영위원장]

 

“치과계 합의-외부와 협력으로 ‘K-돌봄’체계 만들어야”

 

우리나라에 장애인치과가 전무했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20년을 쏟았고, 전국에 15개 장애인치과병원이 설립되고 안정적인 재원이 투입되는 데 큰 역할을 한 스마일돌봄 임지준 운영위원장. 그는 현재 장애인보다 어려운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으로 인정받지 못해 치과치료의 사각지대에 있는 치매 노인을 위한 구강정책 마련에 온 힘을 쏟고 있다.

 

Q. 구강돌봄의 현실과 방향은.

일본은 방문구강관리교육을 해주는 비용으로만 6,0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치과에 오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찾아가서 관리와 치료를 해주겠다는 비용이 5~6조원인데 우리나라는 방문진료, 방문관리, 방문교육 비용이 모두 제로인 상태다. 현재 치과가 가장 취약한 곳이 치매, 장기요양이다. 일부 치매 노인은 치과 치료를 안하면 밥을 못먹고, 흡인성 폐렴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구강돌봄은 환자의 목숨과 의료비가 직결된 문제다. 식사도 스스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힘들어진 후 마지막에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치매-장기요양 진단을 받았을 때 구강관리를 해서 조금이라도 오래 건강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대로 된 제도와 예산이 없는 현실에 돌봄통합지원법은 마지막 기회다. 

이에 앞서 장기요양기관 평가지표에 ‘구강관리’ 항목을 독립 신설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구강관리 항목이 신설된다면 장기요양기관에서 치과에 대한 관심과 필요도가 커질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구강관리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Q. 요양원 구강보건실 설치 등 대외적인 사업의 의미는.

요양원에 있는 분들이 가장 힘든 상태이기 때문에 기관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기관에 입소할 정도면 가족도 포기한 경우가 많다. 현재 장기요양 등록자 100만명 가운데 20만명이 요양원에 입소해 있고, 데이케어로 20만명이 지원받고 있다. 요양병원은 치과의사가 직접상주할 수도 있지만, 요양원은 우리가 방문진료와 관리를 해야 하는 곳이다. 재가노인 중 치과에 가기 힘든 경우도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지금은 치료를 해도 처치료를 산정할 수 없다. 유니트체어를 기증하고 구강보건실을 설치하는 것은 이러한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이곳에서 검진을 통해 데이터를 만들고 지속적인 구강관리만으로도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인식개선이다.

 

Q. 통합돌봄지원법 시행, 필요한 준비는.

통합돌봄지원법 시행이 1년 반도 채 남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치과계 내의 빠른 의견통일, 그리고 치과계 외부와의 협력이다. 검진 등으로 필요성을 입증해줄 데이터를 구축하고, 돌봄위원회 등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국회 공청회 등을 통해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어가야 한다. 치과계의 통일된 시행령과 시행규칙 안을 만들어 언론, 정치권,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우리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돌봄 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먹는 문제다. 목숨을 지키고 의료비를 줄이는 측면에서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 특히 영양사, 간호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등이 공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속적으로 이벤트를 만들어 관심을 유도하고 치과가 중심이 돼 리딩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외부단체와의 소통, 젊은 세대의 관심이 필요하다.

 

Q. 구강돌봄 왜 중요한가. 앞으로의 과제는.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지닌 사회다. 치매 장기요양, 돌봄이 중요한 이유다. 장기요양환자는 현장에서는 장애인보다 진료가 어렵지만, 실상은 장애인처럼 권익을 요구하는 단체도 없고 공공의 영역에서 해결해야만 한다. 구강돌봄에 있어 우리나라는 일본에 40년 뒤쳐졌다고 하지만, 일본에는 요양원에 구강보건실을 설치하고 치매와 치과, 영양까지 아우르는 치매동행카페도 없다. 이수구 스마일재단 이사장 등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사업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는 젊은 세대의 아이디어와 참여가 활발해져 구강돌봄에 있어서도 '스마트 K-돌봄' 시대를 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Interview_임희숙 교수(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노인학과)]

 

“장기요양 핵심은 구강·재활·영향 ‘삼위일체’ 통합판정체계 필요”

 

노인영양학 전문가인 임희숙 교수는 장기요양에서 가장 필수적인 분야로 영양과 구강의 중요성을 꼽았다. 그러나 돌봄통합지원법에도 ‘영양’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내용이 부족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요양-돌봄 지원에 있어 꾸준히 언급되는 것은 노년기의 건강한 삶, 충분한 영양섭취다.

