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로 투명치과에 치료비를 선납한 피해자들이 향후 납부해야 할 잔여할부금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다. 더 나아가 이미 납부한 할부금도 돌려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투명치과로 인한 피해자들에게는 단비와도 같은 희소식이다.
공정거래위원회 할부거래과는 지난 2일 할부항변권을 발동시켜 환자들이 투명치과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할부금액의 잔액 납부가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할부항변권은 신용카드 할부 거래 이후 가맹사업자가 계약을 불이행했을 때 소비자가 카드사에 잔여 할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다.
지난달 7일 표창원 의원(더불어민주당)실 주최로 열린 ‘투명치과 피해사례 간담회’에 패널로 참석한 공정거래위원회 할부거래과 홍정석 과장은 “현재까지 투명치과 관련 할부거래만 7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중의 절반가량은 이미 납부된 상황이지만, 잔여 할부금에 대해서는 할부항변권을 발동시켜 납부하지 않을 수 있도록 카드사와 논의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피해자들의 눈과 귀는 할부항변권이 언제쯤 발동될 것인지에 쏠려 있었다.
지난달 29일 공정거래위원회 할부거래과에 확인한 결과, 그 논의가 마무리되고 할부항변권 발동을 알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식 발표만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할부항변권이 발동되는 대상금액은 신용카드로 투명치과에서 결제한 모든 금액이 해당되며, 피해환자들은 할부항변권 발동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특히 일부 피해환자는 투명치과 사건이 터지면서 개별적으로 카드사에 연락을 취해 할부금이 청구되지 않도록 요청했지만, 카드사가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도 허다했다. 이런 경우에도 할부금 청구중단을 최초로 요청한 시기로 소급적용해 할부항변권이 발동된다.
할부항변권이 발동된 만큼, 카드결제액을 투명치과에 지급한 카드사들이 앞장서 투명치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카드사들은 이미 할부금액의 일부를 피해자들로부터 받았지만, 소송에서는 납부된 금액을 포함한 전액을 구상금으로 청구할 계획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잔여 할부액 27억원과 이미 납부한 45억원 등 총 72억원 규모다. 때문에 만약 소송에서 카드사들이 승소하고 정상적으로 지불명령이 이행된다면, 이미 할부금의 일부를 납부한 피해자들도 해당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할부거래과 홍정석 과장은 “카드사들이 할부금 납부고지를 중단하고, 투명치과를 상대로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개인적으로 진행해야 할 민형사상 소송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정위, 투명치과에 과징금 부과할 듯
이와는 별도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투명치과에 과징금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할부거래법에 따라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투명치과의 경우 계약서의 내용이 부실하거나 누락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때문에 할부항변권과는 별개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투명치과에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원, 진료비 환급결정…법적 강제성은 미약
한편 한국소비자원은 지난달 27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투명치과 피해자들의 선납 진료비 전액에 대한 환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환급 대상자로 확정된 환자만 3,794명, 피해액도 124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의 이번 결정이 법적 강제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7월 30일 소비자기본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집단분쟁조정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1일부터 14일까지 동일한 피해를 입은 소비자 3,794명로부터 증비서류를 제출받아 신청인 명단을 확정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재 투명치과는 일시적인 진료 인력 부족일 뿐 진료비 환급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교정치료 중에도 담당 의사가 자주 교체됐고, 현재까지도 부분적 진료로 인해 의사의 정기적인 확인 및 점검이 사실상 불가한 상태로 판단되는 등 투명치과가 교정치료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다하지 못했다”며 “소비자들에게 선납 진료비 전액을 환급할 책임이 있다”고 결정했다.
다만, 투명치과가 진료기록 등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아 선납 진료비는 신용카드 사용확인서, 계좌이체내역서 등을 통해 환자들이 입증한 금액만 해당된다. 특히 선납된 진료비의 상당 부분이 카드결제로 이뤄졌던 만큼, 이미 지급된 금액과 향후 지급해야 할 할부금 모두를 환급대상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채무자, 즉 투명치과에서 수락할 경우에만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한국소비자원의 환급결정으로 피해자들이 구제받기 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