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신종학 기자 sjh@sda.or.kr] 최근 개인적인 사정으로 치과를 폐업한 서울 서대문구의 H원장은 카드단말기 업체 G사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내용인즉 “해당 가맹점 무실적 가맹점으로 위약금 발생되어 연락드립니다. 7일 이내 인입 없을 시 내용증명 발송 및 채권 추심 소송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것으로, 카드단말기 G사가 보낸 위약금 통보 문자였던 것.
G사는 위약금 통보문자와 함께 ‘위약금 청구서’를 보냈다. H원장이 치과를 폐업하고, 다른 원장에게 인계하는 등 여러 업무를 도맡아 도와준 A원장은 “G사의 영업 행태는 전형적으로 사기에 가깝다고 느꼈다. 위약금이 발생하는 경위와 이유 등을 잘 설명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A원장에 따르면, H원장은 G사와 애초 3년 약정 계약을 체결했고, 약정기간이 지난 후에도 계속 거래를 해왔다. 약정기간 이후에는 별도의 갱신 약정이나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애초 약관에 자동갱신약정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H원장이 치과를 폐업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서 실적이 없으니 위약금이 발생했다는 문자를 통보한 것이다. 이미 H원장이 운영한 치과는 다른 원장이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A원장은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니, G사는 처음에 3년 약정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에는 12개월 약정으로 자동 갱신하도록 약관을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며 “처음 계약을 체결할 때는 자동 갱신이 된다는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G사가 청구한 위약금은 단말기, 서명패드, 설치/출장/개통비용, 서비스이용료 등 총 80여만원에 달했다. A원장은 G사와 협의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현재는 답보상태라고. A원장은 “G사가 위약금을 청구하면서 여신전문금융법을 운운하며, 마치 법적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겨 매우 불쾌했다”며 “일단 위약금 납부는 보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약금’ 등 문제로 카드단말기업체와 개원가의 갈등과 분쟁은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대규모 의료기관의 경우 위약금 등 문제가 발생하면 금액도 매우 커져 법적 분쟁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치과를 비롯한 규모가 작은 동네의원들은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그냥 물어주고 말자”는 식으로 대처했지만, 최근의 양상은 달라지고 있다. 카드단말기 업체의 부당한 처사에 대한 법적 대응이 실제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태정 변호사(법무법인 광야)는 최근 VAN대리점 및 렌탈사 등에 대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양 변호사에 따르면 카드단말기 회사를 상대로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치과 등 의원급 원장들이 70여명에 달한다. 이 중에는 민사소송뿐만 아니라 ‘사기죄’ 혐의로 카드단말기 회사를 형사고발한 원장들도 다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양 변호사에 따르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원장들의 1인당 평균 피해액은 200만원에 달하고, 총 14억원 규모다.
양 변호사는 “대여료 지원 등 각종 혜택을 미끼로 약정 계약을 체결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약속한 지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불만을 제기하고 계약 해지를 요청하면 그때서 수십에서 수백만원의 위약금을 청구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문제는 ‘지원금’ 관련 여신법을 들이대면서 가맹점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협박과 같은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
양 변호사는 “여신전문금융법에서 카드단말기 지원금을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원장들은 단순한 혜택으로 인지하고 계약서에 서명을 한다”며 “문제는 업체들이 이 점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고 영업을 하거나, 원장도 모르는 사이 직원에 의해 계약이 연장되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에 따르면, 카드단말기 영업 구조의 복잡성도 가맹점인 치과 등 의료기관이 피해를 입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VAN사들은 대리점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VAN대리점이 계약을 체결하면, 단말기 렌탈사에 체결 건을 한 번에 넘기고 건당 수익금을 한꺼번에 챙긴다. 결국 원장은 직접 계약하지 않은 단말기 렌탈사에 이용료를 지급하게 된다. 해지 시 위약금이 발생하면 렌탈사는 채권추심업체를 통해 이를 청구하고 있다.
양 변호사는 “결국 원장과 대면해 계약을 체결한 업체는 연락조차 닿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카드단말기 업체들에게 의원급 원장들은 만만한 돈벌이 대상이였을지도 모른다. 일부 업체들의 위약금 ‘횡포’를 막기 위해서라도 가만히 당하고 있을 게 아니라 필요한 경우 법적 대응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