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개목걸이 법’으로 불리는 의료인에 대한 명찰패용 의무화법이 지난달부터 시행됐다. 물론 보건복지부는 적용대상이 되는 의료기관이 준비해야 할 시간을 고려해 고시 확정 후 한달 동안의 유예기간을 둔다는 입장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료계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법안의 취지는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인은 반드시 명찰을 착용케 함으로써 환자가 의료인의 신분을 쉽게 확인해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면 폐지’를 주장하며 결사 항쟁의 외침까지 나온다. 이 법안 입법에 앞장섰던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공공의 적’이 된 형국이다. 의료인과 의대생뿐 아니라 간호조무사, 의료기사는 이름과 면허종류 명칭이 들어간 명찰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명찰을 달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의료기관장은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상식을 법으로 강제했다는 점에서 의료인의 자율성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형벌은 최후의 수단이자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데 최근 의료법 개정 사항들의 면면을 보면 법으로 모든 것을 규제하고, 해결하려는 입법 만능주의의 경향이 짙다. “초등학생 취급하느냐”, “자유민주공화국에서 있을
지금 이 순간 내 안의 모든 의심과 사악함을 날려 버리고 그 동안의 내 모든 노력들이 하나가 되어 이제 빛을 발하네. 이곳 지금 바로 오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서 의사 지킬이 자신의 실험실에서 부른 노래 ‘This is the moment’의 처음 몇 소절이다. 원장실에서 원곡으로 흥얼거려본다. 2월의 끝자락에 보았던 그 감동의 순간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치과에서 지킬(Jekyll)인가? 하이드(Hyde)인가? 내 인생의 절반을 치과의사로 살아왔는데도 바로 답을 할 수 없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로 알려진 원작가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1850-1894)이고, 원작명은 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1886)이다. 작가는 실존인물인 영국의 외과의사며 해부학자인 John Hunter(1728-1793)를 모델로 하여 주인공 ‘지킬’을 탄생시켰다. 특히 존 헌터는 치아에 incisor, cuspid, bicuspid, molar와 같은 이름을 지어주었고 치의학에도 상당한 업적을 남겼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알고 뮤지컬을 관람해서 그런지 더
정확히 9년 전, 바빴던 대전시치과의사회 회장을 끝낼 무렵, 미안한 마음에 넌지시 전원생활을 제시했고, 가족들은 단순히 술을 덜 먹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순순히 승낙해 주었다. 9년이란 세월은, 서울에서 태어나고, 지방이지만 도시생활만 한 필자에게 파, 마늘이 겨우내 언 땅에서 살아난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옥수수는 ‘대학 찰’이 맛있다는 것, 둥굴레차는 뿌리를 말리고 볶아서 끓인다는 것을 알게 해줄 만큼 긴 시간이었다. 이사한지 1년 쯤 지났을 때였다. 40여 호 되는 조그만 마을에 이장선거를 한다며 며칠 전부터 마을 방송에 불이 났다. 나는 마을 아낙들이 모이면 이장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소리를 어깨 너머로 익히 들어왔던 터라 호기심 반으로 이장 선거에 참석하기로 했다. 현 이장 대 전 이장의 싸움이었다. 전 이장은 잘 모르는 분이었고, 나보다 네댓 살 아래인 현 이장보다 열 댓 살은 훌쩍 위일 것 같은 마음씨 좋게 생긴 어르신이었다. 나는 귀동냥으로 이장 욕을 해대던 아낙들의 수를 세어보며, 마을의 변화를 기대하며 개표를 지켜봤다. 결과는 전 이장은 두 표(본인과 필자) 뿐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장의 권한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지대했고, 조
