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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방문구강진료’, 일본방문치과협회 사례 속에서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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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까지 먹는 즐거움을 선물하는 일

[치과신문_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2025년 우리나라는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돌봄’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돌봄통합지원법)」은 2026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돌봄의 한 축으로 구강서비스가 제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12월 11일에는 치과계가 꾸준히 요구해온 장기요양기관 평가기준에 구강관리항목이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노인요양시설에 있어 장기요양 어르신의 구강관리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어질 수 있는 분기점이 마련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관심을 갖고 추진해야 할 부분이 바로 방문구강진료다. 2026년 3월 시행 예정인 돌봄통합지원법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가 의료기관 및 통합지원 대상자의 가정과 사회복지시설에서 제공하는 진료서비스’가 가능토록 하고 있으며, 그 내용 중 하나로 ‘방문구강관리’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아직 낯선 용어 ‘방문진료’. 우리보다 40년 앞서 시행돼왔다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방향을 잡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제언이다. 이에 본지는 2017년 일본방문치과협회가 발간한 ‘방문치과 진료의 추천’이라는 책, 그리고 이를 직접 번역한 이준규 원장(한솔이준규치과)의 도움을 받아 일본 방문치과진료의 현장을 재구성해 전달한다.

 

“더 이상 치과에 올 수 없는 환자가 늘었다”

 

2007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자택이나 시설에서 돌봄을 받고, 침상에만 누워있는 고령자가 증가하고 있다. 2015년 25%였던 고령화율이 2025년에는 30%, 2055년에는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꾸준히 치과를 내원하던 환자도, 더 이상 스스로 치과를 찾아올 수 없는 경우가 그만큼 많아진다는 얘기다.

 

이러한 문제는 치과의사가 스스로 자택이나 시설에 나가 방문진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불러일으켰고, 이제는 환자에게도 치과의사에게도 익숙한 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 2000년 발족한 일본방문치과협회는 “와병 중인 고령자의 구강케어는 생명에 관계되는 중요한 일”이라면서 “방문치과진료로 일상적으로 구강관리를 하고, 입안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간병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왕진’ 의미를 뛰어넘은 ‘방문치과진료’의 다양한 역할

 

일본의 방문치과진료는 충치를 치료하고 틀니를 수리하는 등 일반적인 외래진료도 실시하지만, 와병 환자의 구강케어(입안의 건강관리)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건강할 땐 당연하게 생각했던 씹어 삼키는 동작이 불편해지면서 음식섭취는 물론 입속 세균으로 인한 오연성 폐렴으로 목숨을 잃을 우려마저 커진다. 흔히 “식욕이 없어졌다”고 고민한다면, 입안의 건강상태 악화가 원인일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구강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구취를 겪게 되고, 이는 가족과 가까이에서 대화하는 것에 불편을 줘 고령자의 고독감과 소외감을 키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방문치과진료로 구강관리를 하는 것은 단지 입안을 깨끗하게 하는 것만이 아니다. 인격, 프라이드 등 심리적인 면에 영향을 미치고, 고령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방문치과진료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틀니관리다. 지금의 구강상태에 맞는 틀니가 되도록 치과의사와 상담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틀니 사용에 불편은 없는지 체크하고, 깨끗하게 유지 관리해야 한다. 틀니를 끼지 않으면 사용했을 때에 비해 보행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방문치과진료를 통해 치과위생사에 전문적인 관리를 맡기는 것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치아 상실의 가장 큰 요인은 치주질환. 본인이 칫솔질을 할 수 없는 경우라면 치과위생사의 관리가 도움이 된다. 특히 치주질환은 당뇨병이나 허혈성 심장질환, 뇌경색 등 중대한 질병과도 관련이 있는 만큼 치주질환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방문구강관리의 중요성이다.

