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된 선거제도인 선거인단제에 의한 29대 협회장 선거가 5개월 남았다. 지금 치과전문지는 저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예비후보에 대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예비후보는 4~5명이다. 과거와 달리 협회의 업무도 복잡해지고 또 협회에 대한 요구나 불평도 많아져서 협회장을 명예로 생각하고 맡았다가는 몰매 맞기 십상인데 이렇게 회원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후보가 많다는 사실에 치과계의 미래가 밝다는 안도감도 들고, 그래서 예비후보들께 감사한 마음도 든다.
그러나 정작 회원들이 보기에는 모 동문회의 공식 단일후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눈치작전이라도 하는 양 서로들 말을 극도로 아끼면서 신경전만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먼저 매 맞아서 좋을 것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29대 협회장 선거가 대의원제가 아니라 선거인단제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선거준비위의 말처럼 랜덤으로 샘플링된다면 선거인단제는 오히려 전회원 직선제에 가깝다.
지금 회원들이 바라는 차기 협회장의 모습이 눈치작전이나 벌이면서 남들한테 받을 역풍이나 계산하는 인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처럼 복지의 개념이 보건의료에 약하게 적용되고 그나마 보건의료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적어 사회적으로도 세금문제 등 원만한 관계가 우선시되는 시기에는 아마도 무난한 사람이 요구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처럼 각종 사안에서 정부를 대상으로 주장하고, 설득을 통하여 회원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이끌어야 하는 때의 협회장은 분명 과거의 협회장 모습과는 다를 것이다. 아마도 의협 회장처럼 자신의 의지를 알리기 위해 단식도 서슴지 않고, 회원들의 결집을 위해 도보로 전국을 순회하며 회원들을 만나는 단호하면서 행동력 있는 리더, 자신이 모든 것을 하는 똑똑한 리더보다는 열성적인 참모진을 융합하여 이끌 리더, 보건의료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비전을 바탕으로 회원을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정부를 설득하여 이 계획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리더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예비후보가 10명이든, 100명이든 그들이 회원들의 의도를 읽지 못한다면 그것은 한 명의 후보가 나와서 회장이 되거나, 협회장 자리가 공석으로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난 60여 년간 28명의 협회장이 있었고 그보다 많은 수의 후보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선거공약을 만들기 위하여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회원들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 만들어진 선거공약은 문제도 모르는 학생이 작성한 답안지와 같다. 후보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선거공약으로 나열하고 마치 회원들을 위해 일하는 양 비친다면 그것이야말로 역설이다.
정말 회원들을 위하여 일하고 싶다면 작금의 예비후보들이 할 일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든지, 아니면 협회 차원에서 의견을 조사하도록 종용해야 한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회원들의 요구를 분석하고 자신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냉철히 판단하여 필요한 전략과 세부전술을 수립해야 한다. 만약 자신이나 참모진들이 두루뭉술한 대책밖에 준비할 수 없다면, 자신은 준비가 안 된 후보라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회원들도 이제는 협회장 선거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출신학교나 지역을 보고 뽑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할 것이다. 싫은 사람을 떨어뜨리는 선거가 아니라 일을 제대로 할 사람을 뽑아주는 선거가 되도록 회원들이 앞장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보들의 프로필은 물론 그들의 선거공약이 과연 현실성은 있는지 이를 위한 전략과 전술은 치밀한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협회는 회원들이 차기 협회장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조사해 후보들이 선거공약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치협 홈페이지에 설문조사 코너를 만들거나, 차기 협회장에 바라는 의견게시판을 만들어 회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조사해야 한다. 후보들의 시시콜콜한 정보까지 포함한 프로필을 공개하고 선거공약도 자세히 알려야 할 것이다. 또 회원들이 원한다면 인터넷으로 중계되는 토론회라도 개최하여 최고의 선택이 되도록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29대 협회장 선거, 모든 회원이 참여하는 후회 없는 선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