휴대전화를 수리하는 서비스 기사들이 고객 몰래 휴대전화의 설정을 바꿔서 본사의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받지 못하게 하는 사례가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 이유는 고객이 서비스 만족도 평가를 하지 못하게 하려고 그런다는 것인데,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수리기사들은 서비스 만족도가 만점에서 단 1점만 깎여도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불이익이라는 것이 보통 200만원 안팎인 월급이 최대 50만원까지 깎이기도 하고 고용 자체가 불안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수리기사들이 잘못된 방법을 쓴 것이고 기업에서 고객만족도를 조사해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업경영의 방법이므로 기업에서 고객평가를 한 것을 뭐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심평원에서 진행하려고 하는 환자경험평가 설문내용을 보면 “담당 의사(간호사)는 귀하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어 대하였습니까?”, “담당 의사(간호사)는 귀하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었습니까?” 등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환자의 경험으로 공평한 대우를 받았는지, 치료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지에 대한 문항도 있다. 이런 문항이 객관성을 근거로 평가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든다. 원칙적으로는 환자를
개원 초창기 겨울, 아침 출근 시 나는 사뭇 로마 원형경기장에 등정하는 검투사 심정이었다. 파카잠바, 모자, 장갑, 안경, 넥타이, 귀마개로 중무장한 후 스님의 말씀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一日不作 一日不食)”를 되새기며 나섰다. “오늘은 또 어떤 환자와 맞서게 될까? 칼과 창 대신 한손에 핸드피스, 한손에 미러를 들고 유효적절한 언사를 날리며 적시타를 터트려야 할 텐데…” 오전 대기실에 그득했던 사자들을 다 처치하고 나면 입은 마르고 허기지고, 그냥 ‘히키코모리’이고 싶었다. 환자 많은 게 죄였다. 그땐 다 그랬다. 누구와 점심 같이 하자고 전화할 여유가 없었다. 단골 칼국수 집은 혼면을 하며 환자진료를 복기하고, 반성하고 후회하는 한 시간의 도피처였다. 세로토닌이 분비되고 오후 이차전에 대비한 자가 치유의 시간이었다. 그러다 여기저기 감투를 맡게 되었다. 매주 도시락 조찬모임이 있는 날이 있었다. ‘말하며 듣고 생각하며 먹는’ 주요행위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생리에 거슬렸지만 요령을 터득하는 공부가 됐다. 그날은 번번이 11시가 넘어서야 환자들을 비집고 들어갔는데, 내가 소문난 명의인가 착각할 정도였다. 조석으로 호텔을 출입할 때면 사업가인
대한치과의사협회 유사 이래 처음으로 전체 회원들의 민의로 회장을 뽑는 직선제가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치과의사회(이하 서울지부)도 최근 직선제로회장단을 선출했다. 물론 협회 출범 초창기에는 회원이 몇 안 돼 직선으로 총회를 치렀을 것이다. 그 이후 회원이 많아지고 전국적인 조직이 되어가다 보니 원활한 회의 진행과 의견 수렴을 위해 대의원제가 채택되었을 것이고, 많은 변화 끝에 올해는 직선제를 채택해 직선 서울지부 회장단이 탄생하게 됐다. 그동안 직선제에 대한 열망은 가득했지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에 대한 불안감과 일부 기득권층의 반대에 부딪혀 계속 미뤄지기만 했던 게 사실이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다지 어려움도 없었고, 예상했던 부작용들도 없었다. 걱정했던 그 모든 것들이 쓸데없는 기우였고, 막상 해보니 전 회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선거가 됐다. 또한 필자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검증되지 않은 예상 밖 인물의 출현도 없었다. 오래 전 모 의료인 단체의 첫 직선제 시행 시에 의외로, 전혀 알려지지 않은 후보자들의 출현과 그들의 선전으로 의외의 결과가 나와 많은 의료인이 놀란 적이 있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씹어 삼키는 행동에 대해 치과의사만큼 많이 공부하고 생각하는 직업이 있을까? 치과의사는 저작과 심미, 발음의 중요성에 대해 연구한다. 치아의 역할 뿐 아니라 구강 주변의 근육과 해부학적 형태에 대해 생각한다. 