 

구강건조-연하장애 의심된다면 방문치과진료를 의뢰하라

 

고령이 되면 타액 분비량이 적어지고 침에 의한 자정작용도 떨어진다. 타액이 갖는 중요한 기능을 인지하고, 씹는 효과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치아 수가 적거나 치아를 상실하고도 틀니를 사용하지 않는 등 씹는 문제가 있는 사람일수록 치매가 많다는 연구도 있다. 방문진료를 통해 와병 중인 환자의 구강케어를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구강건조증은 음식을 삼키기 어렵고, 미각장애 등 여러 증상을 동반하게 돼 반드시 치과의사와 상담해 방문치과진료를 의뢰하라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연하장애’는 정기적인 구강케어의 중요성을 이해시키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연하장애는 물이나 음식물을 잘 삼키지 못하는 것으로,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발생하기 쉽고, 일본인 사망원인 3위에 꼽히는 폐렴의 위험을 높인다. 전문적으로 구강관리를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2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폐렴 발생과 사망자 수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일본방문치과협회는 구강건조 및 연하장애 체크리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치료뿐 아니라 구강관리의 방문치과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충치, 구취, 먹는 방식, 말투의 변화 등은 입안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간병인이나 가족이 눈치를 채고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다. △입냄새 △잇몸 출혈 △치아 상실 △틀니가 쉽게 빠지거나 거므스레하게 변할 때 △음식이나 음료수 마실 때 숨이 자주 막힌다 △식사량이 줄어든다 △자주 열이 난다 △감기에 쉽게 걸리고 잘 낫지 않는다 △말이 잘 나오지 않고 대화가 줄었다 △무표정하고 내향적으로 바뀌었다 △치매 △당뇨 △마비 등 운동장애 등에 해당한다면 곧바로 치과의사와 상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방문치과진료, 의료보험-간병보험이 함께 가동된다

 

방문치과진료는 의원이나 클리닉에서 16㎞ 이내의 범위에 있다면 모두 보험적용이 된다. 혼자 통원이 어려운 사람이 대상이 되며, 이용자의 90%는 고령자, 10%는 정신질환이나 신체장애가 있는 어린이나 성인이다.

 

집에서 치과치료나 구강관리를 받고 싶을 때는 의료보험 외에도 간병보험이나 거택 요양관리지도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간병보험은 65세 이상 간병 인정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며, 거택요양관리지도는 방문진료가 전제돼야 한다.

 

의료보험과 개호보험 모두 그 수가가 정해져 있고, 75세를 기준으로 전기-후기 고령자에 따른 구분, 장애인정 구분에 따라 본인부담에 차이가 있다. 65~69세의 전기 고령자는 3할이 본인부담이고, 70~74세까지의 후기 고령자는 20~30%가 본인부담이다.

 

개호 인정을 받고 재택이나 시설에 있는 환자의 경우 치과의사의 방문진료는 월 2회, 치과위생사의 방문케어는 월 4회까지 이용할 수 있다. 현저하게 치과진료가 어려운 환자에 대해서는 30~70% 가산이 적용되고 치과위생사가 참가하느냐에 따라 치과진료 특별대응 가산이 더해진다.

 

와병 중인 사람은 무리해서 택시를 타고 이용하지 않아도 되고 동행도 필요하지 않은 것이 방문진료다 보니 실질적인 비용은 줄어든다. 여러 질병을 예방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인 비용이 경감되는 것도 공통된 인식이다.

개호보험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요개호(간병) 인정을 받아야 한다. 지자체를 이용해 신청하면 방문조사원이 집에 와서 돌봄이 필요한지를 확인하고, 주치의 의견서 등을 바탕으로 간병이 필요한지 결정한다. 신청 후 한달 내 결과가 통지되며, 요개호 대상자는 거택개호 지원사업소에 소속된 메니저에게 케어플랜(개호서비스계획)의 작성을 의뢰한다.

 

방문치과진료는 치과의사에 의한 치과 진료이며, 구강케어는 치과의사가 방문해 진료와 치료를 실시하며, 치과의사의 지시에 따라 치과위생사들이 한달에 4회까지 구강관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근처에 방문진료가 가능한 치과의사를 찾아야 하는데, 케어매니저나 지자체, 지역치과의사회, 일본방문치과협회, 또는 치과의사에게 직접 진료가 가능한지를 물어볼 수 있다.