 

실제 장기요양기관의 1회 급식인원이 50인 이상인 경우 영양사를 1명 배치하는 기준이 있지만, 위탁의 경우 영양사와 조리사를 필수로 두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급식제공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 “우리나라 노인의 경우 소득에 따른 영양 격차도 크며, 취약계층을 위한 도시락 제공서비스가 있지만 국외와 같은 소비자 니즈와 건강상태에 맞는 맞춤구독형 식사서비스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희숙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노인의 30~40%는 영양상태가 불량한 수준이고, 충분한 영양섭취가 이뤄지는 비율도 70%밖에 안된다”면서 “노인 건강에 가장 중요한 분야로 영양을 꼽으면서도 정작 장기요양급여의 복지용구이용가능제품에 고령친화식품이 빠져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장기요양 등급에 따라 최대 160만원의 복지용구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부분이 휠체어, 침상 장기사용이 가능한 부분에 제한돼 있어 실제 소비되지 못한 재정이 막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임 교수는 “이러한 재원이 영양 지원에도 포함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장기요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구강, 재활, 영양이다. 일원화된 체계로 움직여 통합판정를 받을 수 있어야 어르신의 건강유지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고령자의 구강상태에 따른 식사와 고른 영양섭취는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제1 조건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두 영역 모두 체계화되지 않은 실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의사, 간호사, 영양사 등이 팀라운딩을 통해 입소자의 연하장애 등을 진단해 식사 단계를 결정하는 통합진단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결정된 단계에 따라 적절한 식사처방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돌봄노인 스스로 지역사회급식기관이나 식료품점에서도 손쉽게 본인에게 맞는 식사를 구매할 수 있도록 체계화돼 있다고 전했다. 구강상태, 저작과 연하장애를 고려해 식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구강과 영양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밝혔다.

 

임희숙 교수는 현재 스마일재단과 공동연구를 통해 국내 요양기관 이용노인의 영양상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대문실버케어센터에서 진행된 구강-영양검진에 직접 나선 바 있는 임 교수는 “구강과 영양은 밀접한 관계가 있고, 현장에서도 많이 느끼는 부분임에도 공동연구를 진행한 것은 처음”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초고령사회 속 돌봄의 시대, 치과계 시계추가 빨라졌다

 

 

2008년 도입된 장기요양보험, 현재까지 국민의 보험료 부담은 날로 증가한다고 하지만 치과계가 할 수 있는 역량이 크게 늘어나진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돌봄통합지원법이 제정되면서 또 한번의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시행까지 1년 반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장기요양-돌봄이라는 용어조차 낯설다는 치과의사들이 대다수다.

 

분명한 것은 가까운 일본의 사례만 보더라도 돌봄은 치과계가 놓쳐서는 안될 영역임에 틀림없다는 점이다. 당장 얼마나 많은 치과의사가 관심을 갖고 참여할 것인지, 어느 정도의 수가가 가능할지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 많은 치과의사가 참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시행령, 시행규칙의 제정에 힘을 쏟아야 할 시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법은 만들어졌지만 아직 예산도, 제도도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치과의료 혜택을 받기 힘든 사각지대, 그 마지막 그늘을 지워낼 수 있다는 점 또한 치과계가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의미다.

 

치매 돌봄노인들에게 구강관리는 흡인성 폐렴과 직결돼 목숨과도 연관되는 문제, 중환자관리로 인식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한발 늦은 치과영역이 돌봄에서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돌봄환자에 있어 구강관리가 어떠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그리고 시설과 인력을 갖추는 것이 이들의 건강하고 존엄한 삶에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데이터로 보여주고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방문의료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팀을 기반으로 한 지역의료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간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주도해왔다면 이제는 치과위생사, 작업치료사, 영양사 등이 참여하는 포괄적인 관리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타 직역과의 적극적인 교류와 치과계 내부 시스템 정비, 통일된 의견수렴으로 제도 시행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치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치의학 관점에서만 머물 것이 아니라 정관계 및 국민적 관심을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정에 있어서는 전향적인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스마일돌봄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150만명의 건강보험공단 지급 치과진료비용을 추산하면 대략 3,6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치매, 장기요양 환자의 경우 치과치료는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임을 반영한다면 이들 환자가 사용하지 못한 치과건강보험비용은 최소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8월 23일 ‘대한민국 구강돌봄위원회’가 출범했다. 스마일재단 이수구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대한치과의사협회 홍수연 부회장과 이정호 치무이사, 대한치과위생사협회 황윤숙 회장과 한지형 부회장, 대한여성치과의사회 장소희 회장과 김수진 부회장, 고령사회치과의료포럼 진보형 대표와 정회인 간사,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김의동 대표,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장기요양구강교육단 서혜원 단장이 위원으로 참여했고, 스마일돌봄위원회 임지준 운영위원장이 간사를 맡았다.