상실된 치아를 어떠한 방법으로 치료할까, 또 어떻게 하면 잘 씹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공부한다. 이 모든 것의 기본적인 목적은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2016년 1월, 치과 촉탁의 연구를 위해 일본치과대학의 타마클리닉을 방문하였을 때, 난요우엔이라는 노인요양시설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일본은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14%이상)로 들어선 것이 1994년이고, 2005년에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20%이상)를 맞이했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일찍 진행돼, 2000년부터 치과의사가 시설을 방문해 진료(방문진료)하거나 재택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시설을 방문한 치과의사는 오전에는 간단한 발치나 틀니를 위한 인상채득을 실시했고, 치과위생사는 칫솔질 방법을 지도했다. 오후가 되니 고령의 휠체어를 탄 어르신에게 연하내시경 검사를 했다. 이를 통해 현재 먹는 음식을 잘 삼키는지, 평소에 즐겨 찾던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한 후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위기이고, 지금 세계는 난세이다. 어려운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는 영웅이 필요하다. 앞날을 내다보는 혜안을 가지고, 시대의 흐름을 읽고, 이 시대가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찾아내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설득해나가는 리더가 절실히 필요하다. 난세의 대중들은 흑묘백묘다. 지금 당장 먹을 것을 구해주는 사람을 지도자로 뽑는 오류를 범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지금 당장 행복하고 안전한 곳으로 인도하는 사람들을 지지한다. 앞날에 대한 비전은 그 다음의 문제다. 당장 눈앞의 일들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군중심리이다. 세계 제2차 대전을 일으킨 히틀러는 이러한 군중심리를 아주 잘 이용한 난세의 웅변가였다. 앞으로 미국을 이끌어갈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위대한 정치가는 군중심리보다는 나라와 세계의 미래를 내다보고, 현재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고 설득하고 소통하는 것에 최선을 다한다. 대한민국은 위기다. 그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겨우 도달한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저앉을 위기다. 한번 떨어지면, 다시 올라오는 것은 ‘한강의 기적’처럼 ‘기적’이라는 단어를 써야할 만큼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의 자국
치과의사국가시험 합격자 발표가 지난 1월 24일 있었다. 2017년 국민 구강 보건 향상에 이바지 할 자랑스러운 치과의사 746명이 탄생한 것이다. 나 또한 지금 생각해도 그날은 여러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일단 인생 1막 끝쯤의 느낌 하나와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의 불효에 대한 반성과 고마움 그리고 효도에 대한 다짐, 환자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치과의사가 되겠다는 결심 등등 만감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만감은 대부분 로컬 또는 인턴 시작 일주일쯤 되면 회의로 바뀌게 된다. 수년간 지켜보고 나름대로 준비했던 병원생활이지만, 몰려오는 피곤과 책임감, 갈등이 육체적 고통보다는 치과의사의 정체성에 대한 큰 혼란으로 새내기 치과의사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그 때 그 새내기 눈에 보이는 선배 치과의사들의 말과 행동들이 그 혼란과 방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부푼 꿈을 안고 대학병원에서 인턴이나 봉직의로 치과의사로서 첫 걸음을 시작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야! 인턴, 밥 좀 시켜라!, 인턴이 무슨 생각을 해!’, ‘ 페이 닥터가 그냥 시키는 일이나 열심히 하면 되지’ 가장 흔히 들을 수 있었던 말들이다.