 

환자에 대한 ‘책임’에서 뛰어든 방문진료, 현장에서 찾는 ‘보람’

‘외래’보다 ‘방문’ 비중 커져…치료보다 ‘케어’의 시대로

 

이 책에서는 방문치과진료에 참여하고 있는 치과의사들의 다양한 체험기가 실렸다.

 

방문진료에 참여하는 치과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참여치과에서는 컴팩트하고 휴대가 가능한 휴대용 진료 유니트 등 치료가 가능한 장비로 치료의 부담도 줄였다. 전체 진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반응이다.

 

평생을 내원했던 환자가 병이나 사고로 인해 통원할 수 없게 됐을 때 내 환자를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환자에 대한 책임이다. “개업한 지 20년이 넘다보니 통원치료가 어려워진 환자가 많아졌고, 이들의 임플란트 유지관리, 치주병 치료의 장기 경과 등 마지막까지 책임지고 진료하기 위해 방문진료를 하게 됐다”는 치과의사도 있었다.

 

청결하지 않은 환경에서의 진료, 견디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는 현실적인 문제로 참여를 꺼리는 경우도 있지만, “어려움이 있는 환자를 찾아가 치료는 물론 계속적인 구강관리와 재활을 통해 깨끗하고 기분좋은 입, 흡인성 폐렴을 막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입으로 만들어주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만족감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는 대부분의 치과에서 방문치과진료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도 보험을 개정할 때마다 방문치과에 점수를 올리고 있는 만큼 그 비중과 중요성이 커질 것이며, “치료보다는 케어(예방)이 중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시적인 것이 아닌 장기적인 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치과위생사·요양보호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도 공통된 인식이다.

 

실제 “5~6년이 지난 지금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해 외래보다 비중이 커졌다”는 치과의사는 “틀니조정과 스케일링 등 구강케어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충치치료와 치주질환 치료도 진행한다. 치과위생사 2명과 동행한다”고 소개했다. 고령자주택이 늘어나면서 한 곳에서 10명의 환자를 보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밝혔다. 전용차량 4대를 운영하고 1년에 500여명의 환자를 만난다는 치과, 1주일에 100~120명의 환자를 방문한다는 치과도 있다. 방문치과진료의 전문성도 키워가고 있다. 참여하는 치과의사와 치과의사 모두 개호지원전문원 자격을 취득하거나 매너 교육까지 이수하는 치과도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치과는 외래진료를 치아를 치료하는 것만이 치과의사의 일이라는 인상이 강했지만, 실제로는 구강관리를 통해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전신의 건강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방문치과진료의 역할을 실감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시점에서, 앞으로 다가올 환자군의 변화, 치과진료환경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Interview_이준규 원장(한솔이준규치과)]

 

“더 이상 통원이 어렵다는 환자,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관심”

 

방문치과 관련 책자를 직접 번역을 하며 내용을 꼼꼼히 짚어봤다는 이준규 원장이 본지에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 이 원장이 방문치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Q. 구강돌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고령 환자가 늘어나면서 꾸준히 치료받던 환자들이 더 이상 내원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이러한 환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일본방문치과협회의 서적을 발견했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더 빨리 진행되고 시스템을 정착시킨 일본의 선례를 보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Q. 일본 개호보험에서 눈에 띈 부분이 있다면.

치료보다는 구강케어, 예방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치과 질환은 심장병, 당뇨병, 치매, 흡인성 폐렴 진행 가능성을 높인다. 그러나 실제 요양병원에서는 관리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침상 환자들은 외래진료를 받기가 더 힘들다. 왕진으로 하면 직접 치료 및 케어를 해주고, 현장에서 같이 대화하고 일상을 살피면서 치료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효과적이었다. 여기에 치과의사의 사명감과 봉사정신이 더해져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는 평가가 많았던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Q. 시스템 도입을 위해 필요한 준비는.

일본의 사례를 보면서 시스템을 배우면 우리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용 유닛과 기자재를 개발하고 보험수가를 정비하고 케어의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맨파워, 기자재, 봉사와 사명감만 있다면 시스템 확충은 물론 참여하는 치과의사들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된다. 내 환자가 더 이상 치과에 올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 마음, 치과의사로서의 사명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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