 

대한민국 구강돌봄위원회는 “2026년 3월 시행 예정인 통합돌봄지원법 중 방문진료, 방문구강관리의 법령과 예산 및 제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장기요양기관 평가지표 내 구강관리항목 독립 신설 △구강돌봄 관련 법제화 및 방문치과진료, 방문구강관리, 교육 등에 매년 1조원 이상 건강보험 예산 확보 △국립치의학연구원 등과 연계한 매년 100억원 이상 연구비 확보 △구강돌봄 중요성에 대한 대국민 인식개선 및 홍보 등 중점 추진과제를 설정했다. 오는 11월에는 구강돌봄 관련 국회 공청회로 본격적인 이슈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치과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제대로 된 복지, 제대로 된 구강돌봄을 위한 체계 구축에 치과계가 적극 나서야 할 시기다.

 

[Interview_이정호 대한치과의사협회 치무이사]

 

“장기요양에 구강지표 신설, 은퇴회원 참여 활성화 방안 강구”

 

구강돌봄이 중요한 화두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박태근·이하 치협)도 관련 위원회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치협은 직면한 문제부터 차근차근 해법을 찾아가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가장 먼저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은 장기요양보험에 구강지표를 신설하는 것. 현재는 위생항목만 포함돼 있고 반영되는 점수도 낮은 상황이다. 현재 요양보호 환자를 위한 구강용품과 장비가 개발되고 있지만 사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러한 부분까지 지원이 되기 위해서는 구강항목으로 요양등급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정호 치무이사는 요양등급을 받을 수 있는 지표와 장기요양기관 인증평가에도 구강항목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장기요양위원회에 치과가 빠져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치과계에서 지속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규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구강관리를 위해서는 요양보호사에 대한 구강관리교육도 중요한 부분이라는 밝혔다.

 

제도 안착을 위한 데이터 구축에도 나섰다. 현재 치과의료정책연구원에 연구를 발주한 상태로, 노인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환자들이 주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분석하는 작업이다. 빅데이터를 통해 살펴본 장기교양보험 환자의 구강건강 지표를 확인해본다는 계획이다.

 

치협에서 주목하고 있는 또 하나의 영역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장기요양기관 촉탁의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장애물을 없애는 것. 현실적으로 촉탁의는 은퇴한 치과의사들의 참여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의과 또한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러나 제약이 되는 조건은 촉탁의로서 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요양기관에 소속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호 치무이사는 “은퇴 후 소속이 없으면 촉탁의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협회 이름으로 촉탁의 풀을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것이 결국 치과촉탁의제도를 활성화시키고 장기요양보험에서의 역할을 확대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치협 이정호 치무이사는 “현재 장기요양보험 및 돌봄통합지원법을 위한 각계의 연구와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면서 치협 또한 다양한 접근과 여론 수렴과정, 적극적인 대관업무를 통해 제도 안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Interview_한지형 대한치과위생사협회 부회장]

 

“노인 구강 돌봄, 직역 경계 넘은 연대 필요”

 

대한치과위생사협회(회장 황윤숙·이하 치위협)는 노인 구강건강 돌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체계적인 관리와 예방을 위한 다양한 사업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지형 부회장은 “치과위생사는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틀니 세정 관리, 입 체조, 입 근육 마사지 등 직접적인 구강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노인의 건강이 더욱 나빠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며 고령화사회에서 치과위생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돌봄현장의 어려움 해소를 위한 방안도 제안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물리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대상 노인뿐 아니라 보호자, 종사자들이 거부감을 낮추고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충분한 홍보와 안내가 선행돼야 한다. 정부와 공공기관, 지자체, 민간단체 등 돌봄에 관계된 다양한 기관이 함께 노력해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요양보호사나 보호자의 청결관리로는 한계가 있어 전문가를 통한 관리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치과위생사들이 돌봄 분야 접근 방법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국가에서는 노인장기요양급여 중 구강위생급여의 수요 파악과 운영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돌봄영역에서 방문구강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을 체계적으로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치위협은 돌봄통합지원법에 명시된 방문구강관리 제도의 정착을 위해 국회,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계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또한 △인천 △마산 △서울 성동구·강동구 등에서 데이케어센터와 요양원을 대상으로 노인 구강건강 관리 시범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한지형 부회장은 “노인·장애인을 전문 케어하는 치과위생사 양성 교육을 통해 돌봄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높이고 있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치과위생사들이 구강건강 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돌봄 분야에서 치과 분야의 영역과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치과계 다양한 직역이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과 같이 영양과 재활 등 타 분야와도 연대해 구강관리와 노인 건강을 종합적으로 개선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최근 구성된 스마일 돌봄위원회와 대한민국 구강돌봄위원회는 이러한 협력을 위한 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정부에서 노인 돌봄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고, 예산 확보, 외부인식개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가영 기자 young@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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