반 고흐(1853-1890)를 만나러 가는 것으로 필자의 2017년 새해 첫날은 시작되었다. ‘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영화 제목처럼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는 ‘야구장 안 전시관’이 있다. 작년 이곳에서 우연히 들른 클로드 모네 전시회가 유익해서 이번에는 작정하고 반 고흐의 인생을 알아보기 위해 갔다. 공교롭게도 모네와 고흐는 유명한 인상파 화가였지만 서로 정반대의 인생을 살았다. 돈, 명성, 건강, 사랑 등이 모네에게는 모두 있었지만 고흐에게는 하나도 없었다. 화가와 치의는 별개가 아니기에 치과의사의 인생은 어떠할까 새해 벽두부터 곰곰이 생각해본다. 고흐는 이렇게 말했다. “예술가는 무엇인가를 이미 완벽하게 발견했다고 말하지 않고, 언제나 그것을 탐구하는 사람이다.” 그는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끝없이, 치열하게, 철저히 탐구했다. 어떤 치과의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종종 듣곤 한다. “나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에 자신이 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는 영화 킹스맨의 대사를 이렇게 바꾸어 속으로 되뇌어 본다. Manners makes man but mannerism spoils the dentist. 고흐는 예술만이 아니라 인생도 탐구했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는 촛불시위를 지켜본 한 독일외신이 나름대로 분석을 내놓았다. 독일 차이퉁지 언론사 기자는 “어떻게 하면 최고 권력의 부정과 무능을 평화적이고 규율을 지키면서 바로 잡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귀중한 본보기가 되고 있다”며 “멀지 않은 과거에 독재를 경험한 한국에서 수준 높은 시위와 민주주의를 보여줬다. 오히려 민주주의 역사가 긴 유럽과 미국이 배워야 하겠다”라고 하면서 “한국의 광장과 거리는 의견을 나누고 표현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아고라가 되었다”라는 문정인 연세대 교수의 논평도 함께 실었다. 그러나 시민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벌이는 아고라에서 참정권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참여해 자기의사를 반영시킬 수 있는 직접 민주주의는 의사결정과정에서 말솜씨가 뛰어난 소수에 의해 다수가 생각 없이 설득당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중우정치(衆愚政治 : 다수의 어리석은 민중이 이끄는 정치를 말함)가 이뤄지는 문제점이다. 심지어 플라톤 같은 철학자는 최초로 직접 민주주의를 시도한 아테네의 몰락 원인으로 중우정치를 꼽았을 정도다. 그는 폐단을 ‘첫째로 대중적 인기에 집중하고 요구에 무조건 부응하는 사회적 병리현상이라 하고, 둘째로 개인의 능력과 자질 그
해방 직후 미군이 들어오면서 ‘다이아 찡’이라는 약을 상비약으로 가져왔는데 이 약은 폐렴, 임질, 이질, 설사, 곪은 곳에 특효약이었다고 한다. 변변한 약이 없었던 시절에 새로운 획기적인 결과에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되면서 시장에서도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으며, 경험적 기억으로 먹으면 무언가 건강해질 것 같은 약으로 각인되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감염에 대한 살균제였고, 약에 대한 내성이 없을 때라 어떤 상황에서도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든다. 한국전쟁 후에는 내성환자가 생기게 되면서 치료가 잘 안 되는 환자들에게 ‘페니실린’을 투여하면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다시 경험하게 됐다.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페니실린은 항생제다. 여러 감염을 단숨에 치료해 사람들의 기억에 무한한 신뢰를 주면서 상처가 나면 항생제 주사를 맞아야 하고, 감기로 열이 나도 당연히 항생제 주사 한방을 맞아야 했다. 이런 기억과 경험으로 ‘마이신’ 하나면 죽어가던 사람도 살려낸다는 이야기와 적응증과 관계없이 무조건 마이신을 찾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피곤하거나 몸이 안 좋은 것 같을 때 ‘링게루’를 맞으면 몸이 날아갈 듯이 좋아진다고도 했다. 포도당이나 아미노산도 그
아는 후배로부터 급히 연락이 왔다. 60대 환자 단순발치를 한 개 했는데 며칠 후 상태가 급속히 악화돼 대학병원 구강악안면외과를 거쳐 감염내과에 입원했다고 한다. 원래 신장과 심장에 기저질환이 있었는데 바이탈마저 우려됐다가 고비는 넘겼다고 한다. 환자 가족들이 몰려와 항생제 처방을 안 해줘 이 지경이 됐다고 여러 차례 난리를 쳤단다. 후배는 멘붕(정신이 무너진) 상태였다. 나는 환자가 사망하지 않았으니 다행이고 배상은 보험사에 맡기면 되니 행패엔 담담히 대처하라고 일러뒀다. 발치는 치과의사라면 매일 밥 먹듯 하는 안전한 수술이다. 중국오지의 발치사(치의 없는 지역에서 발치만 전문으로 하는 기능사)가 완전 멸균이 안 된 기구로 시술하고, 남미에선 토픽뉴스에 나올 정도로 진료봉사 때 동산만큼 발치를 해도 큰 문제가 없다. 치의에겐 진료의 중심이고 그 자체로 생명의 근원이던 치아가 수(壽)를 다해서 악의 근원이 되면, 발치할 때 그렇게 신날 수가 없다. 사자의 마음, 여우의 말, 원숭이 손으로 소임을 마치면 조폭두목 잡은 검사의 기분이 된다. 그러나 그 안전한 발치가 간혹 사람을 잡는다. 최악은 사망이다. 발치 후 급격한 전신악화가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드라마
먹튀라는 말이 유행했던 때가 박찬호 선수의 연봉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때 먹튀는 외국에서 외화를 벌어오는 참한 먹튀였기에 우리들에게 다소 귀여운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 치과계의 먹튀라니? 오래 전부터 임플란트는 이벤트성 덤핑 할인행사가 있어 왔고 지금도 지하철역마다 임플란트 60만원 대의 시술비를 외치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같은 의료인 입장에서 볼 때 그 치료비에 어떻게 임플란트 시술이 가능한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그 내막을 알고 보니 환자는 싼 시술비에 혹해서 내원하게 되고 병의원 측에서는 다양한 내용의 픽스쳐 및 상부구조, 뼈수술 등으로 차등을 두어 환자들은 결국 100만원을 훨씬 상회하는 청구서를 받아들게 된다. 요즘 세간에 회자되는 먹튀치과의 사기행각은 치과의사의 짓이 아니고 사무장의 사기극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두 사람 다 잠적한 상태여서 그 속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사무장이야 계획적으로 했다 하지만 먹튀 후 뒷감당을 해야 할 대표원장도 있고 페이닥터들도 여러 명 있었는데 그런 터무니없는 치료비 구조에서 얼마나 버틸지 아무도 몰랐다는 게 잘 믿어지지 않는다. 치료비 먹튀! 그 발상이 기발하기도 하지만 피해자들은 그런 터무니없는 치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다른 뉴스는 묻히고 온통 이 얘기뿐이다. 잘못 뽑은 대통령으로 인해 모든 국민이 힘들다. 그나마 조금 다행인 것은 촛불민심이 국회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는 의원들도 있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지만, 국회의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민심인 것은 국민들의 투표로 인해 선출된 선출직이기 때문이다. 치과계도 드디어 회원들이 직접 우리의 수장을 뽑는다. 2014년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회장단 선거는 4월 대의원총회 당일 선거인단제로 뽑았지만, 내년 3월에는 회원이 직접 투표하는 직선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잘못 뽑은 책임으로 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들어야 하는 작금의 사태에서 교훈을 얻듯이, 치과계도 많은 현안들을 지혜롭게 풀어가야 하는 협회장을 뽑을 때 혈연, 지연, 학연을 탈피하고, 치과계의 수장으로서 꼭 필요한 일꾼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출마하는 회장과 3명의 부회장 후보들은 다양한 회원들의 뜻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공약을 준비 중일 것이다. 과거보다는 더욱 적극적으로 회원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정책이 되도록 힘쓸 것이다. 직선제의 힘이다. 이번에 바뀐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